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 북두칠성에 관하여
바다에 맞서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들이 늘 가지고 다니는 물건, 나침반.
과거나 지금이나 파도에 맞서서 대양을 건너고자 하면 현재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느 방향을 향하여 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선장들은 잠을 잘 때나 밥을 먹을 때나 항상 나침반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나침반은 선장에게 하나의 도구가 아닌 큰 도움을 주는 조력자였던 것이죠. 그렇다면 나침반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게 될까요?
나침반의 원리가 뭐야?
(왼쪽) 지구자기장 (오른쪽)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자석실험. 철가루의 배열이 즉, 자기장입니다.
바로 지구 자체가 하나의 큰 '자석'이기 때문입니다. 지구 내부구조를 보면 액체상태인 외핵층이 존재합니다. 외핵 속에는 철과 니켈이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상하부의 온도 차이에 의해 대류운동을 하게 되고, 이 과정 속에서 '유도전류(역학적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는 현상에서 발생되는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그 결과로 유도전류가 발생함으로써 자기장이 형성되게 됩니다.(이 원인을 '다이나모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지구는 하나의 큰 자석이 되는데, 북극방향이 S극, 남극방향이 N극을 띄게 되어 나침반 내부에 있는 자침(자석)이 북극으로는 N극, 남극으로는 S극을 향하게 됩니다.(실제로 남침반이 정확한 북극, 남극을 가리키진 않습니다. 외핵의 대류현상으로 만들어진 '북, 남'은 각각 '자북, 자남'이라고 불립니다.)
이런 원리들을 통하여 나침반의 자침은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항해 중에 해적을 만나거나, 나침반이 고장 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럼 그렇게 길을 잃어야 할까요? 물론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나침반이 한 개 더 있습니다.
모든 별들은 지구로부터 아주 먼 거리에 있다 보니, 우주에서 별들을 바라보면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구에서 별을 바라보고 있자면 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서로 흐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구의 자전 때문입니다. 별빛은 우주에 가만히 있지만 지구에서 별빛을 보는 우리는 지구의 자전축을 기준으로 지구와 같이 반시계 방향(서→동)으로 회전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보는 밤하늘은 우리의 방향과 반대방향(동→서)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위의 사진처럼 사진기의 노출시간을 길게 하여 북쪽 하늘을 찍게 된다면 그림과 같은 별들의 궤적이 찍히게 됩니다. 이 궤적을 '일주권'이라고 하고 일주권을 만드는 별빛의 가상적인 운동을 '일주운동'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일주운동을 하지 않는 별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별이 일주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축을 무한히 연장시킨다면 볓빛의 위치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즉, 그 별의 방향은 북쪽 방향이 되는 것이죠.(북반구 기준) 그 별의 이름이 무엇일까요? 바로 밤하늘의 나침반, '북극성'입니다.
(왼쪽) 폴라리스. (오른쪽)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 자리를 통하여 북극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폴라리스'는 작은 곰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입니다. 지구로부터 약 434 광년 떨어져 있으며, 밤하늘에서 47번째로 밝은 별이고 천구의 북극과 가장 가까운 별이기도 합니다. 천구의 북극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폴라리스는 거의 밤하늘에서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그렇기에 폴라리스는 천체관측에 있어서 기준점, 항해에 있어서 나침반이 됩니다. 현재 폴라리스는 천구의 북극으로부터 0.7 º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달 지름의 1.4배).
지구도 회전체이기 때문에 팽이와 같이 회전축이 도는 세차운동이 일어납니다.(주기: 약 25800년)
폴라리스는 언젠가는 지구의 세차운동. 즉, 자전축 자체가 회전하는 현상으로 인하여 언젠가는 '북극성'이라는 지위를 내려놓고 다른 별에게 물려 줄 것입니다. 하지만 폴라리스는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북극성이 되어 밤하늘이 나침반이 된다고. 그렇기에 폴라리스는 오늘도 환하게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북극성의 과거와 미래>
기원전 12000년경: 베가
기원전 3000년경 ~ 기원전 1500년경: 투반
기원전 1500년경 ~ 서기 500년경: 코카브
현재: 폴라리스
서기 3000년경 ~ 5200년경: 알라
서기 5200년경 ~ 6800년경: 세페우스자리 요타
서기 7500년경: 알데라민
서기 10000년경: 데네브
서기 14000년경: 베가
북극성은 북두칠성에 있나요?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 북극성은 북두칠성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북두칠성은 북극성이 포함되어 있는 '작은 곰자리'가 아닌 '큰 곰자리'의 일부입니다.
