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것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렸어요. 이렇게 아이와 이야기 나누기를 하라고 권해드리면,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며 바로 집에서 아이와 시도해보십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내 실망하시며 저에게 되물으십니다. 아이들이 중간에 멈추고 이야기 나누기를 싫어한다는 겁니다. 당연합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세요. 부모님이 읽어주시는 것을 편하게 듣고 있는 게 좋지, 생각하라고 하니까 귀찮고 싫죠. 특히 이전에 수동적으로 그저 내가 듣고 싶은 만큼 이야기를 들어왔던 아이들은 더욱 싫어하겠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앞서 말씀드린 Only one 전략을 기억하셔야 해요. 하루 딱 한 권만 부모님이 주도하고, 나머지는 아이가 원하는 방법으로 읽어주시는 것입니다. 그것을 기억하셨다면, 이 한 권을 읽는 시간은 부모님이 주도하신다는 것을 아이에게 간단히 설명하시고 시작하시는 것이 한 가지 방법입니다. 특히 아이가 논리적으로 설득이 필요한 성격의 아이일 경우에는 그렇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네가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하는 힘이 생겨서 점점 똑똑해진다’는 식으로 말씀을 해주시면 좋습니다.
위와 같은 설명을 하시기 전에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주의 사항을 지켜서 상호작용을 시작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주의 사항은 간단합니다. ‘책의 모든 장면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의 그림 읽기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모든 장면에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면 책 읽기 시간이 정말 재미없어집니다. 특히 부모님들께서는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질문하시는 기술이 부족합니다. 더 큰 문제는 교실 상황에서는 선생님의 질문을 친구들과 분담하여 처리하는 상황인데, 집에서는 아이가 혼자 부모님의 질문을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인지적 부담이 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 한 권에 한 두 장면 정도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하시고, 미리 책을 읽어보시면서 어떤 장면에서 이야기를 할지 생각을 해두시면 좋습니다. 책 읽기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절한 때를 추천해드리면 다음과 같아요.
<책을 읽으며 이야기 나누기에 적절한 때>
1. 표지와 제목 읽기
* 이야기 나눌 내용 – 책의 내용이 무엇일까? 예상해보기
2. 책의 내용 중에 이야기를 나눌만한 부분 한두 장면
(중요한 인물이 나오거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날 때)
* 이야기 나눌 내용 - 육하원칙에 맞게 이야기하기
3. 다 읽은 후, 서로의 생각 나누기
* 이야기 나눌 내용 - ‘가장 좋았던 장면’ 고르기
저는 모든 부모교육에서, 제가 아이와 책을 읽을 때에도 꼭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요. 위의 3번입니다. 바빠서, 아이가 오늘따라 집중이 되지 않아서 1, 2번은 못하게 되었더라도 3번은 꼭 하라고 말씀드려요. 저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저 질문이 책을 읽고 아이의 생각을 듣고 싶을 때, 가장 좋은 질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어땠어?’라고 물어보면 ‘재미있었어’ 정도의 감상 그 이상을 듣기가 어렵습니다. 아이가 재미있었다고 단답형으로 대답하면, 독서교육에 대해 배운 부모님일수록 포기하지 않고 질문을 계속 이어갑니다. 책이 왜 재미있었는지, 재미있다는 말 말고는 다른 감정은 없는지 이것저것 묻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마치 취조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아이는 높은 확률로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기 싫어하게 됩니다.
그러한 상황을 방지하려면, 우선 부모님이 먼저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말해보세요. ‘너는 어디가 제일 좋았어? 한 번 생각해봐. 나부터 한 번 말해볼게.’ 하고요. 그리고 부모님이 마음에 들었던 장면을 펼쳐 이야기해주세요. 그 장면을 보았을 때 감정이 어땠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요. 아이가 엄마 아빠처럼 멋지게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부모님의 생각을 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좋았던 장면을 이야기해주기도 하는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이러한 이야기 나누기를 하다 보면 아이의 말이 너무 단순해서 속상하실 수 있어요. 아이가 책을 보면서 아주 논리적으로 말하기를 바라시는 마음도 이해가 되어요. 그러나 생각을 말해보는 경험, 타인(부모)의 생각을 들어보는 경험이 중요한 것이기에 아이의 단답을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 아이의 취향에 따라, 어떤 책은 자신에게 감동이 있어 자신의 생각을 길게 말하고, 또 어떤 책은 그다지 재미가 없어서 짧게 이야기하고 끝낼 수도 있는 것이고요.
여러 날 상호작용을 하고 부모님의 생각을 들려주었는데도 아이의 짧은 답변이 계속된다면, 다음과 같이 해보세요. 우선 짧은 이야기라도 충분히 격려해주시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의 응답을 한 번 더 반복하면서, ‘00이는 ~라고 생각했구나’하면서요.
이 때 아이의 응답을 ‘구체화’해주시면 더 좋아요. 예를 들어, 아이가 ‘이 장면이 재미있었어.’라고 말하면, ‘뭐가 재미있었는데?, 왜 재미있었는데?’ 라고 묻기보다, 대답하기 편하도록 이야기를 이끌어보세요. ‘엄마랑 신나게 읽은 칙칙폭폭이 재미있었던 거야?’ ,‘00(주인공)이 신나게 도망가는 장면이 재미있었나?’ 와 같이 한 번 더 읽었던 내용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아이가 생각을 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