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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Jul 17. 2024

무리

필요 이상으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에는,

어김없이 비교와 시샘이 피어난다.


비교는 열등감을 낳고

시샘은 분노를 자아낸다


열등감과 분노는 불행의 씨앗이다

그러므로,

현대인의 불행은 모두

과도하게 한 군데에 모여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소박한 인디언 현자의 눈에는 수많은 인구가 한곳에 집중해서 모여 사는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었다. 사람들이 밀집한 불결한 환경에서 생겨나는 온갖 전염병보다 인디언들이 더 무섭게 여긴 것은 다른 사람들과 너무 자주 접촉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영적인 힘을 잃게 되는 일이었다. 자주 자연 속으로 들어가 혼자 지내본 사람이라면 홀로 있음 속에는 나날이 커져가는 강한 영적인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집단을 이뤄 생활하다 보면 그 힘이 금방 사라져 버린다. (인디언 어록)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는

인간을 모두를 한 곳에 모이게 한다

이제는 서로 거리를 지키면서 

육체적으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고 싶어도

웹상에서 억지로 붙어 있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을 한 군데에 모이게 하면

불행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익을 보는 사람들도 생긴다

정보를 흩뿌리는 사람

이간질하려는 사람

선동을 하려는 사람

허세를 부리려는 사람

그리고 표를 구걸하는 사람까지....

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효율적으로 무언가를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어떠한 무리 속에서 무언가를 팔고자 하는 사람은

그 대상을 개개인의 인격이 아닌,

데이터의 한 점 혹은,

계량화된 단위의 하나로 본다.


그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일개 매출액의 한 부분이라든지,

낚시에 걸려든 한 건수라든지

빅 데이터에 영향을 주는 작은 수치로 전환된다.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이고자 했던 '나'는 어느새,

500만 원짜리 대학 새내기.

60만 원짜리 중고폰 매수인

2천 원짜리 아이스아메리카노 손님

1 클릭 조회수의 SNS 구독자

혹은 

보험금 2억 원짜리 음주운전 피해 사망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인간 고유의 가치를 지닌 존재가 아닌

돈으로 환산되는 숫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현대의 기업들은 우리를 소비자라 부른다. 구글 같은 기업은 우리를 빅데이터의 한 점으로 본다. 정당은 우리를 유권자로 여긴다. 우리의 개성은 몰각되고 행위만이 의미 있다. 우리가 더 이상 물건을 사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하지도 않으며,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 가지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몰개성적 존재로 환원되는 것을 거부 할 수 있다. 바로 우리 안에 나만의 작은 우주를 건설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다. 현실의 우주가 빛나는 별과 행성, 블랙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크레이프 케이크를 닮은 우리 의 작은 우주는 우리가 읽은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들이 조용히 우리 안에서 빛날 때, 우리 는 인간을 데이터로 환원하는 세계와 맞설 존엄성과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김영하)


그러므로, 

어느 집단에 강제로 속하게 되었다면

특정 SNS에 가입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면

부득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면

그 속에서 무언가를 팔고 있는 사람을 보라

그 속에서 무언가를 빼앗으려고 하는 사람을 보라

그 속에서 무언가를 퍼뜨리려고 하는 사람을 보라

그리고,

내가 그 속에서 단지 하나의 데이터나

혹은 매출액이나

또는 이익의 변동을 유발하는 숫자로 치부되지는 않는지 자세히 살펴보라.


그러고 나서

무리라는 덩어리, 

곧 군중이라는 집단에서 과감하게 빠져나오라

아웃사이더라는 조롱

왕따라는 협박에 굴하지 말고

당당하게 '유일함'이라는 개인의 존재성을 추구하라


주변이 계속 나 자신을

여러 동일한 부속 중의 하나로 만들려고 달려들어도

나는 여전히,

덧나고 울퉁불퉁한 비정형체로 남아있으려고 

끊임없이 발버둥 쳐라


세상이 더욱 모듈화 되고 

한 군데로 모여지는 것을 유도하고

과학기술을 빙자한 효용으로 당신을 유혹한다고 해도


결국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무리나 집단에서 빠져나와

개개인이 홀로 맞이하는 이 세상과의 직접적인 접촉과

규격화되지 않은채 고유하고 불규칙하게 존재하는 개성들 속에서 

끝내 나타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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