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노래가있는이야기

더없이 파란 날의 굿바이

by 은빛루하


더없이 파란 날의 굿바이

굿바이 굿바이

조심히 가세요 잘 살펴보고요

더 슬퍼하지는 마요

굿바이 굿바이

날 알아봐 주던 사랑

꿈에서도 만날까요

안녕을 바랄게요


모티브 : 위아더나잇(We Are The Night) - Good Bye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라는 알람이 진동하는 겨울 아침이다.

창밖으로 바라본 하늘은 더없이 파랗다.

당신은 오늘 먼 길을 떠난다고 했다.

내가 닿을 수 있는 거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멀기만 했다.

비행기 창가 너머로 당신이 바라볼 하늘도 지금처럼 저렇게 파랄까?




분주한 움직임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병원 로비를 지나쳤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내 심장 소리는 좁은 공간을 채울 만큼 크게 쿵쿵거렸다.

모진 시간을 지나온 당신은 어쩌면 깊은 잠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마음으로 당신을 생각하고, 그저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는 일 뿐.

문을 열자 창가로 스며든 햇살이 당신의 얼굴 위로 내려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잠든 고요한 모습을 마주한 순간, 안도감과 함께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졌다.

가만히 당신의 손을 맞잡았다.

마주친 찰나의 눈동자 속에는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이 햇살처럼 어른거렸다.

우리가 나란히 걷던 시간들.

우리가 함께 맞이했던 푸른 새벽들.

우리가 마주 보았던 그 모든 바람들.

그 모든 조각을 다시 함께할 수 있다는 소망을 담아,

당신의 손을 꼭 잡았다.

어느새 차가웠던 내 손끝이 당신의 온기로 서서히 채워지자,

요동치던 심장 소리는 잠잠해졌고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은 더욱 따스해졌다.


그해 겨울, 당신과 나는 온전히, 그리고 영원히 함께였다.




당신이 이제 아주 멀리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디 조심히 가세요.

가는 길 잘 살피고요.

나 때문에 더 슬퍼하지는 마요.


다시 창밖을 본다.

하늘은 여전히 더없이 파란색이다.

어느 잡념도 끼어들 틈이 없는, 맑고도 맑은 날.


날카로운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던 마음도,

하늘에서 눈이 되어 쏟아지던 무거움도,

모두 사라진 채 오직 파란 빛깔만 남은 날이다.

이토록 시린 날에는,

그저 따뜻한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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