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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B Feb 04. 2018

파리의 관광객이 되는 방법

프랑스 Day-7

숙소에서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강의가 있는 날 이다.

우리의 일정과 딱 맞아 떨어지는 강의 덕분에 오전에는 여유롭게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숙소 사장님의 친구라고 하는 강사님은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가끔씩 숙소 사람들을 위해서 박물관 강의를 해주신다고 한다.


루브르 박물관을 전부 보려면 한달이상이 걸린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유명한 만큼 규모가 어마어마 하기 때문에 유명한 작품들을 모두 보더라도 몇시간이나 걸린다.

루브르 박물관은 처음 왕궁으로 그 역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규모가 커지면서 루브르는 마침내 박물관으로서 탈 바꿈 하게 되었는데 박물관 앞 중앙에는 커다란 피라미드가 설치 되어있다.

영화 '다빈치 코드'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며 반전을 선사한 이 피라미드는 설치 당시에는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적인 구조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박물관 규모만큼이나 주요 작품들만을 언급했을 뿐인데 강의만 세시간이상 진행 되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유일한 박물관 일정인 우리가 동선이동표가 그려진 안내책자를 받으면서 강의가 끝났다.

그럼 이제 그토록 유명한 루브르를 만나러갈 시간이다.


우리가 방문 했을 당시에 7호선은 공사중이었다. 때문에 7호선 끝에 머물던 우리는 한번에 가지 못하고 1호선 으로 환승 해서 박물관에 도착했다.

중간에 입구를 찾지 못해 피라미드주변을 몇 바퀴나 돌았지만 입구를 찾고나서 부터는 속전 속결이었다.


루브르의 상징 피라미드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입장 한 뒤 우리는 강의시간에 받은 안내도만 들고 움직였다. 강의를 듣자마자 복습하듯이 움직이자 강의시간에 언급된 모든 작품들을 신기할 정도로 전부 볼 수 있었다. 단 하나 작품전시가 closed된 것을 제외하고 말이다.

아무리 빨리봐도 세시간 이라는 말은 사실 이었지만 그 시간들 동안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어제 퐁피두 센터에서 화장실만 이용한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만약 루브르를 방문 하게 된다면 사전에 꼭 봐야할 작품들을 공부하고 가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치기엔 너무나 넓고 하나하나 의미를 찾아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전미술을 주로 전시하는 박물관이기 때문에 플래쉬는 물론 사진찍기 조차 허용되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루브르 에서는 플래쉬를 터트리지 않으면 작품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에 제한이 없다.

풍경이나 작품 사진들 보다는 인물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 였지만 모든것이 별천지 처럼 아름 다웠기 때문에 몇 작품만을 사진으로 담아두었다.


'나폴레옹의 대관식' '밀로의 비너스' '로제타 석' 등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루브르 지만 다른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작품이 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이다.

인터넷에서  '당신이 모르는 관광지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니는 사진을 본적 있는가?

작은 모자리자를 둘러싼 사람들의 두터운 장벽말이다.

사실 그 사진을 보거나 친구에게 들었을 때만 해도 조금 과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모나리자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장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모나리자와 셀카를 찍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은 키를 이용해 용케 작품 앞에 선다 해도 모자리자와 찍은 셀카속에는 사람들의 머리가 더 많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나리자 앞을 이루는 사람물결의 장관은 인터넷에서 보는 것이 더 실감날 것이다.

인파를 헤치고 건저낸 모자리자의 독사진


closed되어 볼 수 없는 마지막 작품을 남기고 루브르박물관 투어가 끝났다.

강의를 듣고 박물관에 온 것은 엄청난 행운 이었다. 단순히 오디오 가이드에 의지해 계획없이 둘러보았다면 아마 오늘 밤을 세도 부족했겠지만 유명한 작품들을 위주로 그 주변을 훑으며 보니 들었던 설명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었다.


이제는 지처버린 몸을 이끌고 내부 카페에 앉아 바게트샌드위치와 초코빵을 구매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박물관 내부에 있는 이 카페의 이름은 'paul' 이라는 빵집인데 한국의 파리바게트 처럼 파리시내 어느곳에서나 볼 수 있는 대중적인 브랜드다.


사실 나는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빵 맛이 나는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 버터향이 나는 느끼한 빵보다는 토핑이 얹혀져 버터향이 나지 않는 조리된 한국식빵을 선호 하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느낀 프랑스의 대중적인 바게트는 이런 나의 생각을 바꿔버렸다.

담백하고 고소한 바게트의 풍미와 그 풍미를 해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들어찬 야채속이 감칠맛을 더했다.

