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금개혁을 곧 착수하겠지만 연금개혁으로 공적연금의 급여가 늘어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를 대비하여 정부는 이미 연금저축 및 퇴직연금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를 연금저축 기준으로 현행 400만 원(퇴직연금 포함 700만 원)에서 600만 원(퇴직연금 포함 900만 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생각하면 노후소득보장 체계에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은 수익률이 낮게 운영되더라도 세제혜택을 받으니 괜찮다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형 상품의 위험을 염려한 가입자들이 적극적 투자에 나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부는 7월 12일부터 퇴직연금사전지정운영제도(이하 ‘디폴트옵션’이라 함)를 실시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했습니다.
이렇게 디폴트옵션 제도가 시행되는 것을 앞두고, 금융회사 간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심각합니다. 제도 실시가 예ㆍ적금 중심의 안전자산에서 벗어나 수익률을 높이려는 데 취지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투자형 상품을 취급하는 자산운용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은 타깃데이트펀드(TDF)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TDF는 투자자의 예상 은퇴시기에 맞춰 설계하고 자산 배분 비율을 조정하는 펀드입니다(이상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퇴직연금사전지정운영제도 도입을 계기로 TDF 알아보기 참조).
TDF는 그야말로 알아서 운용해주는 펀드라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가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하여 비행하듯이 투자자의 예상 은퇴시기에 맞춰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를 설계하여 자산 배분 비율을 자동으로 조정합니다. 글라이드 패스는 한 번 정해지면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경제 및 금융시장의 여건에 따라 바뀝니다. 따라서 글라이드 패스를 운용하는 것이 자산운용사의 핵심 노하우이고 경쟁력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대신 상품별로 수익률, 수수료 및 보수, 개략적 자산 구성 등을 보여줍니다. 가입자는 가입할 때 이런 정보를 기초로 상품을 선택한 후에는 그저 연금자산을 맡긴 자산운용사를 믿으면서 수익률을 사후에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수익률은 자산운용사마다 다르고 같은 자산운용사라 하더라도 상품별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또한 장기에 걸쳐 운용하니 조금만 차이가 있어도 영향을 크게 미치는 운용보수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믿고 맡기면서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TDF를 평가하여 선택을 도와주는 펀드평가회사들이 있어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사들이 TDF의 불투명성, 거래의 불편 등 단점을 보완하고 보수도 낮춘 액티브형 TDF ETF를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이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TDF는 알겠는데…TDF ETF는 또 뭐죠? 참조).
그렇다면 이제 TDF ETF로 운용하면 되니 안심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선 수익률만 보더라도 2020년과 2021년에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펀드도 금년 들어서는 수익률이 급락한 것은 물론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금년 들어 수익률이 하락했으니 펀드를 바꾸거나 포트폴리오를 바로 안전자산 위주로 재구성하면 어떨까요? 일반적인 투자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되지만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연금을 그렇게 접근하는 것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래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펀드의 수익률이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아 크게 변동하더라도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구성되어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구성이 다양한 상황의 충격에 견디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면 장기적으로도 수익률 회복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TDF ETF를 통해 연금자산을 잘 운용하기 위한 핵심은 경제 및 금융시장의 변화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잘 선택하는 것입니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TDF나 TDF ETF 중 어떤 선택지를 선택하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떠한 선택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산운용사가 구성한 포트폴리오를 선택하기 위해 공부한다면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한 번의 공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며 금융시장의 흐름을 따라 갈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선택했다 하더라도 요즘과 같은 공포의 시기를 견뎌낼 자신감과 인내심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자산운용사의 TDF 상품이나 TDF ETF 상품을 선택하든 자신이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든 이제 공부는 필수라는 것을 알고 연금자산의 수익률을 높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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