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삶과 죽음을 준비하다

로초작가로 웰다잉을 쓰다

by 심풀

나는 노인복지를 공부하여 학위를 취득했다. 학위를 받은 뒤 신진 박사로서 첫발을 내디디며, 나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헤맸다. 여러 영역을 접하는 과정에서 ‘웰다잉’을 만나게 되었고, 이 만남은 내게 가장 큰 선물이었다. 이후 기본 과정, 심화 과정, 강사 역량 과정을 차근차근 이수했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끝이 없었다. 나의 신조는 ‘나는 배운다. 나는 일한다’이므로 배움을 이어갔다. 노인복지관을 찾아다니며 강의 기회를 얻기 위해 발로 뛰었고, 프로그램 개설을 요청하며 무료 강의도 마다하지 않았다. 강사료를 받지 못한 강의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재능 기부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보람을 삼았다. 그러던 중 웰다잉 프로그램 속 자서전 쓰기 수업을 더욱 실질적으로 진행하고 싶어 한국자서전협회 등록 기관에서 고액을 들여 자서전 쓰기 과정을 이수했다. 그 결과, 나의 자서전을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출간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이를 전파하기 위해 지금도 나름대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나는 석사 논문을 노인의 배우자 사별에 관한 주제로 썼다. 아버지의 죽음을 견디기 힘들었고 치유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웰다잉에 깊이 관심을 두게 되면서, 예전에 쓴 논문을 다시 꺼내 읽었다. 어쩐지 처음 접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논문에는 ‘웰다잉’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대신 ‘웰에이징’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있었다. 반가움과 동시에 아쉬움이 교차했다. 조금만 더 일찍 웰다잉에 눈을 떴다면, 그 논문이 지금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여러 사례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연구에 웰다잉을 적극적으로 담고 싶기 때문이다.


2024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웰다잉을 공부하기 시작한 뒤, 꾸준히 배우고 현장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전자책을 출간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몇 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웰다잉 강의를 준비했고, 그 자료를 세상과 나누고 싶었다. 무엇보다 삶의 현장에서 웰다잉을 말하고 글로 기록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뛰었다.


나는 웰다잉을 ‘나를 쓰면서 삶과 죽음을 바라보다’라는 키워드로 접근하고 싶다. 여기서 ‘나를 쓴다’라는 것은 단순히 자서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강의 내용을 글로 풀어내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강의 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글로 그대로 옮겨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바람이 크다. 물론 아직은 부족하고 어설픈 나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는 일이 부끄럽기도 하다. 그러나 짧지만 강렬했던 나의 웰다잉 경험을 계기로, 나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삶 자체가 웰다잉적 접근이었다는 사실을 앎의 확장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과연 나는, 우리는 웰다잉을 잘 준비할 수 있을까. 어쩌면 웰다잉이라는 말 자체가 숙제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강의한 내용을 가능한 한 다듬지 않고 글로 옮겨보고자 한다. 불필요한 말을 조금 줄이되, 전체적으로는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두고 싶다.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 오히려 지금 내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말로 한 이야기를 글로 옮기고, 글로 정리한 내용을 다시 말로 풀면서, 웰다잉을 자연스럽게 삶 속에서 실천하고자 한다.


나는 로초(路草) 작가다. 길가에 핀 들풀처럼, 민초 같은 우리네 삶의 현장에서 웰다잉의 시선으로 내 삶을 되돌아보고 싶다. ‘현장 박치기’라는 말처럼, 글을 통해 그 순간들을 생생하게 드러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앞으로 내가 남긴 웰다잉 강의들이 시리즈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디지털 웰다잉과의 접목도 구상 중이다. 출간한 전자책도 강의 자료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삶이 웰다잉 강의로 풀어지고, 그 강의가 ‘죽음’이라는 결말을 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내가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지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 삶의 의미와 가치를 간절히 전하며, 그들이 웰리빙하도록 돕고 싶다.

죽음은 두렵고 반갑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알아야 한다. 노인복지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웰다잉적 접근을 통해 귀한 시간을 사람들과 함께 채워나가는 일은 노년을 아름답게 준비하는 삶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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