프랑스를 떠나고 가장 아쉬웠던 것은 조금 더 많은 빵을 맛보고 즐기지 못했던 것이다.

프랑스는 음식의 나라지만 여행초반에 경비걱정 때문에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한것이 후회된다.


강의만 세시간, 박물관 관람에 세시간. 하루를 쏟아 부은 루브르 지만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유럽의 낮은 우리나라 보다 길다.


그렇기 떄문에 오늘 내가 꼭 결심한 것이 있다.

바로 기념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어느곳이나 gift shop이라고 적힌 곳은 비싸다.

이전에 프랑스에 다녀온 친구가 한가지 팁을 준것이라면 열쇠고리나 간단한 기념품을 구매할 때에는 꾸러미를 들고 다니는 상인들에게 구매하라는 것이다. 흥정을 할 수도 있고 기본적으로 기념품 가게보다는 질이 떨어질 지언정 값이 저렴 하다고 한다.


첫날 몽마르뜨 언덕에서 열쇠고리를 파는 상인에게 10개가 넘는 열쇠고리를 구매 했지만 내가 사고 싶었던

나를 위한 기념품은 에펠탑이었다. 그것도 불이 반짝반짝 들어노는 에펠탑. 

숙소에 묵었던 손님 중 한분이 선물하고 가셨다는 반짝이는 에펠탑을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꼭 저 에펠탑을 가지고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갖고 싶은게 있으면 발품을 파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출발 했다.

들이 가장 많이 분포해 있다는 에펠탑으로.


루브르에서 에펠탑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하철이나 트램등을 타는 것이다. 하지만 싸게 사려고 발품 파는 우리에게 하나의 까르네는 소중한 자산이다. 

혹시나 해서 지도를 펼쳐 보니 루브르 박물관에서 강을 따라 걷기만 하면 에펠탑이 나오는듯 했다.

지난 번 샹젤리제 거리에서 헤메고 헤매다 결국 가지못했던 구불구불한 길에 비하면 쭉 직진만 하면 되는 길은 우리에게 큰 행운 이라고 생각했다.


유럽사람들은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먹을 주는 사람들이 많다
에펠탑을 가는 길에 만난 튀러리 공원


처음엔 좋았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가끔 선선히 불었다.

박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튀러리 공원은 아름다운 정원과 분수대도 있었다.

수대 근처에는 쇠로 된 공용 의자들이 있었고 우리도 사람들 처럼 의자에 앉아 한껏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걷는 것도 좋았다.

고질병인 허리 덕분에 중간중간 쉬어야 하긴 했지만 이 강만 따라 걸으면 된다는 단순한 길도 어찌나 좋은지 사진도 찍으며 여유를 만끽 했다.



하지만 우리는 몰랐다.

지도는 실제 거리를 몇 만분의 일로 축소한 종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도에서 요만큼은 실제는 이만~~~큼 이다.

그게 어느정도 냐면 우리는 루브르박물관을 둘어본 만큼이나 걸어야 했다.

기분좋게 산책삼아 나선 길은 어느덧 투어가 되고 말았다.

한 참을 걷고 나서야 멀리 에펠탑이 보이고 그 에펠탑이 내 눈앞에 보이기 까지는 2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40일의 유럽여행동안 고행의 행군이 딱 세번 있었는데, 직사로 내려꽃는 이글이글한 더위를 뚫고 걸었던 피사 를 찾아서, 더위와 함께 이상기온으로 찾아온 습도와 싸웠던 로마 대행진. 그리고 마지막이 루브르에서 에펠탑을 향해 걸었던 바로 오늘 이다.


사람이 너무 힘들면 그 기억을 잊는 다고 한다. 힘들다는 생각을 기점으로 에펠탑 잔디광장에 도착할때까지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분명히 맞다.

위의 사진을 끝으로 에펠탑이 등장할때까지 사진도, 기억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니 말이다.


이러니 에펠탑 잔디밭에 지도를 돗자리 삼아 그대로 누워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파리의 여행은 어땠어? 라고 묻는 다면 나는 말해주고 싶다.

"파리에서는, 절대로 돈을 아끼지마-". 라고.

유일하게 남은 에펠탑 사진


그 고생을 하고 힘들게 왔건만, 충격 적인건 우리가 그토록 소원하던 기념품 파는 상인들이 없다는 것이다.

근처에 포진하고 있는 police때문인지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몰래 샴페인을 파는 사람들 뿐 우리가 원하는 반짝이는 에펠탑을 들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가 무엇때문에 그토록 긴 거리를 걸어왔는가. 허무하고 허망함을 떠나서 일단 우리가 살아야 될것 같아서 잔디밭에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어서 힘을내서 길 건너편으로 이동 했다.

