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BS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면서 인터뷰를 꽤 진행했는데요. 인터뷰에 답변 하려고 길게 써 놓은 원고가 있어서 방송에 나오지 않은 내용을 조금씩 올려보려고 합니다. 첫번째는 수업에서 활용한 독서 전략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조금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
독서 전략이란?
복잡한 개념이긴 하지만, 우선 독서 전략이 무엇인지 간단히 말씀드려야할 것 같아요. 독서 전략은 독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말해요. 전략은 군사용어이기도 하잖아요. A라는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1번 길, 2번 길, 3번 길 다양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죠. 쉽게 설명해서 글을 읽을 때, 내가 원하는 독서 목적인 A라는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1번, 2번, 3번의 다양한 독서 전략을 사용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중요한 내용을 찾고 싶다는 독서 목적이 있다면, 그 독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1,2,3번의 전략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성인 독자들께서는 평소에 책을 읽을 때 독서 전략을 사용한다는 느낌을 전혀 못받으실 수 있어요. 그것은 자동화의 원리라고 하는데요, 수영을 할 때 처음에는 물에 뜨기, 숨쉬기, 발차기, 손 움직이기 등을 다 따로 배우고 숨을 쉴 때는 물 속에서는 참고 물 밖에서는 푸 한다던가, 발을 찰 때는 번갈아 찬다던가 하는 다양한 전략을 배우잖아요. 이런 것들을 초보자라면 생각을 계속 하면서 수영 연습을 하죠. 하지만 어느정도 수영을 하게 되면 나중에는 그런 것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도 수영을 잘 할 수 있잖아요. 독서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내가 다양한 독서 전략으로 내용 이해하는 연습을 하면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그 뒤에는 독서 전략을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독서 전략을 배우기에 10회의 수업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독서 목적이 다양한 만큼 배운 뒤에도 다른 텍스트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프로그램에 적용한 전략은 다 꼼꼼하게 읽기를 하는데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뽑았어요. 그 중에서 매주 반복한 어휘지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첫 번째 시간에 배운 주.부.용.과 마지막에 배운 6하원칙을 생각하며 읽기가 꼼꼼하게 읽기라는 독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방송에 모두 담아주셨더라고요!)
어휘 지도
어휘는 글 속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많은 선생님들과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에게 먼저 책을 살펴보고 모르는 것을 찾아서 묻도록 하고, 그것을 같이 찾는 방식으로 지도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다시 책을 집중해서 읽지 않는한 독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책을 읽고 아이들이 모를 것이라고 예상되는 단어를 찾아서 먼저 지도했어요. 사전적 의미를 전달하기 보다, 독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책 속에서 그 단어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설명해주었습니다. 그 후에 아이들이 책을 읽도록 하고, 또 모르는 단어가 있다면 인덱스 스티커로 붙여놓고 일단 뜻을 짐작하여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했어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단어의 뜻을 추론해보는 연습을 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으면 추론을 할 수 없지요. 그러므로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모를만한 단어들은 미리 배경지식으로 제공을 하고, 개별적으로 모르는 단어들은 책 읽기를 모두 마친후에 서로 알려줄 수 있도록 하면서 뜻을 추측하는 연습을 한 번 더 했어요. 정리하면 어휘 지도는 책을 읽기 전에 하면 효과가 좋다는 것이에요. 아이들이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지 않도록 조절해서 독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모르는 단어는 뜻을 대강 추측할 수 있도록 단어의 앞뒤를 읽어보는 독서 전략을 꾸준히 지도했어요.
주.부.용. 전략
주.부.용.은 주제, 부주제, 세부내용.의 줄임말로 정보책을 읽을 때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 내용과 세부 내용을 연결하여 이해하도록 돕는 전략입니다. 책을 읽고 주제, 부주제, 세부내용을 찾아보는 것이에요. 이 때 중요한 것은 주제, 부주제, 세부내용을 그냥 찾으라고 하면 안되고 찾는 방법, 구체적인 독서 전략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데요. 주제와 부주제를 찾는 방법으로는 제목과 소제목 살펴보기, 세부내용을 찾는 방법은 00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 떠올리기를 알려주었어요. 예를 들어 제목이 깨끗한 물을 만들어내는 착한 기술 이라면, 부주제는 소제목인 굴러가는 물통 큐드럼인 것이고요. 세부 내용을 찾을 때는 부주제인 ‘굴러가는 물통 큐드럼’이 무엇일까? 라고 떠올리면서 큐드럼은 ----이다. 와 비슷한 형태로 서술하는 문장을 찾으면 세부 내용을 찾을 수 있는 것이지요.
이와 유사한 활동이 그 다음 수업에서 진행했던 손바닥 그리기에요. 똑같이 주, 부. 용을 쓰는 것인데 손바닥에는 주제와 부주제를 손가락에는 세부내용을 쓰도록 해서 독서 전략을 쉽게 기억하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손바닥 그리기가 가장 쉽다고 느껴졌다며 기억에 남는 독서 전략으로 꼽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육하원칙에 맞추어 읽기
마지막 2회에 걸쳐 수업한 육하원칙에 맞추어 읽기는 세부 내용을 찾기 위해 질문하는 방법으로 제안한 것이에요. 독서 전략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스스로 질문하며 읽기인데요.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것이 매우 수준 높은 독서 전략이에요. 질문을 만드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보니,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에게는 이 활동 자체를 해낼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질문을 만드는 방법을 간단하게 육하원칙으로 제공한 것이에요.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에 맞추어 질문을 만들고 답을 하다보면 세부 내용을 더 꼼꼼하게 이해할 수 있죠. 이 전략은 인물 중심으로 서술된 역사책에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알려준 방법이에요.
(육하원칙 전략은 문경은(2006) '육하원칙 요소를 활용한 추론적 읽기 지도 방안 연구' 논문을 참고했답니다)
메타인지의 중요성
이 수업을 할 때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메타인지를 키워주는 것이었어요. 지금 읽으려는 이 책에 어울리는 독서 전략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거든요. 앞서 소개한 적정기술 책에는 제목과 부제목에 핵심 주제가 잘 들어가 있으니 주부용이 잘 맞는 전략이고, 인물 중심으로 서술된 역사 텍스트에는 육하원칙이 잘 맞는 것이죠.
학생들이 최종 평가 단계에서 교과서의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사용한 독서 전략을 살펴보면 6학년 학생들은 주부용이나 손바닥 그리기에서 배운 것처럼 제목이나 소제목과 연관지어 세부 내용을 정리한 학생들이 확인되었고, 5학년 학생들은 역사텍스트이다 보니 육하원칙을 사용한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아직은 연습이 더 필요해보이지만요.
학생들이 독서 전략을 단순히 배우지 않고, 내가 사용하려는 이 전략이 읽고 있는 텍스트의 형식과 나의 독서 목적에 잘 맞는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지도하려고 노력했는데, 다행히 어느 정도는 이해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