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가설
우리의 시각은 앞에 있는 모든 사물과 공간을 동시에 본다는 듯한 착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에 하나의 지점만 명확히 볼 수 있고, 나머지는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희미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현재 위치의 모든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우리는 바로 전 순간 중심 시야에서 뚜렷하게 보고, 머릿속에 그 이미지를 저장한 후 현재 시야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이미지와 순간적으로 겹쳐서 인지한다. 마찬가지로, 현재 보고 있지 않지만 몇 초 전에 본 공간의 이미지를 현재 보고 있는 공간에 덧붙여 마치 360도 전체 공간의 구조를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기 시절부터 끊임없는 인지 실패와 훈련을 통해 얻은 정보가 실제로는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인지하지 못하는 모든 것의 공백을 채워준다. 그래서 우리는 별도의 노력 없이도 복잡한 공간 안을 미리 계획을 세우거나 탐색하지 않아도 쉽게 돌아다닌다. 이 기억에는 단순한 모양과 색상뿐만 아니라 움직임의 패턴과 그에 따른 논리까지 포함되어 있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간헐적인 정보를 합성하여 완벽한 현실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살아간다. 이는 적은 자원을 사용하여 현실을 이해하는 매우 효율적인 과정이다.
자, 그렇다면 왜 우리는 파리를 잡지 못할까? 최근 들어 나이가 들면서 점점 파리를 잡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가설은 파리가 우리의 움직임 패턴을 익히면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동이 굼뜨고 낙천적인 파리가 우리의 파리채에 맞아 저 세상으로 갈 때마다 생존의 법칙이 매우 빠르게 적용되어 진화의 주기가 매우 빨라진 것이 원인이다. 특히 우리가 야외에서 바비큐를 할 때 그들의 진화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은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주변을 인지하는 인지 센서의 주기가 느려져서 상대적으로 파리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센서의 주기가 느려져도 우리는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다. 이는 우리의 몸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적은 인지 자원을 활용하여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돌아다니는 파리 때문에 생기는 문제보다 에너지를 절약하여 얻는 혜택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러므로, 우리 집 파리가 너무 빨라져서 잡기 힘들다고 불평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주어진 남은 인생의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중복되지 않은 정보만을 받도록 최적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얻어진 추가 에너지는 삶을 더 오래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