큰 곰자리와 그 속의 북두칠성.
여러분은 큰 곰자리를 보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셨나요? 한번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북두칠성'이 영어로 무엇일까요? 알다시피 우리가 북두칠성을 보노라면 수 많은 모습들을 연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중에 대부분 생각하는 것이 바로 '국자'모양을 많이 생각한다고 합니다. 북두칠성의 영어 이름들을 보면
the Great Bear(곰)/the Plow(쟁기)/the Ursa Major(ursa는 곰, Major는 주요한)/the Great Dipper, the Big Dipper(국자)... (*Ursa Minor은 작은 곰자리를 뜻합니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이름들이 있고 각각의 이름에는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즉, 인류의 상상력은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류의 상상력과 자연적 감수성이 풍부하기에 다양한 이름과 이야기들이 탄생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오늘은 이야기들 중에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보려고 합니다. '큰 곰자리'와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한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칼리스토(그리스어: Καλλιστώ, ‘가장 아름다운’이란 뜻의 καλλιστη에서 왔음)
(왼쪽) 유피테르와 칼리스토 <프랑수아 부셰>
(오른쪽) 목성의 갈릴레이 위성, 칼리스토. 아름다운 그녀의 이름에서 따옴.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달, 야생동물, 처녀성의 신)를 섬기기에 자신은 처녀로 남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 사냥꾼이던 칼리스토가 숲 속에서 잠에 들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던 제우스는 칼리스토에게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너무 아름다웠기에 모든 남신들이 그녀를 짝사랑할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칼리스토의 의지는 강했습니다. 제우스가 여러 차례 노력했지만 그녀는 아르테미스에게 멩세 했기에 제우스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우스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르테미스의 모습으로 변해 접근한 후 칼리스토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자 결국 그녀는 제우스의 사랑이 너무 깊어서 결국 맹세를 깨고 제우스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 후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되는데, 9달이 지난 후 목욕을 하던 도중 아르테미스에게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들키게 됩니다. 칼리스토는 맹세를 어겼기에 아르테미스의 무리에서 쫓겨나, 동굴 안에서 아들 '아르카스'를 낳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르카스가 걸음마를 할 줄 알게 되자, 아르카스가 동굴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동굴 밖으로 나간 아르카스를 데려 오려고 나간 칼리스토는 제우스의 부인, 헤라와 만나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헤라는 칼리스토의 말도 듣지 않고, 칼리스토를 곰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 후, 남겨진 아들은 농부에게 발견되어 키워지게 됩니다. 곰이 된 칼리스토는 숲에서 홀로 지내게 되는데, 수년 후 훌륭한 사냥꾼이 된 아르카스는 숲에서 곰이 된 그녀와 만나게 됩니다. 반가운 마음에 칼리스토는 아들에게 다가갔지만, 어머니를 몰라본 아르카스는 겁에 질려 화살을 쏴 그녀를 죽이려고 합니다.
그것을 지켜보던 제우스는 죽이게 둘 수가 없어서 아르카스를 곰으로 만들어 버리고 그 둘을 밤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별자리가 된 후에도 헤라는 이들이 바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포세이돈, 테티스와 짜고 계속해서 북쪽 하늘만 맴돌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후 많은 시간이 지나 헤라의 질투가 누그러 들자, 칼리스토의 꼬리가 바다에 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죄라면 '제우스에게 사랑받은 것'밖에 없을 것입니다. 맹세를 저버리게 된 것도 제우스에게 사랑을 받았기에 그렇게 된 것이지요. 현재 그녀와 아들은 언제나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이든, 추운 겨울이든 쉬지 않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우스의 사랑과 헤라의 오해로 별자리가 된 엄마와 아들. 언젠가는 별자리를 구성하던 별들이 나이가 들어 사라지거나 뿔뿔이 흩어질 것입니다. 그 후, 그들은 세상의 너머에서 편히 쉴 수 있겠지요.
많은 시간이 지나게 되면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밤하늘의 모습은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젊은 별들과 대부분 사라진 지금의 밤하늘의 모습. 그렇지만 이 하나는 같을 것입니다. 밤하늘의 나침반이 누군가에 있어 '살아감'이라는 망망대해 속에서 방향을 알려줄 것이라고. -천문학자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