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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부부 Saai Jun 24. 2023

1. 우연인듯한 필연

우연이 인연이 되어 심커플이 되다.

 시간은 참 빠르다. 벌써 심 부부가 된 지 10년이 흘렀다. 2009년에 우리 둘은 학교에서 우연히 만났다. 의상디자인과 선배였던 그를 난 이미 미술학원에서 부터 알고 있었다. 내가 미술학원을 다니던 17살 때 그는 내 가장 친한 친구 반 담임 선생님이었다. 훤칠한 키에 항상 흰 티에 청바지를 입고 다녔기에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었다. 입시에 찌들어 있었던 수험생에게 자유롭고 모든 걸 성취한 것 같아 보이는 그가 얼마나 멋있어 보였는지. 그땐 그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후, 난 재수를 결정하며 그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서울에 있는 미술학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치열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1년의 재 입시 시간이 지나고 다행히 원하던 패션디자인과에 합격했다. 그리고 이듬해, 그토록 원하던 대학생이 되어 즐겁게 1학년을 보내고 있을 때쯤, 그 친한 친구로부터 그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적어도 3년은 지난 시간이기에 잊고 있었는데 내가 입학한 이 대학교가 그의 학교였던 것이다. 심지어 같은 과 선배였다.


 그런데 그가 군대를 가있었기에 난 그를 학교에서 마주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그 사실을 듣고는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었다. 그리고 2학년이 되고 그가 복학을 했다. 2학년 2학기가 시작했고, 드디어 학교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물론 그는 날 전혀 몰랐지만 난 예전 친구를 만난 듯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인사를 무턱대고 할 수는 없었던 사이였다.


 그렇게 소심하게 멀리서 기분 좋아하며 봄학기 며칠이 흘렀다. 그 당시 난 전공 필수 영어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그 수업은 같은 시간에 우리 과 애들이 반을 두 개로 나누어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그 수업을 그가 재 수강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내가 A반이면 그는 B반이었다. 반은 다르지만 수업 시간이 같아서 가끔 비슷한 시간대에 멀리서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의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나랑 그 단둘이 타게 된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이때 아니면 절대 인사할 용기가 없겠다 싶어서 용기 내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선배. 저 그 ㅇㅇ학원 A의 친구 에요. A 아시죠? 저 패션디자인과 후배예요"

당황한 그는 나에게

" 아, 안녕하세요. 네 알죠. 아 반가워요. 수업 들어가요?"

" 네 영어요. "


 그리고는 다행히 강의실 층에 도착. 얼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고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싶었지만 잘했다 싶었다. 그게 우리의 대화의 끝이었다. 학교에서 나눈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 물론 용기 내어 인사한 덕분에 그 후로도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정도는 서로 했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2학년을 마치고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1년 정도 휴학을 했다. 그동안 그는 쭉 학교를 다녔고, 내가 어학연수를 간지 6개월 정도쯤 되었을 때, 그 당시 유행하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 그에게 메시지가 왔었다. 나는 어떻게 연락이 왔지? 나를 어떻게 기억하지? ㅇㅇ한 테 아이디를 알았나? 등등 당황함과 반가움이 교차하며 안부를 주고받았다.


 얼굴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온라인이라 그런지 대화가 더 편했고 용기 주는 선배와 열심히 영어 공부하고 있는 후배로 서로 가끔 그렇게 연락하며 어학연수 시간을 보냈다. 대화를 하며 더 알게 된 선배의 부지런함과,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하고 해내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러웠고, 그 감정은 나도 선배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행동 변화까지 가져왔다.


  그렇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약간 아주 약간의 이상함을 살짝 느낀 날이 있었다. 그가 한국의 명절날 캐나다에서 외로이 보낼 나를 위해 명절 당일날 나랑 채팅을 하러 들어오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 자상하고 좋은 선배라고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게 같이 살던 동생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언니 그 선배 좀 다른 마음이 있는 거 같은데?" 하는 것이었다. 난 "응? 아 아니야 아닐 거야 전혀~"라고 바로 대답했지만 그 뒤 약간의 애매모호한 궁금증은 가지고 있었다. '설마 그런가?'


 그렇게 시작된 궁금증을 지닌 채 한국에 돌아와 한 달 뒤 선배를 직접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3번 정도의 데이트 후 내 생일날 고백을 받았고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다. 말을 걸까 말까 할 때에는 걸어야 한다. 할까 말까 할 때에는 하는 게 낫다. 순간의 행동이 결론적으로는 내 인생을 바꿨으니 말이다.




illustration by Aiden Lee

달콤 살벌 심부부 미국 유학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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