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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Feb 23. 2021

< 학교 폭력을 용서해선 안되는 4가지 이유 >

최근 유명 프로 배구선수들이 학교폭력으로 무기한 출전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프로야구, 여자 연예인, 남자배구 선수들까지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이들 대부분은 처음에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을 운운하지만 여러 증인을 통해 사실이 드러날 경우 ‘철 없는 시절의 실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손글씨로 사과합니다.  
철 모르던 시절, 잠시 방황했던 사춘기의 실수니 용서해줘야 할까요? 아니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1. 가해자들은 절대로 반성하지 않는다.

가해자들이 사과하는 이유는 진심으로 반성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순간 자신에게 닥칠 경제적, 사회적 피해 때문입니다. 연예인, 프로운동선수로서 부와 명예를 누리다가 한순간에 위약금을 내고 퇴출당하게 생겼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지요. 학교 폭력은 아주 치밀하고 교묘하게 진행되는 반사회적 행위입니다.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미래의 소시오패스 꿈나무들이지요.
이들은 그저 장난으로 약한 친구를 괴롭히고 착취하며 군림합니다. 학교라는 정글에서 도태되고 약자로 낙인이 찍힐 경우,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철저하게 혼자가 되고 같은 반 친구들은 이를 묵인합니다. 다음번 차례가 자신일수도 있다는걸 뻔히 아니까요. 전학을 간다해도 일진들끼리 새학교에 이미 소문을 냅니다. “셔틀하나 보낸다.” 는 식으로요. 피해자를 기다리는 것은 더 영악해지고 교묘해진 새로운 가해자들입니다.

2. 피해자의 상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트라우마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것은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하고 멀리 벗어나는 것입니다. 학교폭력의 무서운 점은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서 몇 년간을 함께 보내야한다는 점입니다. 피해자는 악몽을 꾸면서, 매일밤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깹니다. 고등학생이 되어도, 대학을 가서도 위축되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됩니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어떨까요? 아들과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우울증 치료를 받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대학이라고 왕따가 없을까요? 군대나 직장은 다를까요?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회에는 나갈수 있을까요? 혹시나 가해자를 사회에서 다시 마주한다거나, 방송에서 보게 되면 어떨까요. 어제처럼 되살아나는 고통과 통증, 억울함과 우울감에는 유통기한이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말합니다. 왜 오랜 시간 침묵하다가 가해자가 유명인이 되니까 언론에 제보하는 것이냐, 합의금을 노린 것이 아니냐? 아닙니다. 가해자를 떠올리기만 해도 지옥같은 두려움이 재발해서, 그때의 절망감과 무력감이 내 몸을 마비시켜서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것입니다. 도망치고 숨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10년이 지나서 이제야 겨우 숨통이 틔였는데, 가해자들의 웃는 얼굴을 방송으로 마주하니 외상 후 스트레스와 공황장애가 재발하게 되어 견딜 수가 없는 것입니다.

3. 가해자의 인성 또한 마비시킨다.

자신의 말에 꼼짝 못하고 명령에 따르는 친구들 위에 군림하는 경험, 갑질의 느낌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강한 쾌감을 줍니다. 폭력에 중독되는 것이지요. 가해자들은 미성년자라는 면죄부를 믿고 성인 범죄자 이상의 폭력을 휘두릅니다. 10대는 인격과 인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미성년자인 촉법소년들에게는 우리나라의 법이 너무나 허술하고 관대하다는 것을 배우고 학습합니다. 몇 쪽짜리 반성문과 합의하려는 거짓 노력, 선처해 달라는 눈물연기 한두번이면 대부분의 죄가 없어진다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되지요. 그들이 두 번째 범죄를 저지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2021년 지금의 학교 폭력의 수준은 과거처럼 삥을 뜯거나 가벼운 따돌림 정도가 아닙니다. 학교 폭력 상담 기관인Wee센터의 통계를 보면 최근 일진들은 피해자 들로부터 매주 몇만원씩을 상납받았습니다. 이를 거부할 경우 쉬는 시간마다 배와 가슴을 때립니다. 얼굴을 때리면 티가 나니까요. 더 이상 부모님께 거짓말로 용돈을 타내기 힘들어지면 아이들은 중고나라에서 사기를 쳐서 상납금을 마련합니다. 일진들은 상납금을 어디에 쓸까요? 유흥비와 인터넷 도박으로 탕진합니다. 선생님이나 교내학폭 위원회가 아이들을 완벽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요?
현직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공통적으로 “얘들 문제는 개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리고 학교의 명예나 평가가 있으니 아무래도 쉬쉬하거나, 원만한 합의를 권유하는 경우가 더 많다.” 라고 말합니다. 가해자를 보호하는 수많은 법과 제도안에서, 그들의 인성은 점점 더 마비되어 갑니다.

4. 방관자들,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감싸면 자신이 왕따가 되고, 부모님, 선생님이 끼어들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와 영역도 존재합니다. ‘왕따를 당하는 얘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며 무시하고 배척하는  분위기도 생깁니다. 피해자들은 결국 스스로를 탓하고 자책하게 됩니다. 내가 약하고 못난 탓이라며 고립되고 관계를 단절해버립니다. 이를 지켜보기만 했던 아이들은 친구의 아픔을 방관했다는 부끄러움에 괴롭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며 자신을 합리화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폭력에 굴복했다는 비겁함, 죄책감과 마주하면서 결국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됩니다. 나아가 어른들과 선생님, 사회의 누구도 믿지 못하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되어갑니다.

가해자의 부모님들께 부탁 드립니다. 자신의 아이를 정말 손톱만큼이라도 사랑하신다면 선처를 구하지 마시고 오히려 크게 벌해줄 것을 부탁하세요. 자신이 준 상처와 고통의 무거움, 통렬한 반성과 깨달음이 없다면 가해자의 미래를 망치는 것은 바로 그들의 부모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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