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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은 Jan 27. 2020

앤드류 양은 도대체 왜 유명해졌을까?

美 민주당 대선 후보 앤드류 양, 선거 캠페인 전략 분석  

※ 2019년 10월에 쓴 글을 옮겨 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앤드류 양이 어떻게 유명세를 얻었는지, 그리고 그는 누구인지를 간단하게 짚어봤습니다.


2020년은 우리나라 총선도 주목되지만,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열립니다.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다소 충격적(?) 결과를 낳았던 지난 대선도 여러 관전 포인트가 많았는데요, 이번 대통령 선거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미국 정치판에 신예처럼 등장한 '앤드류 양'의 돌풍이 심상치 않습니다. 현재까지 미 전역 지지율은 불과 3%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앤드류 양은 대통령 후보로서 독특한 이력과 TV 토론 등 자리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며 점점 화제의 중심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CNN은 그를 2020 대선에서 가장 화제성 높은(hottest) 후보자로 꼽았고, NYT는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후보자(Internet's Favorite Canditate)로 꼽았습니다.


오랫동안 미국 대통령 선거 흐름을 살펴보지 못한 분들은 당연히 궁금해질 텝니다.


"앤드류 양은 도대체 언제부터 유명해졌을까?"

1. 트럼프 욕을 한 마디도 하지 않다니?!


기성 정치인도, 유명인도 아닌 앤드류 양이 아주 서서히 이목을 끌기 시작한 건 한 팟캐스트 인터뷰였습니다.


올해 2월, 앤드류 양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의 쇼에 출연합니다. 그때만 해도 앤드류 양은 말 그대로 '아무나(Random)'였습니다. 자기소개부터 시작해 4차 산업혁명, 경제정책, 기후변화 등 무거운 주제까지 다뤘습니다. 2시간 동안 앤드류 양은 '기성 정치인 같지 않은' 모습을 맘껏 뽐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지만, 미 전역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두 달 후, 앤드류 양은 보수 유튜버 벤 샤피로의 팟캐스트에 출연합니다. 사람들은 보수 성향의 유명 정치 평론가인 벤 샤피로가 민주당 계열의 신예 정치인을 불러 무자비하게 망신을 주겠거니 했습니다. 벤 샤피로 말마따나 자신의 인터뷰 섭외를 승낙한 유일한 민주당 인사라 할 정도로 민망하리만치 뻘쭘한 인터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보수 성향의 정치 평론가' 벤 샤피로와 인터뷰, (2019년 10월 21일 기준 250만 조회수.)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30분 남짓 시간 동안 서로 의견이 달랐던 적도 있었지만 더 많은 대화를 나눌수록 그들은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날카로운 질문에도 차분하고 평화롭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앤드류 양의 모습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서로 헐뜯기 바쁜 흔한 정치판에서  "트럼프 욕 한 마디 없이 정치적 주장을 펼치다니" 라며 놀라워했습니다.


당시 앤드류 양의 답변들은 '살짝' 화제를 모았습니다. 오죽하면 유튜브 인기 댓글이 "제발 사람들이 앤드류 양을 검색하게 해라"일 정도였으니까요. 해당 인터뷰 영상은 방송 당시인 4월, 38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 물론 앤드류 양이 점점 화제를 모으면서 현재는 10월 21일 기준 250만 조회수를 달성했습니다.)


2. 매월 1000달러의 기본 소득을 지급하겠습니다!      

               

"If you heard anything about me and my campaign, someone is running for president, who wants to give every American $1,000 a month. And all of it is true." - Andrew Yang.


매월 121만 원이 모든 국민들에게 주어진다면 어떨까요?
꿈만 같은 생각이지만, 앤드류 양은 자신의 대표적인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지난 9월, 민주당 2020 대선 후보자 10명의 3차 TV 토론회가 텍사스 주에서 열렸습니다. 여론조사 평균 2%를 넘어야 참여할 수 있는 토론회였는데, 앤드류 양은 당시 3%의 지지율로 간신히 문턱을 넘은 수준이었습니다. 조 바이든, 엘리자베스 워렌처럼 민주당 거물 후보에 비하면 앤드류 양은 당연히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실제 토론 중에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현저히 짧은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아무 기대도 없던 그때, 앤드류 양은 충격적인 선언을 합니다. "10 가족을 추첨해 월 1000달러를 1년 동안 지급하겠습니다!"

"1년 동안 매월 1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당첨 소식을 알리는 앤드류 양. (2019년 10월 21일 기준 유튜브 3만 조회수.)

토론회가 끝난 직후,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구글 검색어 순위도 급상승했고, 앤드류 양의 선거 홈페이지를 통해 50만 이상이 신청했습니다. 선거 비용을 활용해 10가구를 지원하겠다는 그의 충격 선언은 사실 핵심 공약인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을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바로 18살 이상의 미국 시민들에게 매월 1000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과연 가능할까요?


앤드류 양은 허무맹랑한 논리로 사람들을 현혹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IT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합니다. 앤드류 양은 기술 발달로 산업의 자동화가 가속화하고, 많은 이들이 일터를 떠나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코노미스트 지의 분석을 인용하면서 12년 안에 미국 국민 3분의 1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면서 자동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게 될 IT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국민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 사회 안정을 도모해보자 이야기합니다. 그는 자신의 보편적 기본소득 공약을 '자유 배당금(Freedome Dividend)'라고도 부르면서 이를 통해 사람들은 행복과 자율을 지킬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숱한 IT 기업들은 어땠을까요? 자신들로부터 세금을 걷겠다는 앤드류 양을 비웃거나 무시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리콘밸리는 적극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진작부터 보편적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던 엘론 머스크도 트위터를 통해 공개 지지 선언("I Support Yang.")을 했습니다. 트위터의 공동 CEO인 잭 돌시와 소프트웨어 회사인 mongoDB 의 창립자인 엘리엇 호로위츠 등도 앤드류 양을 지지하며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3. 앤드류 양은 누구인가? Who is Andrew Yang?


처음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은 건 '매월 1000달러'라는 파격적인 공약이었지만,
이후 사람들은 점점 앤드류 양이 궁금해졌습니다.


앤드류 양은 대만계 미국인 2세로,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 대선 후보입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정치인이 아닌 기업가로 소개합니다. 실제로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공직 경력이 없습니다. 앤드류 양은 컬럼피아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 CEO 등 거친 후 2011년 비영리단체인 '벤처 포 아메리카(vFA)'를 설립합니다. VFA는 '기업가 정신을 통해 도시와 커뮤니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필자 직역)'라는 신념 아래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등에서 사회초년생들의 스타트업 진출을 도왔습니다.

"나야말로 트럼프의 정반대 인물이다!"

앤드류 양은 항상 MATH라고 쓰인 모자를 쓰고 선거 유세에 나섭니다. '뜬금없이 수학?'이라고 생각했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MATH는 '수학을 잘하는 아시안'이라는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는 일종의 조크이면서, 트럼프와 정반대의 인물임을 각인시키겠다는 앤드류 양의 각오이기도 합니다. MATH는 'Make America Think Harder'의 줄임말로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과 배치되며 앤드류 양의 캠페인 전반을 아우르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경제 발전의 흐름 속에서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사람이 먼저인(Humanity First) 경제 구조로 재편하자고 말합니다.



※ 2019년 10월에 쓴 글을 옮겨 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앤드류 양이 어떻게 유명세를 얻었는지, 그리고 그는 누구인지를 간단하게 짚어봤습니다. 앞으로도 미국 대선 관련 관심 뉴스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전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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