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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책, 나의 북극성

Amor Liber_책을 사랑하는 시간, 공간, 인간

by 홍승완 심재


태양은 우리에게 빛과 에너지를 주지만 정작 태양에서는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다. 적당한 비유일지 모르겠으나, 고전도 큰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읽기 어렵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고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특히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고전은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 독서 의욕을 단박에 꺾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많이 읽는 게 능사가 아니듯이 고전도 많이 보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사람 사이에 궁합이 있듯이 나와 잘 맞는 고전을 골라서 깊이 읽는 게 가장 좋다. 깊이 읽을 때 고전은 오래된 책이나 유명한 책에 머물지 않고 정신에 깊이 들어와 천천히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다. 태양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만들어내듯이 고전도 내 안에서 폭발해 활력과 영감을 만들어낸다.


태양과 함께 인류에게 친숙하고 소중한 별이 하나 더 있다. 북극성(北極星). 지구가 하루에 한 번씩 자전하기에, 밤하늘을 오랜 시간 관찰하면 모든 별이 한 점을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 중심은 지구의 자전축을 길게 늘였을 때 하늘에서 만나는 점인데, 여기가 북극성의 자리다. 북극성은 북쪽이 어느 방향인지 확실하게 알려주기에 옛날부터 항해자와 여행자에게 밤하늘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그림1.png 북극성은 대표적인 길잡이별이다 (출처: Greg Parker)


책의 우주에 비유하자면 북극성은 고전 중의 고전이다. 북극성은 태양보다 2천 배나 밝으며, 지구와는 400광년 넘게 떨어져 있다. 북극성을 찾을 수만 있다면 지구 어디에 있든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북극성을 길잡이별이라 불렀다. 책의 우주에선 아마 동양과 서양의 고전을 뽑을 때 가장 먼저 꼽히는 몇몇 책이 북극성에 해당할 것이다.


51Xjmunu-VL._AC_UF1000,1000_QL80_.jpg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사가 펴낸 '서양의 위대한 책' (출처: 아마존닷컴)


나는 천문학 책에서 북극성을 찾는 법을 배워서 밤하늘에서 찾아보았다. 내가 심재라고 이름붙인 작은 우주에서도 북극성을 찾아보았다. 개인 차원에서 보면 ‘인생 책’이 북극성이라 할 수 있다. 북극성이 여행의 길잡이이듯 인생 책은 삶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인생 책은 읽을 때마다 태양처럼 영감의 빛을 주고, 살면서 길을 잃었을 때 북극성처럼 방향을 일러준다. 영감은 언제 필요할지 알 수 없지만 수시로 필요하고 방향은 늘 중요하다. 그래서 항성 책은 서재의 중심, 내 손이 닿는 거리에 위치한다.


‘길잡이책’ 몇 권과 마음속 스승의 저서가 나의 항성이다. 구본형, 조셉 캠벨, 칼 융, 법정 스님의 책. 나는 서재에서 이 책들을 모두 책상과 의자 뒤편에 배치했다. ‘항성 책’이 내 뒤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하다. 서재에 있으면 이들의 빛과 안내를 늘 받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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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에 자리하고 있는 나의 태양과 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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