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왼편에는 천사가, 오른편에는 악마가 있다고 하던가요.
제 머리의 왼편에는 첫번째 제가 있고, 오른편에는 두번째 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뒤에는 세번째, 앞에는 네번째 제가 있습니다.
사공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아무것도 정할 수 없습니다.
불확신으로 가득 찬 삶입니다. 세상에는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만 확신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줄줄이 피어납니다. 쓰는 속도가 빨라야만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래서 악필인 사람들을 이해합니다.
생각은 마치 폭죽 같습니다. 꼼꼼히 뭉쳐있다가 약간의 빈 틈이 벌어져 여러 갈래로 흩어집니다. 흩어진 생각은 다시 여러 개로 흩어집니다. 터지고 터지며 터지는 과정은 끝나지 않습니다.
생각은 오로지 생각에서만 나옵니다. 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각은 만물에서 태어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누군가가 인식하고 인지할 때 비로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모든 것은 생각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생각에서 나온지도 모릅니다. 최초의 생각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생각들은 합심하기도 하고, 서로 싸우기도 하고 중재하기도 합니다. 그로써 피폐해지는 것은 육체입니다. 건강해야만 합니다.
생각을 다루는 것은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르고 달래고 통제하고 혼내고 칭찬합니다. 역시 힘든 건 선생님입니다.
술을 마시면 좀 덜 생각합니다. 한잔, 두잔, 마실 때마다, 자신이 자아라 주장하는 소리가 하나씩 사라집니다. 사라지고 사라져서 하나만 남고, 그 남은 하나마저 희미해지면, 가장 나다운 모습이 됩니다.
‘이게 나답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나답지 않습니다. 나답다는 생각마저 사라졌을 때, 비로소 나다울 수 있습니다.
생각을 멈추고 시간만 흘리며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요새는 생각없이 살겠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을 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생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