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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Dec 08. 2017

< 비트코인은 과연 도박일까 >

코인족, 비트코인 좀비, 가상화폐 폐인...요새 많이 들어보셨을 말들입니다.

'내 친구가 일주일만에 몇 천만원을 벌었대'

'안하면 바보래.1년 연봉 한달안에 벌 수 있어'

과연 그럴까요.

주변에 비트 코인으로 돈 못 번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당연합니다.

비트코인으로 돈을 번 사람은 자랑하겠지만 큰 돈을 잃은 사람은 조용히 정신과에 오니까요.

비트코인 매매를 담당하는 사이트의 하루 거래량이 20조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하나 놀라운 점은 전세계에서 가상화폐가 가장 비싼 나라가 한국이란 겁니다.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할때 세계 전체 거래량의 21%가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고 미국보다 23% 더 비싸게 매매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1. 365일 24시간 가상화폐의 매매가 가능하다.


이것은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가격변동폭에 제한이 없고 매매시간이 제한되어 있지 않다는 말은 하루종일 이것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비트코인의 가격이 반토막이 날수도 있으며 올해 실제로 이런 일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제 환자 중 한 분은 50대 주부신데 만기가 된 적금 5천만원을 모두 비트코인에 투자했습니다.

500만원에 10 개를 사셨는데 7천만원이 되었다가 3천만원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4천만원일 때 팔았습니다.

두달 후 비트코인이 1개당 1000 만원까지 올랐다는 소식을 듣자 곧바로 우울증과 불면증이 생겼습니다.


회사원들, 대학생의 경우는 어떨까요. 그들이 과연 본업에, 학업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수업도중에도, 근무시간에도, 여자친구와 있으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비트코인 가격을 확인하고 새벽에도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2. 가상화폐 매매에 대한 그 어떤 규제도 없다.


주식을 예로 들면, 그 주식이 단기간에 과하게 오르거나 폭락할때 서킷브레이크등의 완화 혹은 규제장치가 발동합니다. 작전세력 혹은 고의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움직임이 의심될 시 금감원과 기관에서 거래를 정지시키거나 상장폐지등의 제재를 가합니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을 통한 암호화된 자산으로 아직 이것이 금이나 광물같은 현물로 인정되야 하는지 달러나 유로같은 화폐, 혹은 주식이나 채권같은 개념으로 적용되어야 하는지 정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규제나 법도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구요.


어떤 사람은 이것을 굉장한 기회로 생각할 것이며 어떤 사람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여길 겁니다.

몇몇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비트코인 열기를 '그라운드 제로'라고 표현했는데 이 말은 핵폭탄이 떨어질 지역이란 뜻입니다.


위험하건 말건 나는 큰 돈을 벌었는데? 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만약 이사람이 비트코인의 정의와 미래 가치, 미국을 비롯한 정부의 규제나 거래소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충분한 고민과 계획을 통해 돈을 번 것이라면 이것은 투자입니다. 현명한 투자자이지요.


하지만 제게 오는 피해자들 대부분은 비트코인이 뭔지도 모릅니다. 친구가 해서, 옆집 아줌마가 돈을 많이 벌어서, 큰 돈을 쉽게 벌수 있다고 해서.


이것은 도박이죠.

스타벅스 커피가 비싸다고 투덜거리는 대학생들도,

마트에 반찬가격이 너무 올랏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던 주부들도 수천만원을 뭔지도 모르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심지어 이 사이트는 최근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어 10시간 넘게 매매가 불가능했고 그 사이 가상 화폐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습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3억원까지 손해를 본 이들은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가입 시 규약을 자세히 읽어보면 매매로 인한 어떠한 투자 손실 피해에도 본인이 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 보상도 못받을 가능성이 크지요.

간단히 말해서 만약 작전세력이 통정 매매를 통해 의도적으로 가치를 뻥튀기하고 거래량이 많아졌을때 가격을 폭락시킨 후 의도적으로 서버를 다운시켜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비트코인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경제학자가 아닌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저처럼 문외한이면서도 용감하게 비트코인 거래를 하고 계실 겁니다.


정신의학적으로 중독이란

'자신에게 해로운 결과가 있으리란 것을 알면서도 지속적이고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지금 당신이 하는 것은 투자입니까, 도박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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