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있는 이야기 2

모든 길이 너였던 날들

by 은빛루하

이 이야기는

“비로소 노에게 도착했다“

마크툽 – 비로소 너에게 도착했다


그 한 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결혼식장.

하얀 천이 하늘을 가리고, 천천히 흩날리는 꽃잎.

그가 서 있는 그곳, 그 옆에 선 나.

그리고 박수와 미소들.



우리의 시작은 눈 내리던 날이었다.

큰 키에 회색 코트를 입고,

입김으로 손을 녹이며 학교 정문에 서 있던 그 모습.

그 순간, 눈보다 그가 더 반짝였다.


자전거를 타고 교정을 가로지르던 뒷모습도,

먼 곳을 바라보다 나와 마주친 수줍은 눈빛도,

초록이 만연한 여름의 숲길을 걷던 모습도,

붉은 가로수잎이 뒹구는 가을길 위에서도,

내게 그는 늘 눈이 시리도록 빛났다.



그리고 그날의 약속.

“함께 있어야 우린 함께 빛날 수 있어.

영원히 나와 같이 있어줄래?”



그날의 약속은

우리의 미래를… 끝내 이루지 못했다.


“진심이야?”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지만,

이미 결정된 답은 단 하나였다.

나는 끝내 눈을 돌린 채 숨죽여 대답했다.

“응, 진심이야. 이제 난 혼자여도 괜찮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해.”



그 허무한 말들이 내뱉어지고,

마치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멎는 듯했다.

그날 내 입에서 나온 말들은

허공에 흩어졌다 사라졌지만,

나와 그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로 남았다.




그가 없는 일상은 여유롭고 자유로웠다.

만화책, 드라마, 게임, 소소한 행복들로 채웠지만,

왜인지 모르게 마음은 외롭고 추웠다.

추운 겨울도 아닌데 옷을 겹겹이 껴입고,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느닷없이 찾아오는 공허함.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반복되었다.


미치도록 그리웠다.


계절이 지나고 계절이 돌아와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조차 잊을 만큼.

그랬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곳에 서 있다.


꽃잎이 하늘에 흩날리고,

하얀 면사포가 바람에 부드럽게 날리는 이 순간.





눈을 뜨자, 나는 혼자였다.

꽃잎이 흩날리는 야외 카페 정원 한켠,

저 멀리 누군가의 결혼식을 바라보는 나.

그곳엔 밝은 미소와 행복한 웃음소리가 가득했지만,

내 귓가엔 그 모든 소음이 멀리서 들릴 뿐,

마음은 공허했다.

손끝으로 잔잔한 바람을 느끼며,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어디에도 그가 없음을,


그리고 그와 나눈 모든 시간이

마음 깊숙이 새겨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와 함께 걷던 골목길,

우산을 씌워주던 그의 손길,

그 모든 기억이 하나둘씩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날의 기억을 마음속에 간직한다.



결혼식장도, 그의 미소도,

모두 내 마음속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

비로소, 나는 내 마음의 끝에서

너에게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흩날리는 꽃잎 속에서

나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비로소, 나는 나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를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움은 여전히 마음 한켠을 파고들었지만,

그 기억마저도

이제는 나를 견디게 하고 살아가게 했다.


나는 알았다.


너를 잊는다는 건,

너와의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품은 채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그렇게 나는,


너 없는 오늘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