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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Feb 01. 2024

에필로그(파리 31일 여행 경비)

39. 32 days in Paris






파리에 온 지 28일이 지났고 이제 남은 사흘뿐입니다.

한 달이 다 되어가니 메트로 플렛폼의 광고판 내용도 바뀌어 가는 게 보입니다.

불시에 하는 나비고 패스 검사도 여러 번 경험했지요.

사진이 부착되어 있는지까지 꼼꼼하게 보더군요.

 

한 번 더 가보고 싶었던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에 다시 가서 베르트 모리조의 그림도 보았고 앞니가 빠진 지킴이 할머니와 안 되는 대화를 했던 발자크의 집도 다녀왔습니다.

바토무슈를 다시 탈 생각은 없었는데 날씨가 맑아서 국내 여행 사이트에서 티켓을 구매하였습니다.

현지에서 구매하면 15유로인데 국내 여행사에서는 그 1/3 가격인 7000원 정도입니다.

파리 물가를 감안할 때 센강 유람선을 한 시간 동안 타는 값으로는 정말 저렴합니다.

해질 무렵 보트를 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하루 전 날, 짐을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파리에서 구입한 것은 도록과 프린트된 그림 몇 장과 에코백이 전부입니다.

필요에 따라 바꾸어놓았던 가구를 원위치시키고 욕실 청소도 꼼꼼하게 했습니다.

물론 값을 치르고 주고 빌렸지만 내가 머물렀던 공간이고 누군가의 소중한 집이기에 늘 청결하게 청소를 하고 최대한 처음 모습으로 만들어 놓은 후 떠납니다.

청소를 마친 후 샤틀레 역에서 RER A를 타고 생 제르망 앙 레라는 근교 마을을 다녀왔지요.


드디어 떠나는 날이 왔습니다.

파리에서 비행기가 출발하는 시간은 저녁 9시 반인데 숙소 체크 아웃 시간은 오전 10시.

호스트에게 오후 5시까지 짐을 보관해 줄 수 있느냐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프레드는 당일 체크 인 하는 게스트가 없으니 편하게 있다가 가도 된다며 친절한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쓰레기도 모두 버리고 남은 밥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놓고는 메트로를 타러 갔습니다.

파리 시청역에서 내렸지요.

걷다 보니 처음 보는 큰 건물이 보였습니다.

'저건 뭐지?'

그렇게 구석구석 다녔는데 아직도 모르는 곳이 있구나 싶습니다.

그곳은 쌩 퇴스타유 성당(Eglise Saint Eustache)이었어요.

그야말로 그냥 걸었어하다 보니 몽트뢰히 시장, 고문서 박물관, 퐁피두, 사마르탱 등 익숙한 장소들이 여기저기서 툭툭 부딪힙니다.     




파리 시청
쌩 퇴스타유 성당
성당 앞 조형물


몽트뢰히 시장
고문서 박물관




2시가 좀 넘었을까요?

숙소에서 잠깐 쉬다가 공항으로 갈 요량으로 메트로를 탔지요.

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서행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지하철은 벨빌 역에서 안내 방송과 함께 전 승객이 하차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 백 명의 승객들과 함께 지상으로 올라오니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모르는 낯선 외곽 동네입니다.

그곳은 아프리카계의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 숙소를 찾을 때 제외시킨 곳이었습니다.

구글맵스로 버스를 찾아보니 숙소 근처까지 가는 20번 버스가 25분 후에 있더군요.

하지만 버스 정류장에는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시간 여유는 많지만 약간 초조하기도 하고 혹시나 싶어 메트로로 들어갔더니 다음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또 떼지어 올라오더군요.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갔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25분 후에 온다던 버스는 이미 도착해 있고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을 밀며 승차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기사가 카드 리더기가 없는 뒷문을 열어주었고 가까스로 탈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 돌아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검색을 해보았지요.

그날, 11월 11일은 파리 휴전의 날 기념일로 공휴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1918년 11월 11일 오전 11시, 휴전 조약이 발효되고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무기를 내려놓은 순간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일인 것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선문 아래에 있는 '무명용사'의 무덤의 영원한 불꽃 앞에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흰색, 파란색 화환을 헌화하고 기념식을 가졌더군요.

게다가 2023년은 개선문 아래에 꺼지지 않는 불꽃을 만든 지 100주년이 되는 해로, 특별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메트로 일부 구간이 미운행한다는 보도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숙소 키 반납



날씨 때문에 우울했지만 돌아보면 많은 게 고마웠던 파리였습니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메트로의 안내방송도, 집 옆 타바코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들이 건네던 인사, 잘생긴 고깃집 청년, 키가 작은 빵집 할머니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습니다.

센 강 벤치에 무연히 앉아있던 시간이나 우연히 들어갈 수 있었던 에콜 데 보자르, 작은 성당 등 만족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사소함에서도 충분하다는 것을 배웠지요.

다치거나 아픈 곳 없었음에 감사했습니다.

1센트도 잃어버리거나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은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만 장의 사진을 찍었어도 한 장이라도 맘에 들면 만족한 것처럼 단 하나의 문장이라도 독자들에게 위안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믿음이란 얼마나 든든한 재산인가요?

흥미롭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업로드하자마자 라이킷을 눌러주신 독자들의 믿음에 감사합니다.

한분 한분 언급하며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그냥 제 맘에 두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챙겼지만  피카소 미술관, 메종 드 발자크, 필하모니 드 파리 음악회 등 빠진 게 많으네요.

읽는 이는 별 것 아닌 서른 아홉 편의 글을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지만 숙제를 다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게 여행 경비입니다.

1박에 수백만원 하는 숙소에 묵으며 350유로 짜리 디너 코스를 먹고 에르메스 매장에서 쇼핑한 물건을 언박싱하는 재미로 여행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16인실 도미토리에서 자고 자전거로 이동하는 여행자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듯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과 삶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필자의 경우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은 문화 예술 분야입니다.

그것을 감안하시고 아래 파일을 참고해 주세요.

만일 한글 파일이 열리지 않는데 궁금하신 분은 댓글로 요청하시면 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음 브런치 글에서는 100일 남짓 다가온 5월의 새로운 여정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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