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동차를 움직인다고?
수능을 보자마자 1종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아빠의 권유로 1종 면허에 도전했더랬다. 이유는 쉬워서(라고 아빠가 말씀하셔서). 보닛이 있는 승용차보다 트럭이 운전하기 쉬워서 면허도 따기 쉬울 거라는 말씀에 왠지 모르게 설득당했다.
필기시험은 기출문제집으로 수월하게 통과했고, 도로주행 강사님과 여기저기 트럭을 몰고 다니며 실기도 잘 마쳤다.
나는 20살에 1종보통면허를 갖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당연히 트럭을 운전할 일이 없었다. 대학생 때도, 취업 이후에도. 게다가 서울은 대중교통이 너무나 훌륭히 갖춰져 있었고, 급할 땐 택시를 타는 것이 편리했다. 내가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 자체를 잊고 살았다. 자동차도 없었으니 어쩌면 그것은 당연했다. 내 면허증은 가끔 신분증으로써의 역할을 했고, 단 한 번도 운전을 하지 않은 채 적성검사를 받고 갱신을 하기도 했다.
나에게 있어 운전은 할 수 있지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몇 년 전 교대근무를 하고 적응을 해가면서 하나둘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작했다. 그중 가장 먼저 해야만 했던 것은 바로 <장롱면허 살리기>였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남편 덕분에 우리 집 승용차는 대부분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신세였다. 아이들도 점점 자라다 보니 내가 운전만 하면 요긴할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조수석에 앉아있으면 옆으로 지나다니는 차들이 제법 위협적일 때가 있다. 너무 오랫동안 운전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와서 나 자신에 대한 믿음 또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에라모르겠다 정신으로 도로주행연수를 신청했고, 강사님과 함께 우리 집 승용차를 타고 연수를 받았다.
내가 이렇게 쫄보였을 줄이야. 연수 초기에 아파트 단지만 100바퀴쯤 돌았다. 내 의지로 이 무거운 쇳덩이를 움직인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무서웠다. 도저히 도로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고, 강사님도 체념하신 듯 나를 내버려 두셨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초보운전자의 모습 그대로 의자에 경건하게 앉아 두 손으로 운전대를 땀이 나게 쥐었다.
강사님과 수업을 마치고 나서 아파트에서 혼자 연습할 때엔 사이드미러를 접고 쫄쫄쫄 차를 몰았다. 옆을 보는 것은 초보에겐 너무나 사치였고, 그런 나에게 사이드미러는 장식품에 불과했다. 이런 실력으로 도로에서 운전을 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강사님과 연수중에 교차로 한가운데 선 적도 있었다.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최대한 간단하게 적었다. 초보라고 다 나 같진 않을 것 같다.)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앉아계셨던 강사님은 그때 얼마나 놀라셨을까.
죄송합니다, 강사님.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운전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늘 새롭고 조심스럽다. 초초보에서 초보정도 되었을 뿐이라고 되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내가 여전히, 자주 신기하다.
내가 자동차를 움직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