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40년이 된 기념으로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골프.
나와는 거리가 먼 운동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닐 것 같아서
(내 마음 나도 몰라)
집에서 가까운 구 체육센터에 등록을 했더랬다.
주 세, 네 번을 가서 뚝딱거리기를 3개월.
그러던 어느 날 웃을 수가 없었다.
갈비뼈에 금이 가면 아파서 웃을 수가 없다고 한다.
스윙을 해보지도 못했는데 태어나 처음으로 뼈를 다쳤다.
숨을 조심조심 내쉬며 몇 달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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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운동들은
연습과 실력이 어느 정도 비례하는 것을 몸으로 느껴왔다.
수영도, 헬스도, 달리기도 정말 정직한 운동들이다.
그렇지만 골프는 너무나 달라 낯설었다.
어제와 오늘이 달랐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잘됨과 잘 되지 않음을 오갔다.
뭐 이런 운동이 다 있지?
참 어려웠다.
수많은 프로님들과 국가대표 선수들의 유튜브 영상을 아무리 봐도 내 몸에 익혀지지 않았다.
다니는 연습장에서 프로님께 레슨도 받아보았지만 가르침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엄청났고, 배움의 시간은 고행이었다.
하지만 혹자는 이 운동의 매력이 그것이라고 하더라.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아서 더욱 안달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일까? 나이가 들어서도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그것이라며. 시나브로 시간은 흘렀고, 혼자 스크린 게임을 언더스코어로 해내는 시기가 왔다. 점수가 잘 나오니 재미있어졌다.
나란 인간 참 단순하군.
공을 맞는 순간의 임팩트가 좋아지고, 비거리가 어느 순간 10~20m씩 늘었다.
연습장을 가는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가 되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왼쪽 팔꿈치가 조금씩 신경이 쓰였다.
낯설게 아주 조금 기분 나쁜 통증.
애써 모른척하며 낫겠지.. 하고 시간을 보내기를 한 달여.
어느 날, 요리를 하며 통후추를 갈다가 '악!' 하고 후추통을 떨어트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는 점심식사도 건너뛰고 회사 앞 정형외과에 갔다.
엘보. 테니스 엘보란다.
저는 골프를 쳤는데 왜 테니스 엘보가 오나요?라고 물으니, 팔을 앞으로 뻗고 손등을 위로 올리는 게 힘들면 테니스 엘보, 아래로 내리는 게 힘들면 골프 엘보라고 이름이 정해져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하셨다. 운동금지 명령과 함께 한 달여 동안 공포의 체외충격파 치료가 진행되었다.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치료가 얼마나 아픈지...
더 아픈 이유는 염증이 더 심해서인 거고, 내 염증이 더 심한 이유는 부상 초기에 치료를 받지 않고 꾸역꾸역 버텼기 때문이다.
나라고 이럴 줄 알았나. 건강하자고 운동을 한 건데, 운동하다 내 몸을 다치는 건 제 계획에 없었거든요..
이를 꽉 깨물게 되는 고난의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고 나면 등에 식은땀이 쭉 났다.
저, 엘보로 팔을 다쳐서 연습장 두 달 동안 쉴게요
다니던 연습장에 당장 전화를 했다. 이렇게 타의로 막지 않으면 난 또 습관처럼 갈 걸 아니까.
그렇게 거의 두 달을 쉬며 치료받는 동안, 달리기는 해도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조심조심 팔 치기를 하며 러닝에 매진했다.
나의 왼팔꿈치는 정말 더디고, 미세하게 나아갔다. 통증이 없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후추통을 다시 돌릴 수 있었다.
낫긴 낫는구나...
어제인 6월 1일.
몇 달 만에 남편과 같이 간 연습장.
어떻게 했더라 싶은 느낌일 줄 알았는데, 어라?
이게 또 된다. 지난 연습의 시간이 고스란히 내 몸에 남아있다.
(잘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ㅎㅎㅎ)
그리고 이게 또 아주 미세하게 조금... 재미있다.
공이 잘 맞을 때의 그 쾌감과 느낌이 언뜻 생각이 나는 것도 같다.
달리기와는 또 다른 매력이 분명히 있다.
그러니 몇 년째하고 있겠지, 나도.
이런저런 운동을 해오면서 이제까지 다행히 한 번도 다쳐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내 건강과 체력을 과신했는지도 모른다. 조금 아파도 '별 일 아니겠지...'하고 병원엘 잘 가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오래 치료를 받아야 했고, 더 오래 운동을 쉬어야 했다.
꾸준히 운동을 하려면, 내 몸이 주는 신호에 더욱 귀를 기울여 잘 들어야 한다.
이젠 더 이상 병원에 가고 싶지 않으니까.
아니, 앞으로 아프면 바로바로 병원에 가야지.
이제 다시 운동할 때가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