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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May 25. 2020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이유

올해도 가족여행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까?

2017년 MBA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전통'이 생겼다. 새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과 함께 여행지에서 맞이한다는 것. 미국에서의 경영 컨설턴트는 연말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신년까지의 1-2주 기간만큼은 대게 안정적으로 휴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작된 연말 가족여행의 전통. 황금 같은 시간에 가족이 함께 똘똘 뭉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지역을 탐방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가족만의 시간으로 만들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여행이 어려워진 지금, 이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론 2021년 새해 여행을 벌써부터 준비하며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진 세상과 어떤 추억들을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해보게 된다.


가족여행 ‘전통 시작

Bonne Anne! 매년 1월 1일은 가족과 함께 여행지에서 맞이하고 있다. 2018년 파리, 2019년 부다페스트, 2020년 부산.


첫째 딸 윤서가 만 두 살 때 시작된 이 가족여행의 전통은 둘째가 태어난 2019년에도 실행으로 옮겼다. 100일도 채 안된 신생아를 데리고 시카고에서 서울로 건너왔고, 12월 말엔 새해맞이를 위해 서울 할아버지 집을 떠나 굳이 '타지'인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아기를 데리고 비행기 타는 거 힘들지 않아? 어차피 기억도 못 할 텐데..."

지인들로부터 이런 질문들을 종종 받기도 한다. 이 글에선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이유를 아빠 관점에서 써본다.


사실 아이와의 여행은 극기 훈련입니다만라는 글에서 와이프는 자신의 관점에서 우리가 아이들과 여행하는 이유를 썼다. 재밌는 것은, 가족여행을 다녀와서도 비슷하게 느낀 부분이 있지만, 서로 다른 관점을 갖게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여행을 가면 아빠는 '슈퍼맨'이 될 수 있다

여행을 가면 딸들에게 있어 아빠의 역할과 비중은 자연스럽게 커진다. 물론 아빠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생각해보자. 아빠가 아이들과 신체적 교감을 하고, 장난을 치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많은지.


여행지에 도착하기도 전 아빠에겐 아이들의 '슈퍼맨'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주어진다. 아이에겐 너무 무거운 짐가방을 아빠는 단숨에 들어줄 수 있고, 더 나아가 아이를 캐리어 위 또는 트롤리에 태워서 놀아준다면 아이에게 아빠는 '슈퍼맨'으로 보일 것이다. 아이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없지만 새로운 환경이기에 더 해보고 싶은 것들을 아빠가 도와줄 수 있다면? 이것보다 쉽게 아이에게 사랑받기 쉬운 일들은 없을 것이다.


여행지로 이동 중간중간 아빠가 '슈퍼맨'이 되는 순간들

 

아이는 여행지 이름은 잊어도, 함께 눈사람을 만든 것은 기억한다

"어차피 기억도 못 할 텐데..." 맞는 말이다. 아이는 자신이 마추픽추 정상에서 알파카와 숨바꼭질을 했다는 것도, 파리 개선문에서 새해 불꽃놀이를 봤다는 것도, 두브로브니크 성벽에서 이탈리안 커플과 아이스크림을 나눈 것도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 기억들은 어른인 나에게 인상이 깊었던 기억일 뿐, 아이에겐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들 또한 기억하는 아빠와의 추억들이 있다.


아이의 기억속에선 이미 사라진 여행지들


"아빠랑 만든 눈사람은 올라프처럼 잘 지내고 있을까?" 디즈니의 프로즌 영화를 보던 중 딸이 물었다. 밖에 눈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데, 갑자기 무슨 눈사람 얘기인가 궁금해져 물어보았다.

"윤서야 무슨 눈사람 말하는 거야? 아빠랑 만든 눈사람이 어디에 있다는 거지?"

"아빠랑 산에서 만든 눈사람. 커다란 트리 앞에 만든 눈사람."


만 3세, 벌써 이년 전 일인데 윤서는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아빠와 함께 눈 오는 겨울, 알프스 산에서 함께 넘어지고 뒹굴어가며 커다란 눈사람을 굴리고 굴려 만들었던 눈사람을. 물론 아이에겐 2년 전의 일이었다는 것도, 그곳이 알프스 산이었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아이의 기억속에 세겨진 알프스 산맥의 "아빠랑 만든 눈사람". 아이의 소원대로 엘사의 마법의 힘을 빌려 올라프 처럼 뜨거운 여름을 버티고 기다려주고 있을까?


그렇다. 시간이 지난 후, 아이는 자신이 다녀온 여행지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소소한 순간순간들을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해준다면, 아이는 그곳에서 느꼈던 아빠의 사랑과 추억은 기억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의 '전통'이 유지될 수 있을까?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하고 2021년 새해를 가족과 함께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콜로라도 로키 산맥의 Vail. 올 연말 내가 희망하고 있는 가족 여행지이다.



이 글을 쓴 사람 'Droneboy'는,

한국에서 스타트업과 경영 컨설팅을 경험한 후 미국 Chicago Booth MBA를 졸업했습니다. 현재는 미국 시카고에서 아내 'Silvermouse'와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으며, 경영 컨설팅 일을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한 때 작가가 꿈이었는데, 브런치를 통해 나의 일하는 이야기, 가족 이야기, MBA 경영 지식 소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명 '드론 보이'는 드론을 가지고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 저를 위해 아내가 만들어준 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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