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lverju Mar 02. 2019

가장 바라는 나의 마지막 목적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몇 번 없는 체육시간에도 뛰어놀기보다는 벤치에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하는 수업시간 이외에 쉴 수 있는 그런 시간으로만 여겼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주 여행을 갔는데, 친구 한명이 불국사에서 석굴암까지 걸어서 올라가자고 제안했다. 토함산은 그렇게 높은 산도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산을 타려니 힘들었는지 기억이 뚜렷하게 나진 않지만 친구들 말로는 투덜투덜대며 올라갔다고 한다. 작년 말, 우리는 같이 스무살 때 갔던 경주에 5년 만에 추억여행을 가기로 했다. 물론 지금도 잘 웃는 우리들이지만, 지나가던 낙엽만 봐도 웃었던 여고시절과는 다르게 우리의 모습도 많이 변해있었다. 마냥 어리기만 했던 우리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같은 친구들과 같은 산을 오르면서 친구들은 내게 은주가 그때 엄청 투덜거렸는데 왜 이렇게 안지치고 잘 올라가느냐고 물어왔다. 그사이에 나는 운동을 좋아하게 되었고, 6년째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보니 과거의 나보다 체력이 많이 좋아졌나보다. 김형석 교수님도 거의 매일 짧은 시간이나마 운동을 하셨다고 한다. 나도 처음엔 대학 입학 후 다이어트로 시작하였지만 점점 운동이 재밌어지고, 일상으로 자리 잡히면서 오히려 운동을 쉬면 다음날 몸이 뻐근하기도 하다.

어떤 삶이 행복하고 보람된 삶인지는 앞으로 살아갈 날 동안 많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나의 삶이 김형석 교수님이 말하는 새로운 행복을 찾아누린 사람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 난 대학교 때도 전공 공부하는 게 제일 재미있었고, 책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영역에 대해서 넓히는 것이 좋았다. 꼭 학문에 대해서가 아니라도 잡다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좋아했다. 그래서 책을 통해, 사람들을 통해 작은 배움에도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직장에 적응을 한 후부터는 다시 운동을 다니기 시작했고 지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대학교 때 학교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면서도 내 노력에 대한 보상이었지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가게 된다면 똑같은 방법이 아니더라도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주변사람들에게 도움 주는 것을 좋아한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도 좋아하고, 도움을 주고 났을 때의 보람됨 이상의 기분이 나를 즐겁게 만든다. 다행히도 학교에서 졸업 후에 1년에 한 번씩 찾아주어 진로에 관한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매해 조금씩 바뀌는 경향 때문에 내가 계속 해도 되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는 있다. 그래서 멘토링을 진행할 때마다 후배들에게 내가 어떤 이유에서 하게 되었는지, 합격을 하게 된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강연을 듣는 것도 좋지만 강의를 준비하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트레바리를 알게 되면서 읽은 책들은 묘하게 내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거나 혹은 생각해보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풀어쓴 책이었다.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셔서 그런지 내가 교육학과라는 학과를 선택한 이유와 비슷한 이유에서 학문과 교육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직접 가르침의 행위를 하지는 않지만, 다시 태어나도 나는 지금과 같이 교육기관에서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싶을 것 같다. 공부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공부를 함으로써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지혜를 발휘할 수도 있다. 사유하는 사람은 사유를 위해 활동을 위해 필요한 시간을 떼어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교수님이 말하신 것처럼 나 또한 건강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것에 ‘왜’라는 물음표를 던지면 마지막에 나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왜 건강하고 싶으냐’라고 물으면 무엇을 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할 것이고 왜 또 그것으르 하고 싶은지 계속적으로 물어본다면 아마도 ‘행복’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이 일이든, 취미생활이든지 무언가 하는 동안,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쓰고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고를 반복할 것이다. 그 에너지가 닳아 공부를 할 수도 일을 할 수 없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어려울 때 나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다만 그 기간이 나에게 많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