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lvermouse Jun 06. 2020

호텔 재개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호텔 서비스

미국 경제가 서서히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식당과 상점 그리고 호텔들도 하나둘씩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날씨가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5월부터 시카고 도심을 떠나 산과 호수, 자연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주말 ‘여행’을 떠났다. 숙식을 해결하지 못하니 아침에 출발해 저녁엔 바로 집에 돌아와야 되는 짧은 도시 탈출이었다. 자연 속에 좀 더 머무르고 싶을 때마다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이번 주말, 우린 몇 달만에 좀 멀리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물론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를 타고서. 이번 글에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호텔 서비스, 조금 어색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새로 도입된 서비스 절차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리셉션에서 건네주는 무료 마스크

최근 맥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인의 단 23%만이 코로나 바이러스 후 첫 여행지로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비행기, 기차를 탈 용기는 없으니 차를 끌고 갈 수 있는 여행지를 찾을 것이라는 것인데,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는 시카고에서 북동쪽으로 6시간 차를  타고 이번 주말 여행지인 북부 미시간 호숫가에 있는 Inn at Harbor Bay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재개장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되었었는데, 입구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는 안내문과 함께 손세정제가 비치되어 있었고, 호텔 리셉션에선 마스크가 없는 고객을 위해 무료로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정도는 예상했던 변화였기에, 크게 당황하지 않았었는데, 호텔 방에 도착한 후 서비스 전반의 변화들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샹들리에와 함께 호텔 로비를 장식하는 마스크 착용 안내문과 손세정제


TV 리모컨은 일회용 비닐로

호텔방에 체크인을 하고 방을 한번 확인하니, 코로나 바이러스 전에는 없던 몇몇 아이템들이 눈에 띄었다. 청소용 항균 물티슈, 그리고 일회용 비닐 속 보호된 TV 리모컨. 호텔에선 매일 TV 리모컨을 위한 새로운 일회용 비닐을 제공하고 있었으며, 투숙객이 체크아웃을 하면 일회용 비닐을 교환함으로써 사람들의 손이 많이 가는 리모컨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를 막고 있었다. 뭐, 이 정도쯤이야. 큰 불편은 아니었기에 "신기하다. 바이러스 차단에 신경 많이 쓰는구나" 했었다.

바이러스 전파 차단을 위한 일회용 비닐과 청소용 물티슈가 호텔방에 비치되어 있다.


문 앞에 배달된 생수

호텔방에 새롭게 비치된 것들이 었었다면, 평상시 호텔방에 흔히 비치되어 있던 생수병들은 사라졌다. 호텔방 구석구석 열심히 찾아봐도 어디에도 생수병은 없었다. 우리는 처음 호텔에서 실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리셉션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생수가 비치되지 않았던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방책이라는 것. 호텔에선 더 이상 생수를 호텔방에 비치하지 않고, 대신 고객이 요청 시 방으로 배달해준다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음,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생각을 했었다. 큰 변화들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다음번엔 체크인할 때 리셉션에서 생수를 몇 병 받아와야겠다는 생각 정도?


그런데 생수 배달 서비스에서 예상했던 것 이상의 큰 변화들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 초인종이 울렸다. 그런데 문을 열었을 때는 생수를 들고 우리를 반겨줄 호텔 직원 대신 비닐봉지 속 생수병들이 문 앞에 버려진 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초인종 소리만이 호텔 직원이 왔다 갔다는 인적을 남겼을 뿐, 호텔 직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서비스의 변화들이 있을지를 그제야 실감하기 시작했다.


2015년 일본에 세계 최초로 개장했던 로봇 호텔에서 2019년 1월 로봇들의 절반을 '해고'했었다는 재밌는 뉴스를 접했었는데, 해당 로봇 직원들이 필요로 한 세상이 오는 것일까 와이프와 불안한 마음으로 농담을 했다.


문 앞에 놓고간 생수병들. 방긋이 웃어주는 호텔 직원과의 대면 기회는 더이상 없는 것일까?


방 청소도 일부 셀프서비스

방 청소에도 변화가 감지되었다. 예전엔 고급 호텔일수록 깔끔히 정돈된 침대 시트, 종류별로 반듯이 접힌 타월들, 미처 정리하고 나오지 못한 옷도 접어주는 호텔 룸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후 예전에 기대할 수 있었던 호텔 서비스는 더 이상 바라지 못하게 된 것 같다. 호텔의 청소 청결도는 높아진 것 같으나, 청결을 위해 타월 정돈, 추가 침구류 정리 등은 셀프서비스가 되어 버렸다.


호텔 직원이 타월들을 다루지 않고, 대신 세탁실에서 밀봉된 상태로 개별 호텔방에 배달이 된다. 봉투에서 타월을 빼고 정리하는 것은 투숙객의 업무(?) 방 청소에 일정 부분 셀프서비스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예쁘게 정리되어 있던 타올들은, 세탁실에서 나온 원상태로 개별 호텔방에 배달된다.


제발 마스크 좀 사용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기 위해 호텔에선 소소한 아이템들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리셉션 데스크에서 마스크를 무료로 제공함은 물론, 식당에선 ‘당신의 마스크를 위해 (For Your Mask)’라고 적힌 종이봉투를 제공함으로써 식사 중 마스크가 오염되거나 분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미국에선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러한 고객들에게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질타하지 않고 대신 간접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기 위한 노력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식사 시간엔 어린이의 도화지가 되어주는 ‘당신의 마스크를 위해 (For your mask)’ 봉투

코로나 바이러스 후 재개장한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절차와 문화에 많은 변화와 노력이 보였다. 고객 입장에선 약간의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한 노력인 것. 마땅히 받아들이고,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가 되길 바랄 뿐이다.


그렇지만 바이러스로 인해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호텔 방에서 보이는 미시간 호수 위로 지는 석양은 아름답기만 하다.


변하지 않는 미시간 호수 위 석양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