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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영풍 MBK 경영권 분쟁의 법적 쟁점 3

상법 제369조 제3항의 판단 시점

by 심재우 변호사


안녕하세요.

믿음직하고 친절한 법률 파트너, 심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대표 심재우 변호사입니다.


지난 글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하여, 가장 최근에 있었던 가처분 사건의 쟁점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요약하면, 고려아연이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이용해 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무력화시켰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고려아연의 공격에 대해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어떠한 대비책을 세웠는지, 법원에서는 어떠한 항변을 했는지, 그리고 법원은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영풍과 MBK 파트너스의 항변을 배척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차 가처분 결정의 요지,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주식회사의 경우에만 적용이 된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려아연은 상법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이용하여 영풍의 의결권을 무력화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해외 손자회사인 SMC로 하여금 영풍의 주식 10.33%를 취득하게 했지요.

그로 인해 아래 그림과 같은 순환 출자 고리가 만들어졌습니다.


고려아연 SMH SMC 영풍 순환 출자 고리.png


하지만 1차 가처분에서 법원은 위 고리 중 SMC가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라는 점을 들어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에 고려아연은 다시 SMC를 고리에서 제외하는 작업을 수행했고, 아래 그림과 같은 구조(모두 주식회사로만 이루어진 순환 출자 고리)를 만들어 결국 영풍의 의결권을 무력화시켰지요.


고려아연 SMH 영풍 순환 출자 고리.png






1차 가처분과 2차 가처분 사이에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취한 조치, 영풍의 자회사 설립


1차 가처분 결정일은 2025년 3월 7일, 2차 가처분 결정일은 2025년 3월 27일이었습니다.

그 20일 정도 사이,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시도한 것은 “영풍이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주식 전액을 출자해서 별도의 자회사(YPC)를 설립”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려아연 주식 출자를 통한 자회사 설립.png






영풍이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주식 전액을 출자해서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하면(즉 자회사가 고려아연의 주식을 보유해서 의결권을 행사하면) 상호주 제한을 벗어날 수 있는가?


상법 제369조 제3항을 자세히 보면, 의결권이 제한되는 것은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 주식의 의결권이지, ‘다른 회사의 자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 주식의 의결권이 아닙니다.



제369조(의결권) ③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말이 복잡한데, 사안에 대입해서 문장을 다시 써 보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고려아연이 영풍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33%를 가지고 있는 경우, 영풍이 가지고 있는 고려아연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즉 영풍이 가지고 있는 고려아연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는 것이 맞지만, 영풍의 ‘자회사’가 가지고 있는 고려아연의 주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므로, 영풍의 ‘자회사’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 장난인가 싶죠?

어차피 자회사의 의결권 행사는 모회사의 의도대로 될 텐데, 모회사가 직접 가지고 행사하는 것은 안 되고, 자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되고 말입니다.


정당한 비판입니다.

상법 교수님들 중에서도, 그러한 이유로 자회사의 의결권도 제한되는 것으로 유추적용해야 한다는 분도 있습니다.

다만, 의결권은 주주권의 본질적인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명문의 규정이 없이 유추적용으로 의결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하며, 이러한 문제는 법의 해석이 아닌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주장이 유력합니다.






2차 가처분 결정의 판단,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는 기준일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이렇게 보면, 그러니까 영풍이 YPC라는 자회사에게 고려아연 주식을 주고 대신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회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YPC가 설립된 이후에 내려진 2차 가처분 결정은 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을까요?


2차 가처분 결정을 분석해 보기 전에, 우선 ‘기준일’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상장 회사의 주주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회사가 크면 클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어느 날은 주주가 100만 명, 다음 날은 주주가 120만 명, 그 다음 날은 90만 명, 이런 식이지요.

그러니 어느 주주에게 소집 통지를 해야 하는지부터가 문제가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한 날’을 정해서, 그 날에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에게 소집통지를 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게 합니다.

그 일정한 날이 바로 ‘기준일’ 입니다.


정기주주총회의 경우, 보통 정관에서 전년도 말일을 기준일로 정합니다.

전년도 말일자의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정기주주총회 소집통지를 보내고,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이지요.


이제 다시 돌아와서, 2차 가처분 결정을 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1.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의 기준일은 2024. 12. 31.이다.

2. 기준일 당시의 주주는 영풍이지, 2025년 3월에 설립된 YPC가 아니다.

3. 즉,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은 YPC가 아닌 영풍이 행사하므로,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의결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 역시 영풍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그런데 고려아연의 자회사인 SMH가 영풍 주식 10.33%를 가지고 있으므로, 기준일 당시 주주(=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인 영풍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 받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즉, 법원은 다른 회사(=영풍) 대신 그 다른 회사의 자회사(=YPC)가 의결권을 행사하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회피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의 선결 조건으로서, 어차피 기준일 당시 주주였던 회사는 다른 회사(=영풍)이므로 다른 회사(=영풍)가 자회사를 만들어 주식을 넘기든, 손자회사를 만들어 주식을 넘기든, 아니면 아예 제3자인 별개의 회사에게 주식을 넘기든 관계없이, 다른 회사(=영풍)를 기준으로 상호주 제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한 것입니다.






맺음말


참고로 위 쟁점은 제369조 제3항 후단에 관한 것입니다.


제369조 제3항 전단 부분, 그러니까 ‘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취득‘하는 행위의 시점은 기준일이 아닌 주주총회일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러니 고려아연이 기준일 이후인 2025년 3월에 SMH를 통해 영풍의 주식 10.33%를 취득했어도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된 것입니다.


기준일 상호주 제한 판단 시점 주주총회 가처분 타임라인.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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