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관심 갖지 말아 주세요

by 심바

내 몸에서 드러내기 부끄러워하는 곳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배꼽, 두 번째는 발.


탯줄을 짧게 자르기가 어려웠을까. 누구의 작품일까. 어릴 땐 되려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점점 더 아쉬워진다. 효리언니 배꼽까진 아니더라도 이렇게 대놓고 참외배꼽일 필요까진 없는데 싶다.


게다가 난 무지외반증을 가지고 있는데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늘어갈수록 더욱 그 모양이 도드라져 보인다. 모양도 그렇지만 가끔 통증이 수반되니 더욱 문제다. 엄마의 발을 쏙 빼닮은 내 발. 왜 이런 건 닮아가지고.




배꼽이야 딱히 드러내놓을 일이 없는데, 발은 얘기가 다르다. 일상에서 대부분 가릴 일이 없을뿐더러, 여름이 되면 페디큐어까지 얹어 예쁜 슬리퍼를 신고 야외활동을 한다.

사실 타인이 내 발을 일부러 들여다볼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하겠지만 내가 알지 않나. 조금 더 예뻤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하고나서부터 그 마음마저도 내려놓게 되었다.





'달리기 하면 관절 나가지 않아요?'

가장 흔히 듣는 이야기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내 관절은 부상 없이 잘 버텨주고 있다. 그리고 말하건대 달리기를 할수록 관절은 더욱 튼튼해진다. 달리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더.

그런데 나의 경우 달린 티가 나는 곳은 바로 멍든 발톱이다.



오래 달리다 보면 어딘가 불편해지는 곳이 하나둘 생기는데, 나의 경우 발톱이 가장 약한 부분이다. 장거리를 뛰고 나면 종종 불편한 발가락이 생기고 어김없이 그 발톱은 멍이 든다. 가장 최근에 든 건 러닝머신을 20km 뛰고 난 후였다. 5km 정도만 뛸 생각이었는데 욕심내서 달리고 나니 발가락 하나가 약간 욱신거렸다. 양말을 더 푹신한 걸 신었어야 했는데.. 혹시나 달리기를 하면 발톱에 멍이 다 드는 건 아닌지 걱정되신다면 걱정 넣어두시라. 이건 무지외반증을 가진 내 경우에 더 잘 생기는 것 같다. 이렇게 예쁜 발은 조금씩 더 멀어져 간다.






가급적 넣어두고만 싶은 발인데, 이제는 급기야 맨발로 운동을 해야 한다. 무에타이 수업을 들으러 가면 맨발로 줄넘기부터 시작이다. 달리기는 운동화라도 신지. 산 넘어 산이다.


발차기를 할 일이 많은데 로우킥부터 하이킥까지 하다 보니 내 발에 시선이 집중된다. 내 시선이 아니라 상대방의 시선이. 남들이 내 발을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타인이 내 발만 봐야 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제 발이라도 괜찮으신가요? 다행히 아직까지 왜 발톱에 멍이 들었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없다. 배려인지, 무관심인지 아리송하다. (과도한 자기애라기보다는 과도한 부끄러움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발톱에 하나둘 멍이 들어도, 드러내놓기 부끄러워도 달리기가 재미있고, 무에타이 배우는 게 신난다.

시간이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보라색을 벗어던지는 발톱씨,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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