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시간은 많아졌지만, 오히려 손에 쥔 성과는 줄어들었다.
일할 때는 매일이 전투였다. 새벽에 수영을 하고 출근해서 평균 네 시간 이상의 수업, 상담과 업무를 쳐내고 퇴근 후에는 또 엄마로서의 하루가 시작됐다.
집안일, 아이들 돌봄, 그리고 짬짬이 읽고 쓰는 일까지.
몸은 늘 지쳤지만, 그 안엔 나름의 리듬과 몰입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휴직 중인 지금, 내 하루는 한없이 단순하고 여유롭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면 오전엔 운동을 하고, 점심을 먹고 조금 쉰 뒤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아이들이 돌아온다. 시간은 많지만, 더 이상 새벽기상도 하지 않고, 마음도 덩달아 풀어져버렸다.
대학 3학년 때가 문득 떠오른다. 그땐 수업 사이사이 과사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고, 저녁엔 편의점 야간 알바, 주말엔 과외까지 했다. 하지만 그해 성적은 대학생활 중 가장 좋았다. 시간의 밀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쪼개쓰고 아껴쓰고, 그래서 더 집중했다.
그때 배운 교훈이 있다. 시간이 없을수록 시간을 더 잘 쓰게 된다는 것. 반대로 시간이 많으면, 이상하게도 손에 잡히는 일이 없다. ‘나중에 하지 뭐’라는 생각에 계속 미루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지나간다.
여유는 좋다. 하지만 여유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약간의 긴장감과 계획이 필요하다. 휴직 후반전, 이제는 시간과 다시 친해지고 싶다.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로.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채우는 데 써보기로 다짐해본다.
바쁜 날이 그리워지는 이 아이러니 속에서, 나는 또 시간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