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영화를 보겠다고 동네 극장에 갔는데, 키오스크에서 입장권을 인쇄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화면으로 예약은 확인되는데 인쇄 메뉴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아 발권하여 입장했지만 다시 간다 해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키오스크에서 발권하는 것은 다른 극장에서는 잘 하던 일이었습니다.
이런 일은 극장에서만 생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햄버거 매장에 주문용 키오스크가 설치된 지도 오래 되었고, 최근에는 회사 주변의 작은 커피전문점들도 대개는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시작한 조치로 보이는데,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더 빠르게 정착되는 것 같습니다.
집밖에서만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집안에서도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집안의 환기나 온도 조절은 물론 조명, 출입 등 많은 기능이 디지털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가전제품도 인공지능을 내장하고 있고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마트 능력이 없다면 집안에서도 불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불편과 손해가 따른다
더구나 금융거래 시에는 온라인 이용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금리가 달라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시니어들 대부분이 우대금리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기준 5대 시중은행에서 60세 이상이 비대면으로 적금에 가입해 우대금리를 적용받은 비율은 평균 19.4%였다고 하니 나머지 80.6%는 대면거래를 하여 손해를 본 셈이지요.
이렇듯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하여 디지털 환경에 적절히 적응하지 못하면 불편은 물론 경제적 손해도 볼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20 노인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시니어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56.4%로 2011년의 0.4%에 비해서는 크게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문자 받기/보내기와 같은 간단한 이용은 사용 역량이 높으나 금융거래와 같은 복잡한 이용은 사용 역량이 낮았습니다. 또한 연령이 많을수록 사용 역량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출처: 보건복지부(2021), 2020 노인 실태 조사, p. 11.
이렇다 보니 65세 이상 시니어의 74.1%는 정보제공서비스가 온라인 중심으로 이루어져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일상생활 속 정보화 기기 이용 시 불편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교통수단 예매, 키오스크 활용을 통한 식당 주문 등에서는 불편경험률이 60%를 넘길 정도로 높았고, ATM기기 이용, 카드 전용 상점 이용에서도 결코 낮지 않은 불편경험률을 보였습니다.
출처: 보건복지부(2021), 2020 노인 실태 조사, p. 11.
그러면 50대의 사정은 어떨까요? 60대의 시니어에 비해 50대의 정보화 기기 사용 역량은 확실히 더 높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2020 인터넷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50대는 인터넷쇼핑과 인터넷뱅킹 이용률이 각각 60.2%와 79.1%로 60대의 31.4%와 50.5%에 비해 높습니다. 그렇지만 50대는 40대에 비해서는 크게 낮고, 여전히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따라서 곧 60대가 될 50대도 정보화 기기 사용 역량을 더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스마트 역량을 키우는 것이 편리한 시니어 생활의 지름길이다
이렇듯 정보화 기기 사용 역량이 낮아 불편과 손해를 보는 경험에서 벗어나려면 우선은 마인드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움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도전해보는 마인드를 갖지 않으면 과거부터 갖고 있는 습성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스마트기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잘 살아왔다고 하는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이해하고 대처할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스마트기기는 네트워크 연결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누출될 리스크가 항시 존재합니다. 개인정보가 누출되면 보이스피싱 등 다양한 사기 시도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거나 알 수 없는 링크를 누르지 않는 등 몇 가지 수칙을 스스로 정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스마트기기를 가지고 있다고 저절로 스마트해지지 않으니 자신에게 필요한 적절한 앱을 사용해보면서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만약 직관적으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공부를 해야겠지요. 요즘은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설한 교육 프로그램도 있고, 유튜브 등 여러 매체에서 앱의 사용법을 소개하니 그를 통해 공부하고 조금씩 좋은 사용 경험을 쌓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이 싫어 아날로그적 삶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적 큰 흐름을 거슬러 가며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를 PC 배우기를 거부했던 세대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스마트기기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서 편리한 시니어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