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일리 없어

by 심바

매력이 있는 사람이 좋다. 주변 사람들도 그러하지만 연예인 또한 마찬가지다. 파수꾼에 나온 ,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짜증을 정말 그 캐릭터처럼 표현할 때도 놀라웠지만 더더욱 놀랐던 건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보여준 피아노 실력이었다. 그렇다. 그는 '배우 박정민'이다, 청룡의 남자. 나는 청룡보다 훨씬 먼저 좋아했는데, 이제는 온 세상이 그의 매력을 알아버렸다. 좋기도 하다가 싫기도 하다. 나만 아는 거였단 말이에요.(라고 착각하고 혼자 속상해한다.)






이제 중3이 되는 큰 아이가 요즘 종종 내가 자는 방으로 온다. 혼자 자려니 외롭다며 베개와 애착인형들을 주섬주섬 챙겨 침대로 쏙 들어오는 아이. 잠들기 전에 나지막이 당부의 말을 건넸다.

"알람은 제발 일어날 수 있는 시간에 맞춰줄래. 그리고 울리면 끝까지 두지 말고 좀 꺼주렴."

큰 아이는 꼭 더 자야 할 시각에 알람을 맞추고는 대게 혼자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은 방학이 아닌가. 무조건 일어나야 하는 기상시간도 없으니 알람을 끄고 일어나는 것은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그 알람은 결국 내가 일어나 꺼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고, 나는 다디단 아침잠을 주인은 일어나지도 않는 알람소리에 뺏기곤 했다. 당부의 말에 약간의 짜증을 담았는데, 아이는 귀신같이 캐치해서 엄마가 무섭다고 하며 잠을 청한다. 나는 니 알람소리가 더 무서워...




친구가 가입한 북클럽은 매월 초청인이 서점에서 오프라인으로 책소개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약 30명 내외의 회원이 초대가 된다고 하는데, 추첨이 아니라 신청사연을 받아 선정이 되는 방식이라고 했다. 친구는 몇 개월째 한 번도 빠짐없이 사연이 선정되어 오프라인 행사에 참가해 왔다. 글을 얼마나 잘 썼길래.(글을 본 적은 없지만 아주 몹시 잘 썼을 것이다. 진심이 담긴 따뜻한 글을 참 잘 쓰는 친구다.) 그런데 친구와의 만남에서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무려 다음 게스트가 박정민 배우라고 하는 게 아닌가.

"네? 뭐라고요? 초대되시면 저 문밖에서 기다리면 안 될까요? 제발 제발 제발~"

아직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배우님을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었기에, 그녀의 당첨운을 빌어 내 사심을 담은 소원을 이뤄보려는 꼼수.





저녁 늦은 시간 허름한 술집에서 친구와 안주에 소주를 한잔 기울이고 있는데, 갑자기 박정민 배우가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문을 열고 들어온다. 너무 놀라 입을 틀어막고 아무 말도 못 하... 는 건 내가 아니지! 당장 배우님께 달려가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십사 읍소를 했다.

"친구가 북클럽 오프라인 행사에 당첨이 됐는데, 저는 문밖에서 기다리려고 했거든요! 어떻게 여기서 만날 수가 있죠? 정말 너무 팬이에요~~~"

온갖 호들갑을 다 떨며 팬심을 드러내고 사진을 부탁드렸지만 배우님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셨다. 지인들과 편하게 온 자리인데 괜히 팬이랍시고 불편하게 해드렸나 싶어 불편하시면 괜찮다고 하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우리 배우님이 싫어하는 건 하지 말아야지 속으로 생각했지만 넘기는 소주의 끝맛이 더욱 씁쓸했다.




"같이 사진 찍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즈음, 배우님이 갑자기 같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신다. 세상에 이게 웬일이야. 감사하다는 말을 셀 수도 없이 연발하며 카메라로 셀카모드를 켜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언니 일어나아~~~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의 갤러리를 열었다. 내 사진. 박정민 배우님과 찍은 내 사진 어디 갔지.

큰 아이의 알람은 계속 울어댔고 나는 사진을 볼 수가 없었다.




+) 큰 아이는 맞춰놓은 모든 알람을 다 끄라는 내 목소리가 그날따라 어쩐지 유독 무서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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