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포티의 시작
몇 년 전, MZ세대에 대한
뜨거운 논란이 시작되었을 때였다.
개인적으론 여성으로서,
앞자리가 바뀐 것이 꽤나 타격이 올 즈음이었다.
스타트업에 입사 후
회사 여성 중에 내가 가장 단연 나이 톱을 차지했고,
굳이 성별을 나누지 않더라도 상위 3%에 안착한 것이
나를 스스로 '어르신' 영역으로 구분 지었다.
당연히 논란의 중심인 MZ세대는 나와 철저하게 다른 종족으로 느껴졌다.
SNS가 묘사하는 MZ세대는
자기중심적이고, 효율만 따지고
위아래를 모르는 듯한 그런 느낌을 자아냈다.
그런 종족들에 비해 나는 세상을 적지 않게 이해하고 사회성을 괘 갖춘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
적자생존에 꽤 성공한 ‘낀 세대’ 정도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MZ력을 테스트하는 링크가 나돌았다.
재미로 하는 테스트지만,
나는 겨우 40점으로 통과했다.
재미로 봐야 할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다른 테스트로는 60점을 조금 넘겼다.
나이와 상관없이 승부욕이 충만한 데다, 욕심이 났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못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종족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고
위키피디아로 MZ세대의 정의를 처음 찾아보았다.
역시 대한민국에서만 쓰는 신조어라는 첫 줄을 보며
"우리나라는 이런 말을 엄청 만들어 내.." 하던 순간,
다음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MZ세대는 1981년부터 1996년까지 출생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어랏?
82년생인 나는 MZ세대의 시작이긴 하지만,
그렇게 선 그어 놓고 부정했던 불혹인 내가
바로 MZ세대였다.
2001년 처음으로 본 충격적인 영화 <식스센스>에서
브루스 윌리스 본인이 귀신이란 걸 알게 된 정도의 충격이 내게 안겨졌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며,
중요한 건 젊고 건강한 생각으로 삶을 사는 태도라며,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며,
지론을 펼치던 나 자신이
사실 MZ세대에 속한다는 것이
내심,
기뻤다.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이 라테 시절의 노래가사가
뇌의 한 구석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이케아 광고 캠페인 문구도 생각났다.
"Young People of All Ages"
모든 세대의 젊은 사람들.
나조차 스스로 자각하지 못할 만큼
나는 "젊다"라는 것을
나이 같은 숫자로 가늠해 왔던 것이다.
진부하게도.
모 카드사에서
40대를 '마흔둥이'로 지칭하는 글을 보았다.
이제 갓 40대에 들어선 78~80년생의 경우에는 기존의 40대와는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40대,
'뉴포티'의 소비 패턴은 더욱 관심을 가질 만한다.
비록 18년 기준의 데이터이긴 하나, 79년생은 월평균 인당 97만 원을 소비했다.
과연 소비시장에서 큰 손이라 할 수 있다.
소비 패턴도 크게 달라졌다.
대형마트나 할인점이 줄고 온라인 쇼핑의 비중이 늘어났다. (코로나 시기 전)
'즐기기 위한 소비'는 기존의 스키장, 골프에서
실내 야구, 낚시, 스크린 골프로 옮겨갔다.
추억의 장소인 만화카페 이용이 늘어났다 (생략)
이 세대를 겨냥한 콘셉트의 영화나 드라마도 이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데이터 전반적 내용을 비추어 보면 '낀 세대', 뉴포티는
경제적 자유도 있고, 시간적 여유도 생긴 것이 원인으로 꼽고 있었다.
어리지도, 너무 늙지도 않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모두 걸친 마흔둥이들.
마치 아바타의 인간과 나비족을 섞은 듯,
어떤 환경이라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은 '마흔둥이'들은 이전에도 없던 새로운 세대임은 틀림이 없다.
그중에 한 명인 나.
반 80이라는 불혹의 MZ인 내가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보단 기대가 된다.
일단,
소비할 체력적인 젊음은 많지 않으니,
주어진 자유와 여유를
어떻게 잘 소비할지 기록해 보면 어떨까 하며
첫 글을 마무리한다.
#불혹 #mz세대 #뉴포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