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종착지였음을 '정준일_안아줘'
모티브 : 정준일 '안아줘'
[더 시즌즈-박보검의 칸타빌레] | KBS 250314 방송에서 가져온 곡입니다.
갈대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누웠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올려다본 하늘에는 구름이 겹겹이 검은 물결을
이루고, 그 물결은 바람을 타고 재빨리 자리를 옮긴다.
너는 온몸으로 이 휘몰아치는 흐름에 정면으로
부딪는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이 거리감은,
서로의 사이에 깊은 간극을 만들어낸다.
쉼 없이 흔들리는 마음들 속에서,
너는 차라리 휘몰아치는 이 바람을
그대로 두고 싶었다.
끊임없이 걷다 보면, 시작은 비록 기억나지 않더라도
끝은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너는 그렇게 생각했다.
온몸을 흔들며 지나가는
이 바람에게도 분명 종착지는 있을 터였다.
그 종착지가 어디인지 알 수만 있다면....
너는 흩날리는 머리칼을 오른손으로 꽉 움켜쥐고,
머리를 단단히 묶는다.
그리고 너는 깨닫는다.
너는 늘 시작점에 서 있었음을.
어쩌면 그토록 찾아 헤맨 종착지 또한
다시 시작점이었음을.
그리하여 겨울의 한복판,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폭설주의보가
세상을 덮어버린다 해도,
당신이 너를 안아준다면.
너는 기꺼이 늘 그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