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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부부 Saai Jun 24. 2023

2. 연애를 시작하다

심 부부 전초전

 우연인듯한 필연으로 그렇게 커플이 되었다. 20년을 넘게 다르게 살아왔던 사람 둘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며 한 팀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생각만 해도 뻔하게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연애를 시작했다. 심지어 내가 존경하는 선배인 그와.


 3달쯤 지났을 무렵, 그는 기념일을 맞아 나에게 편지를 주었다. 그 편지에 적혀 있던 내용 중 '사람이 심장이 뛰며 생을 시작하고 심장이 멈추면서 생을 마감하잖아. 너랑 심장이 멈출 때까지 함께 하고 싶어' 이런 오그라드는 문장이 있었다. 그때는 그 유치 찬란하며 사랑스러운 표현에 너무 감동을 받아 '서로의 심장이 되어주자'라는 의미로 애칭을 서로 심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칭 심 커플이 되었다.


 이렇게 몽글몽글 연애 감성으로 지어진 이 애칭이 아직까지도 바뀌지 않는 우리 부부의 이름이다. 이런 부분에서 아주 고지식한 우리이다.


 간지러운 애칭도 만들고 연애한 지 6개월이 채 안되어, 그는 나를 부모님에게 소개해 주었다. 아직도 4학년 졸업반 전공 수업 중에 그에게 문자를 받고 당황했던 그 기분이 생생히 느껴진다.


 데이트하려던 날 당일 오후에 갑자기 받은 그의 문자의 내용은, 오늘 그의 부모님과 그의 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는 문자였다. 거의 계획한 듯 안 한 이상한 작전에 말려든 기분이었다. 단짝친구에게 어쩌지 어쩌지 하며 내 옷차림을 점검하기 시작했고 선물은 무얼 사가야 하나, 옷을 단정하게 갈아입고 가야 하나 온갖 걱정을 하며 집중 못한 채 수업이 끝이 났다.


 드디어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고 끝까지 떨리는 마음으로 식사를 마친 채 집에 돌아왔다. 부모님과의 식사는 완벽한 그의 작전 성공이었다. 나는 내가 만나고 있는 상대도 중요하지만 연애를 하다 보면 결혼을 할 수도 있고 부모님들을 보면 내가 만나고 있는 상대도 어느 정도 그분들께 영향을 받고 자랐음을 유추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지냈기에 그의 부모님의 성향은 나에게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정말 인자하시고 열심히 살아오신 너무 좋은 분들이었고 그의 부모님을 일찍 뵙게 된 것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아주 큰 역할을 했다.


 그렇게 달달하면서도 쓰디쓴 연애시절이 지나갔다. 왜 쓰디쓴 시절이었냐 하면 우리가 연애를 시작한 시기가 그가 졸업 직후 바로 시작한 의류 브랜드 사업 첫 해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하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였기에 그는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만큼 일이 바쁜 시기였다. 감사히도 그의 친누나가 큰 역할을 해주시어 짐을 좀 덜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나날이었다. 그런 일상 중에 연애까지 해야 한다니.


 그래서 영화는 심야로 보는 경우가 많았고 영화를 엄청 좋아하는 그였지만 피곤함에 영화 보는 중 졸기 일쑤였다. 살인적인 그의 스케줄을 몰랐을 때에는 '아니 이 사람이 나랑 만나고 있는 시간이 지루한가?'라고 혼자 생각하고 토라지고 하기도 했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 내 앞에서 졸고 있지 않은가... 그 후 그의 일정을 함께하며 데이트를 했던 날을 기점으로 나는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초인적인 힘이 필요한 일정 속에 데이트할 시간을 만들었던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었다.


 단거리를 잘하는 나와 장기전을 잘하는 그. 우리 둘은 참 다르지만 다행히도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애를 했다. 좀 빨리 표현해 달라고 요구하고 좀 기다려 달라고 말하며 중간 속도를 찾아갔다. 그렇게 달콤 살벌한 전초전을 마치고 2년 정도 연애 후, 자연스럽게 '이 사람이랑은 죽어야 헤어지겠구나. 그때까지 함께 이겠구나'라고 문득문득 막연하고 당연하게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고 심부부가 되었다.



illustration by Aiden Lee

달콤 살벌 심부부 미국 유학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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