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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Apr 23. 2024

부지런한 대충주의자

최근 '게으른 완벽주의'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란 완벽한 상태를 지향하기 때문에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완벽한 성향 때문에 준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든가, 완벽하게 해낼 자신이 없어서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한다. 각종 자기 계발서들은 이들에게 '뭐든 시작하라'라며 일침을 가다.


물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무언가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면 곧장 실행에 옮기는 편이라 '게으른 완벽주의자'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오히려 '부지런한 대충주의자'라고 해야 할까?

 캠핑을 시작한 일로 예를 들어보겠다. 코로나 시기 여행 다니는 것이 불편해지면서 '캠핑을 다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캠핑을 하려면 장비도 필요하고, 장소도 알아봐야 하는 등 준비할 것이 매우 많다. 캠핑 용품만 하더라도 종류가 워낙 다양하니 무엇을 사는 게 좋을지 결정하기도 어렵다. 그걸 고민하고 완벽하게 준비하는 동안 사계절이 지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오면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는다. 모든 장비는 캠핑 장비 대여업체에서 빌린다. 그리고 캠핑을 자주 가는 지인에게 장소와 메뉴 등을 추천받아 일단 무작정 떠난다.

직접 캠핑을 해보고 앞으로 계속 다닐 수 있을지, 나랑 잘 맞는지를 생각해 보고 꼭 필요한 물건과 없어도 되는 물건을 대충 생각한 후에 돌아와서 하나씩 구매를 한다. 캠핑 카페에도 가입하고 블로그에 검색도 해보지만 오래 볼수록 더 헷갈리는 듯해서 조회수 높은 글이나 최신 글 몇 개만 읽어보고 대충 준비한다. 그리고 하면서 점차 필요한 것을 보충한다.


누군가는 나의 실행력이나 도전정신을 칭찬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 또한 문제가 많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냅다 시작하다 보니 중간에 헤매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도 많고 그 과정에서 시간이나 경비가 더 드는 경우도 있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시작하는 사람에 비해 빨리 시작하니 초반에는 속도가 빠른 것 같으나 중간에 엉키고 꼬이는 바람에 지치고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애초에 잘 알아보고 시작했다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에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이란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었다.


 모든 일은 일정한 빈도로 결과가 나온다. 그러므로 어렵고 부질없고 가망 없어 보이는 일이라도 한두 번 해보고 그냥 포기하지 말고 확률게임 하듯 임해야 한다.


자주 시도하고 도전하지만 자주 넘어지기도 하는 내게 이 말은 위로가 되었다. 사실 요즘에는 제대로 알아보고 준비가 될 때까지 시도하지 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던 차였다. 실패도 두렵고  상처도 아프게 느껴지기만 했다. 그러나 오랜 준비 끝에 어렵게 시작하는 일도 의미 있지만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얻은 노하우도 값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확률 게임하듯 자주 여러 번 도전하기로 다시 마음먹었다. 단, 대충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되,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것들을 잊지 않아야겠다.


아무튼 완벽주의자도 대충주의자도 둘 다 문제가 있다. 시작은 대충, 마무리는 완벽하게 끝내는 이상주의자는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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