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 부표가 하나 떠 있다
수면이 낮아지면 부표가 내려간다
수면이 높아지면 올라온다
그 부표는 항상 수면을 따라서만 움직인다
그는 종속되어 있다
그리하여
자신은 언제나 수면 위에 달라붙어 있으면서
온갖 소음과 파도의 간섭에 시달린 채
하늘의 기쁨도
심해의 공포도 느끼지 못한다
육지에서 보면 그 부표는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처럼 보일 텐데
막상 부표 그 자신은
높이 드높여진 것도...
혹은
낮게 끌어당겨진 것도 모른 채
언제나 현실에 지쳐간다고 믿는 것
어떤 날은 파도가 와서 위로해 준다
이봐 친구
오늘은 어제보다 물이 높아
그러니 자네도 성장한 것이지
또 어떤 날은
바람이 와서 으름장을 놓는다
이봐 친구
오늘은 어제보다 물이 낮아
그러니 자네도 단단히 대비하라구
도대체
뭐가 높고 뭐가 낮다는 것인가!
내가 보기에는
하루하루
이 지겨운 수면에 얽매여서
저 하늘이
항상 내 머리 위에만 떠 있고
깊은 심연이
항상 내 발아래로만 가라앉아 있는데!
높은 파도가 왔던 날도
하늘은 언제나 갈망의 대상이었고
낮은 파도가 왔던 날도
심연은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지 않았는가!
나는...
막상 나 자신은...
나의 위치를 모른다
내가 어디에 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느 날
내가 이 부표에서 해방되어
저 단단하고 고요한 육지에 발을 딛고 서서
지금 이 요동치는 바다를 응시할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무거운 내 의식의 위상과
아득한 존재의 고유성으로
변화하는 모든 것을 인식하고
손과 몸에 스치는 역사를 느끼면서 살 수만 있다면...
나의 절대적 위치를 정확히 가늠하고
나의 기쁨과 행복
고통과 슬픔을 기꺼이 확신할 수만 있다면...
흔들리는 물살의 표면에서 해방되는 날
그때 나는,
비로소 나를 사랑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