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에 고급 음식을 먹었습니다. 신기한 기분입니다.
값비싼 고급 음식은 대하기 어렵습니다.
한 접시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요리사가 지나치게 신선하고 지나치게 비싼 재료를 사용하여 지나치게 맛있는 것을 창조해냅니다.
한 접시를 위해 지나치게 지불한 고객은 지나치게 꾸민 가게에 들어와 지나치게 많은 식기로 지나치게 음미합니다.
상상으로 가늠하지 못하는 가치가 접시 위에 있습니다. 이것은 음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교하게 설계된 작품에 더 가깝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식재료를 선별하고, 여럿을 하나로 조화합니다. 이끌어낸 풍미를 향신료로 다듬습니다.
탄성, 온도, 점성, 응집성, 경도. 입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물리적인 감각을 조정합니다. 질감과 질감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계획합니다.
색과 모양으로 맛을 시각화하고, 빛과 그림자로 깊이감을 더합니다.
연결된 모든 요소들은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식탁을 초현실적인 곳으로 만듭니다. 예술적 고민의 결과가 혀 바로 앞에 있습니다.
사라질 순간을 위해 창조됩니다. 자신의 전부를 오감으로 전달하고, 스러지고, 결국엔 배출됩니다.
생이 오물로 끝난다는 사실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더럽힐 수는 없습니다.
운명을 미리 알고 순응하는 삶은 고귀합니다.
감각적 중독, 희소한 것에 대한 욕망, 사회적 지위의 표현, 과소비의 쾌락, 허기진 허영심.
이해 관계 속에서 고급 음식은 도구입니다. 음식이 아닙니다. 작품이 아닙니다.
인간은 더 인간스럽기 위해 더 맛있고 더 좋은 도구가 필요합니다. 씹고 삼키고 소화하고 자랑하고, 기다리고 침묵하고 포기합니다.
욕망이 순결함을 헤집습니다.
가끔씩만 슬퍼합니다.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것이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위로하는 것은 신념있는 요리사와 존중하는 고객이 세상에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음식은 더러워지지 않습니다. 더러워지는 것은 부정하게 이용하는 자입니다.
음식은 더러워지지 않습니다.
저항없이 자극을 받아들입니다. 감각이 뇌를 부수게 둡니다.
의식, 관습, 습관, 전통, 규정, 형식, 평범함, 진부함, 일상이 무너지고,
무의식, 변혁, 자유, 비정형, 독특함, 생소함, 특이함이 틈을 채웁니다.
전지적으로 나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뒤집힌 내면이 공기와 닿아 새콤합니다.
과거를 떠올리고, 현재를 느끼고, 미래를 생각하고, 과정이 과거가 됩니다.
지나온 곳과 나아갈 곳. 역사의 방향으로 몸을 돌려보면, 인간다움이 있습니다.
기대하는 눈빛과 기대하는 혀와 기대하는 정신과 기대하는 마음.
감상하는 눈빛과 감상하는 혀와 감상하는 정신과 감상하는 마음.
사유하는 눈빛과 사유하는 혀와 사유하는 정신과 사유하는 마음.
감격하는 눈빛과 감격하는 혀와 감격하는 정신과 감격하는 마음.
자극으로 시작하여 깊은 정신에 다다릅니다. 익숙하던 혀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고급은 태생적으로 더 많은 것을 책임집니다.
그 죽음은 희생과 봉사 사이에 있습니다.
아무리 비싼 재료와 많은 수고가 들어갔다 해도, 결국 부수고 뭉개야만 합니다. 물질이 자극으로 변하고, 구체적인 감각을 지나가면, 기억으로 뭉쳐집니다. 영원히 각색됩니다.
실체는 남아 있습니다. 영원히 남아 있습니다.
그들의 죽는 이유는 태어난 이유와 같습니다. 소멸로 가는 길에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찾습니다.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맞는 죽음이, 이유 없는 삶보다 더 가치있어 보입니다.
고급 음식은 비쌉니다.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치를 인정합니다. 가격을 인정합니다.
그 안에는 인류의 역사가 있고, 예술가의 영혼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게 아직까지는, “사치”라는 단어로 명료하게 설명되는 것입니다. 음식이 맛있으면 그 뿐, 고플 때 맛없지 않은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맛과 그 영양에 그 가격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마 한 끼 식사에 몇 십 만원을 지불하는 현상은, 더 많이 벌어 봐야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음식에게 “영양 공급”이라는 역할만 주겠습니다.
보급될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희소함이 사라지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종이로 글이 보급되고, 사진으로 그림이 보급되고, LP판으로 소리가 보급되고, 필름으로 영상이 보급된 것처럼, 맛과 향도 보급될 것입니다.
미래에도 고급은 여전히 돈 많은 사람들의 소유입니다.
그래도 체험은 모두의 것이었으면 합니다.
몇 주 전에 다 먹은 음식을, 머리는 이제야 소화한 듯 합니다. 새로움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잠시 멈추려 합니다. 흐려진 기억은 오해를 만들어 냅니다.
기회가 근처에 많습니다. 다음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