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글자.
한글 음인 '주' 만 놓고 보면 흔한 이름 한자 중 하나지만 촛불의 심지라는 뜻을 갖게 되면서부터 내 이름에는 중심과 강인함이 생긴다.
나 스스로를 판단하기에 나는 그닥 중심이 잘 잡혀있거나 무언가의 중심이 되거나 집단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항상 중심이고 싶었고 하다못해 내 스스로의 중심을 잘 잡고 싶었다.
그래서 내 이름 중 가장 좋아하는 걸 수도 있다.
내 결핍이자 내 바람이니까.
항상 나는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남 눈치를 보지 않고 본인이 정한 인생 속도와 방향에 맞춰 걸어가는 사람들을 동경해왔다. 한때는 그런 사람과 친했던 기간도 있었는데, 나는 항상 그와 비교하면서 내가 뱁새가 되는 느낌을 받곤 했다. 뱁새가 가랑이 찢어지게 쫓아가는 모양새는 귀엽기라도 하지, 나는 자꾸 고개 드는 내 자격지심 때문에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암묵적으로 정해진 표준 인생과 한참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졸업하고 겉 멋들어 다니기도, 학사 대졸 여자 나이 만 28세라는 위기의식 가득해야 하는 타이틀을 가지고서도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흘러가기도, 꿈을 포기하면서도 미련이 많아 쉽게 놓지도 못하고, 알게 모르게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더 나아가 날 보면 항상 조심스러워하는 시선을 받기도, 그러다가 길을 잃어 눈앞이 깜깜해지기도, 먼저 앞서가는 그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표준 궤도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또 이렇게까지 겉돌고 싶지도 않았고, 또 그냥 그런 순응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고 싶지도 않은 이 모순.
이럴 때 난 내 '심지'가 되기 위해, 지키기 위해 뭘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