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게 만드는 말'이라는 주제로 카페에서 백일장을 열었다. 어느 정인이 글 한편을 올렸다.
첫 번째, ‘언젠가는 쓰겠지’하는 물건은 영원히 안 쓰게 된다. 이 말을 듣고 꺼낸 물건이, 남편이 결혼 전에 산 “내셔널 지오그래픽” 비디오 테이프였단다. 집에 비디오테이프 플레이어도 없는데. 아이들과 함께 보려고 남겼다는 남편에게 ‘요즘은 유튜브에 찾으면 다 나오니까 버리자’하니 순순히 따르셨다고.
두 번째, 1년 안에 한 번도 안 입은 옷은 버려라. 손 빠르고 야무진 절친이 한 말이었다. “너 결혼할 떄 입었던 한복 지금 유행지나서 못입어. 한복도 유행탄다. 버려라. 그리고 1년 동안 한 번도 손 안댄 옷은 앞으로도 안 입을거니까 버려.” 이 말에 바로 옷장은 뒤집어 1년간 안 입은 옷을 모두 비우고, 지금은 4졔절 합쳐 20벌도 안 되는 옷으로 살고 계신다고.
세 번째, ‘쓰시고 제자리에’. 같이 일하던 회사 동료가 성질을 내면서 한 말이었단다. 내 물건 쓰는 건 좋은데, 쓰고 제자리에 안 갖다 놓으면 다신 안빌려주겠다고. 그 뒤로 집에서도 꼭 물건에 자리를 만들어 주고, 쓰면 다시 갖다놓고, 자리가 없으면 비우자고 하니, 집안이 조금씩 정리됨을 느끼셨단다.
마지막은 귀레기. 귀한 쓰레기라는 뜻이다. 여행 다니면서 기념품을 가끔 사는데, 결국 나중에는 버릴만한 물건이 된다는 것을 알고 그 뒤로는 냉장고에 붙일 수 있는 작은 자석만 구매하신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한 두 개의 말으로 글을 썼는데, 이렇게 많은 말들을 기억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말은 잊을 수 있으나, 그날의 경험은 잊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인님은 말을 듣고 바로 실행했던 것이다. 백일장의 주제를 ‘정리하게 만든 말’이라기 보다, ‘말을 듣고 정리한 몸’으로 고쳐야 할 것 같다.
말과 행동사이에는 바다가 있다
- 이태리 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