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사이의 공존
“꿈꿔왔던 곳에 가본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이 소설의 가장 첫 번째 글귀이다. 필자는 2018년 초 대학 시절 꿈꿨던 수석졸업과 합격이라는 것을 이루었고 원하던 직장에서 1년 간 일을 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해서 오는 행복감도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도 많았고 합격이라는 정점에 도달하고 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하루하루 일을 해나가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였다. 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읽은 이 책은, 그동안 회피하려고 했던 질문으로 시작해서 당황스럽게 만들었고 반성하게 만들었다.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진 꿈이라는 단어에 함축된 의미는 무엇일까. 꿈, 이상과 대비되는 현실과 한계에서 우리는 세계 속에서 공존한다. 앞으로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달의 바다」는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실패한 백수 은미의 이야기와 우주비행사라는 고모의 편지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우주비행사라는 거짓말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꿈꿨지만 이루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가짜 편지’라는 것으로 풀어나가는 것 같다. 결말은 고모의 병이 낫는 것도 아니고, 은미의 취업성공도 아니기 때문에 보통의 우리가 생각하는 꿈에 다가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상적인 결말은 아니어도, 이 책은 우리에게 꿈꿔왔던 곳에 가본 적이 있는지, 또는 가본 경험이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대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준다.
‘우리는 꿈꿔왔던 것에 도달할 수 없을 때 어떻게 지속되는가?, 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이 책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구절이다. 보통 우리는 꿈을 포기하거나 방법을 달리 하여 꿈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옳고 그름은 없지만, 필자는 포기하는 삶보다는 꿈이 멀리 있더라도 그곳을 향해 닻을 올리는 용기를 갖고 사는 삶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에 다녀온 뒤 비행을 포기했던 비행사는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죠. 그건 인간만이 자기가 선택한 삶을 살기 때문일 거예요. 내가 선택한 대로 사는 인생이죠. 그것마저 없다면 우리의 삶은 무엇 하나 동물보다 나은 것이 있겠어요?”
위 구절과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자유의지와 이성을 바탕으로 사유하고 탐구할 수 있다. 인간은 합리성을 기초로 하여 자신이 의도한 대로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이 있고 결정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성적 사유를 하고 탐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즉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떠한 한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고 이때 절망에 빠지기도 할 것이다. 한편 소설 「젊은 날의 초상」에서는 “절망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정열이다.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것은 절망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절망하는 순간이 오지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에 도달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과 공존하면서 사는 것이 현실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실은 기대하는 것, 이상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탐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절망의 순간이 오더라도 낙담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시험이라고 받아들일 수가 있다. 인간 존재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건 동물은 할 수 없는 인간만의 특권이다. 인간은 이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삶 속에서 살고 있지만, 절망의 순간에서 심사숙고 하며 이상을 향한 목적의식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한계에 부딪혀 절망하는 순간이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것에 도달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순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