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선생의 책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를 훑어보는데 마음이 그윽해집니다. 언젠가부터 그윽함이 점점 좋아집니다.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일까요.
국어사전에서 ‘그윽하다’를 찾아보았습니다.
‘깊숙하여 아늑하고 고요하다.’
뜻풀이가 또한 마음에 듭니다.
2005년에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신영복 선생의 내공에 감탄하기에 바빴습니다. 고전의 내용은 차치하고 저자의 학식과 인품이 놀라웠습니다.
2010년에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웠습니다. 처음 읽은 지 5년이 지났건만, 선생이 소개한 책 중에서 읽은 건 절반도 채 되지 않았거든요. 무엇보다 그나마도 깊이 읽지 않았고 성찰의 거울로 삼지 않았으며 삶에 실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부끄러울 수밖에요.
이번에 오랜만에 이 책을 훑어보는데 한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온고창신(溫故創新)’,
온고지신(溫故知新)과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뜻을 결합한 지혜로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만든다라는 뜻입니다.
책을 훑어보다가 책 사이에서 명함 2개를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아마도 2009년 가을 무렵에 만든 명함이고, 다른 하나는 2010년부터 5년 가까이 진행한 새벽수련 프로그램의 명함입니다.
그러고 보니 북앤딥라이프를 작년 4월에 문을 열고 독서모임은 같은 해 5월에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새벽수련 프로그램을 2014년 12월에 마무리했으니, 10년만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한 셈입니다. ‘이것이 우연일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온고창신(溫故創新)’이란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고전(古典)은 시간의 풍화를 이겨낸 책, 더 나아가 시간으로 인해 더욱 윤기 나는 작품입니다.
고전은 오래된 책이 아니라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가치와, 오랫동안 생명력을 발산해온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고전은 오래된 과거가 아니라 ‘오래된 미래’입니다. 그래서 온고창신의 바탕으로 고전만한 것이 없는 듯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고전 읽기는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최고의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또한 저자는 동양고전을 읽을 때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성찰적 관점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깨달음은 고전 읽기의 시작이며 그 끝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전은 큰 산과 같아서 오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숙련된 안내자가 필요합니다.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안내자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고전 중에 한 권을 골라 고전에 입문해보세요. 그 고전을 읽기 전에 이 책의 해설을 읽고, 고전을 읽으며 수시로 손에 잡고, 다 읽은 후에 이 책을 다시 보며 고전을 음미하면 그윽한 독서가 될 겁니다.
* 서평 : 고전(古典)을 읽는 이유
고전(古典, classic)은 옛사람이 오래전에 쓴 책이 아니다. 고전은 인간 보다 훨씬 수명이 긴 책이다. 한 시대보다 오래, 길게는 수천 년 동안 살아남은 책이다. 시간으로 인해 더욱 윤기 나는 책이 고전이다.
고전을 읽는 이유는 옛시절에 관한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과거로의 회귀도 아니다. 고전 읽기는 오래된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가늠하고 미래로 가는 길을 찾는 과정이다. 신영복은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에서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디딤돌이면서 동시에 짐이다. 짐이기 때문에 지혜가 되기도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과거를 지혜로 만드는 방법으로 고전 읽기를 꼽는다. 고전은 수많은 과거와 현재를 거치며 꽃 피워 온 인류 사상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고전은 ‘오래된 미래’를 담고 있다.
신영복은 “고전 독법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대화를 선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대화는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다.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살피는 것은, 현재에 비추어 과거를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의 상호관계를 통해 둘 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래서 고전을 읽다 보면 미래가 ‘오래된 과거’임을 실감하게 된다. 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 속에 있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 안에 있다. 우리는 고전을 통해 세상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고전에서 길을 찾고 스스로를 발견한 건 우연이 아니다.
고전을 충실히 읽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와 관점으로 읽느냐가 중요하다. 신영복은 스스로를 성찰하는 태도로, 현재 자신에게 절박한 문제를 화두 삼아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찰적 태도는 깨어 있는 정신이고, 나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읽는 사람은 설렁설렁 읽지 않는다.
고전은 책이라는 영토에 우뚝 솟은 산이다. 높은 산은 멀리서 보면 편하지만, 참맛을 알려면 직접 올라 봐야 한다. 하지만 선뜻 발걸음을 떼기는 부담스럽다. ‘고전을 읽겠다는 것은 태산준령 앞에 호미 한 자루로 마주 서는 격’이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이럴 때 좋은 안내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신영복의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은 훌륭한 안내자다. 이 책에는 20년 넘게 고전을 읽으며 스스로를 성찰해 온 저자의 삶이 배어있다. 동양고전을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사유는 저자의 내공을 보여준다.
살다 보면 자기 존재와 인생을 전반적으로 통찰해 봐야 할 때가 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들여다보며 미래를 조망해 볼 시점이라면, 신영복의 책을 펼쳐보자. 이 책에 나오는 동양고전 가운데 끌리는 한 권을 골라 통찰의 벗으로 함께 하는 것도 좋다. 동양고전 한 권은 몇 개월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고전을 읽으며 정신의 땀을 흘려보자. 마음이 맑고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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