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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으니까 아름답다

세상 모든 가설

by 스페이스댕


뉴질랜드에서 보는 밤하늘은 별 때문에 참 아름답다.

별 보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티베트나, 남미 다음으로 뉴질랜드에 오고 싶어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별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내가 그 별에서부터 먼 시공간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가까이 간다면 아름답다는 형용사대신 타 죽을 것 같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우리는 멀리 있고, 시간이 걸리고, 닿기 힘든 곳에 있는 것일수록 더욱 아름답게, 크게, 멋있게 보게 된다. 이런 현상은 단지 별을 바라볼 때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과일이 쌓여있는 선반에서 항상 멀리 있는 사과가 더 크고 신선해 보인다. 그래서 굳이 손을 선반안쪽에 그리고 반쯤 가려진 놈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는다.


국내에서만 살다 보면 멀리 있는 외국이 더 살기 좋아 보인다. 심지어 외국에 살다가 그곳의 불편한 점을 비로소 느끼고 다시 귀국하여 살다가도 금세 외국생활이 그리워진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이고.


아이들은 시간적으로 먼 곳에 있는 어른이 되었을 때의 생활을 동경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옛날 그때가 좋았지라고 얘기한다. 우리가 여행을 가게 되면, 막상 여행지에서보다 여행을 즐기는 상황으로부터 먼 시간 떨어져 있는 시점인, 여행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시간이 더 흥분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인간의 신기한 능력이다. 아름답지 않은 것을 아름답게 보는 능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도하게 해 준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분명 귀찮고 힘들고 위험한 일이 따라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시도조차 않을 일을 일단 저지르게 해 주니까.


만약, 사람에게 이러한 메커니즘이 없었다면, 나는 현재의 장소에 있지도, 이러한 일도 하고 있지 않았으리라. 사과도 선반앞쪽에 있는 것을 고를 것이고 등산도 산밑퉁이에서 즐길 것이며 새로운 것을 배우지도 않을 것이다.


막상 시작하면 그때서야 보이지 않던 불편하고 힘들고 어려운 것들로 내 결정을 곧 후회하게 되지만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다. 멀리서 바라볼 때 그것을 아름답게 보이게 했던 진정한 이유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거다. 그때부터가 진짜 내 관점의 선택이 그 일을 잘한 것으로 만들 수도 후회되는 일로 만들 수도 있다.


멀리 있는 것을 아름답고 더 멋진 것으로 보는 능력은 결국 나의 관점을 바꿀 기회를 주는 하나의 메커니즘이었던 것이다. 이 메커니즘이 시간을 들여가며 세상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들고 그래서 세상을 이해하게 하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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