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월 Sep 29. 2021

나의 본부장님

웹소설 상상 로맨스

나는 종이책을 더 좋아한다, 아직까지는.

가볍고 유쾌 발랄한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사연 있고 우울한 분위기의 주인공에게 조금 더 끌린다. 

그것은 실제로 사람을 만날 때도 그런 것 같다.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여 책을 주문해서 받으면, 내돈내산이면서도 깜짝 선물 받은 것 마냥 방방 뛰며 오버하는 약간 도서 변태 같은 면도 있다. 종이책 냄새가 너무 좋다.

그래서 나는 그 예전의 인터넷 소설도 요즘의 웹툰이나 웹소설도 찾아본 경험이 거의 없다.

책은 종이로 된 실물이어야지!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새로 나온 책을 구경하다가 웹소설에 관한 책들이 여러 권 출간된 것을 본 계기로 포털에서 검색해 보았다.

얼마나 재밌는데?

제일 재미있는 걸로 한 두 편 내가 읽어보겠어.


처음엔 오글거려서 몇 화 넘기지 못하고 잊고 지났다.

문학 소설에 익숙한 내가 처음 접한 웹 로맨스 소설은 속도도 너무 빠르고 오글거리는 대사로만 페이지가 거의 채워져 있거나 개연성을 따지고 들자면 막장 드라마는 명함도 못 내밀 듯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인기일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다른 플랫폼에서 또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찾아보았다. 멋진 표지 일러로 첫 페이지에서 화려하게 홍보하는 작품 아니어도 페이지 구석구석 그냥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우연히, 어떤 신인 작가분의 너무나도 소중한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너무 취향이라서 그 작가분의 다른 작품도 읽고자 문의를 드리니, 신인이고 첫 작이라고 하셨다. 세상에 그럴 수가! 웹소설에 대한 편견이 깨졌고, 나는 매일 그분의 연재 시각을 기다리는 독자가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비밀!


상상연애가 시작되었다!

이것저것 둘러보던 중에 유치하네, 쯧쯧하며 한 회 읽어 본 것이 2회가 되고 3회가 되고......

어머낫. 어느새 나는 여자 주인공을 제치고 그 남주 본부장님과 연애를 하고 있었으니!

웹소설의 분위기를 살펴보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나에게 벌어진 것이다.

요즘은 연예인도 그렇게 좋아해 본 일이 없구만.


가끔 화제의 드라마가 끝나면 바로 친구들과의 메시지 창이 활기를 띤다.

남자 주인공의 멋진 목소리와 외모 찬양으로 시작해 결론은 이번 생은 글렀다와 저런 남자 없다와 다이어트로 흐른다. 

그러나 친구들의 한탄과 달리 나는 행복하다! 

나는 돈 많고 키 크고 완벽한 근육에 얼굴은 모든 여자가 좋아하게 생긴, 까칠 차도남 스타일의 본부장님과 연애 중이기 때문에.


나의 본부장님은 어차피 현실에 없다.

내 머릿속에만 있다. 당연히 내 상상 속에선 나도 사랑받는 멋진 여주이다. 그러니 질투나 시기할 일도 없다.

어차피 본부장은 나한테 넘어오게 돼 있어!


상상을 끝내고 돌아오면 현실 자각에 더 우울하지 않을까 걱정되시나?

아니. 

이상하게도 전혀 그렇지가 않더라. 

처음부터 실재하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연예인과 다르게 소설 주인공은 실물을 접할 수 없다. 

똑같은 문장을 읽었지만 독자의 머릿속에 주인공은 그걸 읽은 사람의 수만큼 다르게 그려진다.

내가 만든 상상 속의 내 연인은 단 하나!

내가 집중할 때만 살아 움직인다.

현실에 있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보다 상상 로맨스가 더 유쾌하고 행복 회로가 돌더란 말이다.

어차피 이 세상에 내 이상형이나 내 본부장님 같은 사람은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전제 깔고!


듣다 보니 안쓰럽고 슬프신가?

괜찮다, 나는.

나는 조금 있다가 또 나의 본부장님을 만나러 간다. 

하하하!


#있는줄도몰랐던#본부장님소유욕#집착녀#바로나?


작가의 이전글 (지금은) 익 명 시 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