건너편에는 멀리서 에펠탑을 감상 하기 위한 관광객들과 우리가 그토록 찾던 기념품 파는 상인들도 있었다.

입구에는 Police  때문에 거의 없었지만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단속을 피해 모여있는 상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에펠탑은 불법 기념품의 메카라더니 맞는 말이다.


상인들이 각종 기념품들로 유혹하지만 절대 그 가격으로 구매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관광객티가 팍팍 나지만 그래도 흥정의 나라 한국에서 온 젊은 처자들이다.

슬쩍 다가가 불이 들어오는 에펠탑을 3개에 9유로를 부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절 한다.

역시 만만치 않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품을 팔다보니 혹 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겨우 흥정을 끝내고 건전지까지 넣어주려는 순간, 갑자기 그 상인이 냅다 뛰기 시작한다.

너무 황당해서 이게 뭔일인가 싶었다. 

우리 손에는 잠깐만 들고 있어보라며 그 상인이  쥐어준 건전지가 있는데 말이다.

심지어 우리는 아직 돈도 지불하지 않았다. 뭐, 건전지만 무상으로 주겠다는 소리라도 되는건가?

황당함에 "hey!"를 외치며 부르자 앞서 뛰어가던 상인이 손짓한다. "follow me!!"

이걸 진짜 쫒아가 말어 하고 있는데 뒤에서 호각소리가 들린다.

Police 가 호각을 불며 우리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어떨결에 우리도 건전지를 손에쥐고 달렸다.

 팔로미를 외치는 그 상인을 따라서.

왜인지는 모른다. 거리 상인은 불법인데 우리는 불법상인에게 물건을 사려고 했으니 범죄 아니겠는가.

그래서 달렸다.

달리는데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내가 프랑스까지 와서  Police한테 쫒겨 달리고 있을 줄 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


어느정도 쫒아오던 Police가 돌아가자 친구와 나도 한숨 돌렸다.

그러자 우리에게 따라오라는 말만 남기고 도망갔던 빨간티셔츠의 상인이 베시시 웃으며 다가왔다.


3시간이 넘게 박물관을 돌고 2시간 반동안 걸어왔는데 이제 달리기까지 하고 나니 진짜 죽을 맛이었다.

10유로에 3개 하고 덤으로 작은 열쇠고리를 주겠다는 상인에게 10유로에 3개하고 열쇠고리는 필요없으니 물이나 한병 달라는 것으로 거래를 마쳤다.

열쇠고리를 거절하고 물을 받는 우리를 다른 상인들이 이상하게 보며 웃는걸 보니 아마 열쇠고리 원가가 더 비싼모양이다. 그러나 말거나 우리에게 필요한건 열쇠고리가 아니고 물이었다. 시원한 생수.


품에 소중히 에펠탑을 들고 생수를 벌컥벌컥 나눠 마시며 또다시 지하철을 향해 한참을 걸었다.

또 지하철역 까지는 어찌나 멀었는지, 발바닥 하나만큼은 자신있던 내가 발바닥이 아파 도저히 못걷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 였다. 이러니, 평발인 친구의 발은 오죽 했을런지.


간신히 지하철을 타고 7호선 가장 끝의 역에 내려 또다시 내가 이만큼 걸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걸으라고 하던 길다란 내리막길을 한참이나 길어 기어오다 시피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하게 풍겨오는 음식냄새에 우리는 거의 가출했던 자식들이 집에 돌아오는 심정으로 서러움을 토했다. 솜씨좋은 매니저님의 돼지고추장찌개를 먹으며 오늘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대한 한참을 연설을 했다. 

사장님과 매니저님은 우리가 루브르에서 에펠탑까지 걸어갔다는 소리에 고개를 절래절대 흔들었다.

훗날 처음보는 프라하의 숙소 손님에게 "너네가 미쳤구나?" 라는 말을 들을 정도 였으니,

역시 우리가 해서는 안될 짓을 한게 분명하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고됬던지 루브르 이후 사진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특히 에펠탑근처사진은 단 한장만 찍혀있다.


도대체 이 에펠탑이 뭔지, 차비가 뭔지 이 고생을 했는지 몰라도 지나고 나니 두고두고 말할 에피소드가 생긴 샘 이었다. 원래 친구랑 여행할때는 가장 고생했던 기억이 가장 좋은 추억으로 남는 법이다.


우리는 오늘 참 관광객 다운 행동을 한거라고 믿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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