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가처분에서 승리한 방법, 상호주의결권제한
안녕하세요.
믿음직하고 친절한 법률 파트너, 심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대표 심재우 변호사입니다.
어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배경과, 가장 최근에 있었던 가처분 사건의 결론에 대해서만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해당 가처분 사건에 대한 자세한 쟁점을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을 다시 한번 보고 가겠습니다.
제369조(의결권) ③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A 회사가 X 회사의 주식 10% + 1주 이상을 취득할 경우, X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A 회사 발행 주식의 의결권이 무력화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단순하게 A 회사와 X 회사 둘 사이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상호주가 되는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B 회사가 A 회사의 자회사이고, B 회사가 X 회사의 주식 10% + 1주 이상 취득할 경우, X 회사는 B 회사 발행 주식의 의결권은 물론, A 회사 발행 주식의 의결권도 행사할 수 없습니다.
2025년 1월 23일, 주식회사 영풍에 공시 하나가 게재됩니다.
보고자는 Sun Metals Corporation Pty., Ltd. (이하 “SMC”)로, SMC가 주식회사 영풍의 주식 10.33%를 취득했다는 내용의 공시입니다.
SMC는 호주 법인으로, Sun Metals Holdings Ltd. (이하 “SMH”)가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SMH는 SMC와 마찬가지로 호주 법인인데, 고려아연이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즉, 주식회사 영풍의 주식 10.33%를 새로 취득한 SMC는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것입니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하게 됩니다.
외관상 상법 제369조 제3항에서 의결권을 제한하는 순환 출자 관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이러한 1차 시도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1차 가처분{2025카합20144, 2025카합20155 (병합) 결정} 결정,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된다
법원은 1차 가처분에서는 영풍과 MBK 파트너스 연합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식회사에서 주주의 의결권은 주주의 기본적 권리이자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의 하나로, 이러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2. 상법 제369조 제3항이 속한 상법 제3편 제4장은 주식회사에 관한 장이다. 따라서 상법 제369조 제3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관련된 회사가 전부 주식회사여야 한다.
3. SMC는 주식회사가 아님이 명백하므로, 비록 고려아연 > SMH > SMC > 영풍 > 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관계가 이루어졌더라도 상법 제369조 제3항이 적용될 수 없으므로, 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은 제한되지 않는다.
즉, 중간에 낀 SMC가 주식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주식회사에만 적용되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영풍의 의결권이 무력화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한편, SMC가 주식회사가 아닌 이유는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1. 정관상 주식 양도가 제한된다.
2. 주주의 수가 5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3. 호주 회사법상 Pty Ltd (Proprietary Limited Company) 유형의 회사는 상장을 할 수 없다(SMC는 Pty Ltd 임).
이쯤 되면, 고려아연 입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다 눈치채셨을 겁니다.
1차 가처분에서 SMC가 주식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SMC를 제외한 순환 출자 관계를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1차 가처분 결정이 있은 후, 2025년 3월 12일, SMC는 자신이 보유한 영풍의 주식 10.33% 전부를 자신의 100% 모회사인 SMH에게 현물배당을 합니다.
이로서 영풍의 주식 10.33%는 SMC 대신 SMH가 보유하게 되었고, SMC는 순환 출자 관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2차 가처분에서 고려아연, SMH, 영풍은 모두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상법 제369조 제3항이 적용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영풍이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주식 25.42%는 모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물론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1차 가처분 결정 후, 그들도 당연히 고려아연이 SMC를 순환 출자 관계에서 제외시킬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2차 가처분을 신청하기 전에 이에 대한 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대비책은 결국 통하지 않았죠(그러니 2차 가처분에서 졌을 겁니다).
글이 너무 길어진 관계로, 영풍이 어떠한 대비책을 세웠었는지, 또 이러한 대비책들이 왜 통하지 않았는지는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