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과 기도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

by 심풀

와, 대박 춘설이다. 펑펑 내리는 봄의 눈이다.

갑자기 오지 않을 손님을 맞이한 듯 설렌다. 도로상황은 불편하겠지만, 이런 때아닌 눈을 구경하는 것도 이색적이라 나쁘지 않다. 땅속에도 수분이 공급되어 올 농사가 잘될 것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곧 잦아들었다가 또 캄캄해지더니 눈발이 내리곤 한다.


눈에 대한 감상이 무색할 염려가 한자락 내마음에 자리하고 있다.

둘째아가 취준시에는 그리도 짠하고 마음에 걸리더니만 취직 후에는 야근에 시달리는 모습이 힘들어 보여서 또 마음이 쓰인다. 이게 사회생활이거니 하면서 견디라고 하기도 싫다. 그냥 힘들면 나와서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하고 싶다. 그렇게 몸 버려가며 젊음을 불태우라고 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이 난관을 헤치고 나면 아이가 더 성장하고 사회 쓴물에 휩싸여 포기도 알고 쓰라림도 알고 눈물도 알고 자기 자신의 부족함도 알아가겠지만 말이다. 하나님의 존귀한 자녀라는 생각 속에서 절대 자존감이 떨어지는 모습은 원하지 않는다.


이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많고 많은 일들과 부딪치고 이해할 수 없는 모습 속에서 살아가겠지.

때묻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하는 아이에게 어떤 상처도 없으면 좋으련만, 이럴 때일수록 절친과도 거리가 더 가까워지면서 말씀으로 치유받고 위로받기만을 기도한다.


다음은 엄마다. 우리 엄마. 어쩌지. 우리 엄마가 회전문 현상을 겪고 있다.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나 재가 서비스 부족으로 가족의 부담이 증가되어 다시 병원이나 요양원을 이용하는 것 말이다.

우리 엄마가 다시는 집으로 가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우리 엄마가 익숙한 곳에서 지내면 좋겠다. 낯선 곳을 전전긍긍하지 않고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마음이 안 좋다. 내가 엄마를 어떻게 해드릴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고 있다. 내 앞의 내 문제도 나는 벅차기만 하다. 나는 작년에는 2024년에는 그래도 대학원 졸업하던 해라서 뭐라도 뛰어들어 열정을 불태운 것 같다. 루틴을 만들어 새벽기도부터 저녁에는 맨발걷기로, 신문 스크랩. 그리고 복지관에서 상담으로 바빴다. 디지털배움터를 다니면서 어르신을 접하고 내 경험을 쌓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 저변에는 잊을 수 없는 상처, 상실감이 자리한 채 말이다.


사람은 외롭고 상실감이 있을 때 딛고 일어서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니까.

안세영(배드민턴 여왕)이 말한 반복에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내가 되리라. 다시 나는 가족을 위해서 특히 요즘 둘째아이와 엄마를 위해서 기도할 책임과 의무가 있으니 난 넘어지면 안돼.



푸른아. 힘내. 내가 네 안에 있어, 너의 내면을 꽉 채워줄게...

눈이 오잖아. 곧 녹잖아. 네 근심은 녹아지고 기도는 풀어질 거야.

그리고 다시 새봄이 올 때 넌 더 피어나 있을 거야. 힘내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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