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이블, 하나의 테이블에서 전해지는 네 개의 이야기
커피, 차. 이들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장과 숙성, 로스팅과 발효, 추출과 우리기.
다양한 조건들이 맛을 결정하기 위해 동원된다.
하지만 똑같은 차를 맛보더라도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냐에 따라 감미로운 향이 입 전체를 감싸 코를 통해 나올 수도 있고, 날카로운 신맛이 혀 중앙부를 내리칠 수도 있다.
오전 열한 시, 유진(정유미)과 창석(정준원).
아직은 수줍은 햇살이 테이블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다.
에스프레소와 맥주. 과거 사랑스러운 연인이었지만 이젠 톱스타와 평범한 회사원으로 만난 그들의 아색한 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에스프레소, 짧은 순간에 커피를 추출하여 그 어떤 커피보다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상쾌하고 시원하게 톡 쏘는 맥주와는 다른 매력.
옛날 다정하고 섬세했던 전남친을 기대하고 만났던 유진과는 다르게 창석은 '톱스타'로서의 유진과 찌라시 사실 여부만 궁금한가 보다.
오후 두시 반, 경진(정은채)과 민호(전성우).
햇살도 그들의 숨겨진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 어느 때보다 열을 내보인다. 햇살 덕인지 경진의 얼굴은 화사하게 빛나지만 역시나 서운한 기색은 감출 수 없나보다.
두 잔의 커피와 초콜릿 무스케이크.
케이크 위엔 까만 속살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하이얀 가리개가 층층이 쌓여있다.
서로를 알기엔 충분치 않았던 하룻밤. 하지만 서로에게 빠지기엔 너무나 충분했던 찰나였다.
비록 공백은 길었지만 한시도 빠짐없이 그대를 생각했다는 증거로 시계를 비롯한 선물들은 경진의 마음을 돌리기엔 안성맞춤이었나 보다.
커피의 쓴맛을 중간 중간 끼어들어 완화시켜주는 무스케이크처럼 그들의 관계 또한 달콤쌉싸름 해질 듯한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오후 다섯 시, 은희(한예리)와 숙자(김혜옥).
이젠 해도 지쳤는지 저만치 멀어져 그림자만 남겨 놓았다. 하지만 긴장인지 여유인지 모르는 두 여인의 묘한 상황에 흥미가 있는지 흘깃 눈길을 건낸 채이다.
가짜 모녀, 결혼 사기라는 앙큼한 인연으로 만난 둘이지만 둘 사이의 눈빛엔 어딘지 모르게 '진심'이 서려있다.
에스프레소 위에 낙차를 두어 우유를 떨어뜨리고 그 위에 아름다운 자국을 찍어낸다.
좋아서 만난다는 것, 당연하지만 요즘 세상엔 그 당연한 것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오후 아홉 시, 혜경(임수정)과 운철(연우진).
이제 그들에겐 은밀한 달빛만 시선을 보내올 뿐이다.
뜨거웠던만큼 식고 난 뒤 온도는 더 차갑게 느껴진다.
알면서도 후회할 선택을 하는 것이 삶이란 것일까.
결혼 앞에 흔들리는 혜경과 잡고 싶지만 잡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운철.
식어버린 커피와 홍차만이 그 관계의 앞날을 예언하는 듯하다. 식은 차는 나름대로 맛이 있어 끌리긴 하지만 그 맛과 향은 진가를 잃은지 오래다.
혜경은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입을 대려 하지만 운철은 맛을 봐도 실망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알았나 보다. 그 맛과 향은 이젠 기억으로 묻어둔 채 마지막이라는 인사를 건낸 뒤 각자의 길을 걷는 창 밖 둘의 실루엣은 씁쓸할 뿐이다.
같은 테이블 위에서 나오는 맛이지만 그들의 맛은 너무나 다르다.
당신의 맛은 어떨까?
영화를 통해 네 가지 맛을 엿듣고 당신만의 맛을 찾을 기회를 만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