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권이은입니다.
EBS 다큐멘터리K 독자생존 <3부. 공부의 힘>을 촬영하면서 인터뷰했던 내용을 올리고 있어요. 질문이 총 10개였는데요. 방송된 내용을 다시 살펴보니, 방송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내용은 이 질문이 마지막입니다. ^^
다큐멘터리의 소제목이 '공부의 힘'이었기에, 공부란 무엇인지 저의 생각을 물어보시는 질문이 있었어요.
공부란 무엇인가...정말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공부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니까요. 아주 단순하게 사전적 의미로 생각하면 '배우고 익힌다'라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1차적으로는 그것이 무엇이든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배우고 익히는 일, 다음으로는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내가 알고 싶고 알아내고 싶은 것을 배우고 익히는 일, 조금 더 나아가면 세상을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배우고 익히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공부를 잘하는데, 즉 배우고 익히기를 잘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나 요소는 무엇이냐고 물어보시면 이 또한 너무 다양하지만 제가 평소에 강조하는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공부에 대한 긍정적 정서입니다. 어떤 정신과 의사는 공부 정서라고 부르시더라고요. 공부와 관련된 전반적인 정서가 긍정적이어야 공부를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공부에 대한 마음이 열린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긍정적이라는 것은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공부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재미있기도 하다는 마음인 거죠. 공부에 대한 긍정적 마음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선생님, 좋은 교재가 있다고 해도 배우고 익히기에 집중을 할수가 없어요.
공부에 대한 긍정적 정서를 키우는 방법은 여러 시행착오를 아이가 스스로 겪어 내도록 하는 겁니다. 부모나 교사 입장에서 이 방법은 정말 쉽기도, 또 어렵기도 하지요. 아이가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간섭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하니까요. 내가 뻔히 아는 실수도 모두 겪게 해야하니 안타깝다 느껴질 때도 많고요. 그래도 참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스스로 하기를 두려워하거나, 타고난 능력이 약해서 잘 못하는 친구들에게는 이 과정에 도움이 필요합니다. 작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작은 과제를 단계별로 만들어주는 것이에요. 그 과정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에 대한 긍정적 마음을 키울 수 있습니다.
둘째, 호기심입니다. 너무나 뻔한 말이지만 호기심만큼 아이를 스스로 공부하게 하는 힘이 없습니다. 뭐든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배움을 키워가시면 좋습니다. '왜' 질문 감옥에 갇혔던 유아기를 떠올려보세요. 그 때의 호기심이 수많은 언어 발달, 뇌발달을 촉진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자녀의 질문 감옥에 갇힌 경험이 없는 분도 계실겁니다. 타고나길 호기심이 별로 없는 아이를 키우면 공부에 대한 의욕을 이끌어내기 힘들어 지도하는 부모나 선생님의 어려움이 배가 됩니다. 그런 아이일수록 세상의 많은 것들을 직접 경험하게 해주세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 안에서 작은 호기심을 발견해내는 아이를 격려해주시면 금상첨화입니다.
마지막은 문해력입니다. 공부정서가 긍정적이고, 호기심도 있어 스스로 공부해본 경험이 아이라면 어려운 공부를 해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문해력입니다. 예를 들어, 긍정적 공부 정서와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면 수업 중에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교과 내용이나 교과서의 학습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 답을 찾아보려는 마음을 갖게 되겠죠. 그 때 가장 크게 부딪히는 장애물이 스스로 읽고 이해하고 생각하는 능력, 즉 문해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산을 오르고 싶다는 마음이 아무리 커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산을 끝까지 오를 수 없는 것처럼, 문해력이 없으면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러므로 문해력이 공부를 잘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