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몬스터

좀비, 귀신 그리고 괴생명체

by 사이먼 케이


오늘도 얻어맞은 후 창고에 감금된 영웅.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영웅짓이 아닌 친구도 없는 얻어맞는 짓에 익숙해져 있다.


맞아서 너무 아프니 잠시만 더 누워있다가 일어나기로 한다.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만 확인하러 가기엔 몸이 너무 아프고 피곤하다. 그대로 눈을 감고 잠이 든다.


얼마나 잔 걸까? 힘겹게 눈을 떠본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많이 맞았다. 그래서 그런지 눈도 잘 안 떠지는 데다 여기저기 맞은 부위의 통증이 아까보다 더 밀려온다. 그래도 잠은 집에서 자고 싶은 생각에 영웅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본다. 누군가가 도와줬으면 한다. 맞거나 맞기 전에 늘 드는 생각이다. 하지만 영웅을 도와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의식이 생기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그래왔다. 태어날 때 누군가가 도와줬겠지만 기억을 떠올리면 내가 스스로 혼자 살아온 느낌이 든다. 바쁘다는 핑계로 어린 영웅에게 그의 부모는 집 열쇠와 돈을 쥐어줄 뿐 저녁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버려진 기분이 든 지도 오래다. 이제는 무감각하다. 언제부터인지 학교에서는 자신을 괴롭히는 급우들이 점점 더 많아졌고 언제부터인지 그러한 일들이 자신의 잘못인지 아니면 그들의 잘못인지 모르게 되었다.


이런 잡생각이 왜 지금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 창고 같은 데서 나가게 된다면 또 자기를 왕따라 부르며 괴롭힐 일진 급우들을 마주쳐야 해서 그럴까? 아니면 자기를 내팽개친 부모? 모르겠다. 그냥 빨리 집에 있는 침대에 눕고 싶다. 영웅은 지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창고 문으로 향한다.


가는 길 옆 바닥에 웬 장검이 놓여있다. 중세시대에서나 볼 법한 모양이지만 검의 날은 이전에도 본 적이 없는 모양이다.


영웅은 검을 들어본다. 푸른 날의 검이 아름답다. 영화에서 보듯 한번 휘둘러 본다. 푸른빛을 내며 검이 마치 스스로 움직이는 듯하다. 급우들이 자기를 괴롭히려 들면 이 검을 휘두를까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못하겠다.


'그들이 나를 괴롭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무감각에서 더 넘어가면 이해가 돼버리나? 검을 휘두르는 순간 자신을 방치한 부모나 자신을 괴롭힌 급우들의 마음이 이해 가기 시작했다. 하긴 그래도 부모덕에 침대에서 잘 생각도 하고 굶지 않아도 되는 게 어디인가? 물론 영웅에게 준 용돈의 상당수는 일진 급우들에게 뺏기지만 그래도 몇 대 맞고 돈 좀 주면 그들도 더 이상 영웅을 괴롭히지는 않지 않은가?


이상한 일이다. 그들의 잘못을 이해해 버린 영웅의 정신상태가. 머리를 때리지는 않았는데…?


영웅은 생각을 없애려는 듯 고개를 저어버린다. 그리고 검을 한 손에 들고 문을 연다. 문 밖에는...


아까 시끄러웠던 소리의 정체의 원인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영화에서나 봐왔던 수많은 좀비 떼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 사람들을 먹고 있는 건지 깨물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의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와 피비린내가 온 세상을 뒤엎고 있는 듯하다. 지금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다. 아비규환.


모든 이성이 다 사라진 듯 좀비 떼는 이성이 남아있는 모든 인간을 닥치는 대로 물고 먹으며 죽이고 있다. 한 좀비가 자신을 쳐다본다. 그리고 다른 좀비들과 함께 파도가 밀려오 듯 자신에게 다가온다.


영웅은 자기도 모르게 들고 있던 검을 휘두른다. 이전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검술을 익혀 본 적이 없다. 장검이기에 일정 거리로 다가오기 전에 베어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공격당한다.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안 거지? 영웅은 의아해하며 열심히 장검을 휘두른다. 영웅의 휘두르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영웅 자체도 놀란다. 하지만 좀비 떼가 점점 더 많아지면서 자신의 실력에 감탄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영웅은 나온 창고로 다시 들어가 문을 잠근다. 한숨을 돌려본다. 생전에 한 번도 무술을 배우거나 특히나 장검은 써본 적도 없다. 좀 전에 이 창고 방에서 한번 휘둘러 본 게 다였다. 그러한 자신이 어떻게 이런 장검을 잘 휘두를 수 있는지 신기하다. 아까 베어버린 좀비의 살결이 장검의 날을 통해 자신에게 느껴진다. 왠지 어떻게 휘두르면 그들을 다 베어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창고에서 어떻게 집으로 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진다. 무심코 옆을 쳐다본다. 아까 장검이 놓여있던 자리에 7개의 단검이 허리에 차는 벨트에 달려있다. 언제 저 단검과 벨트가 있었지? 영웅은 의아해 하지만 지금 생각할 시간이 없다. 좀비 떼들이 점점 더 거세게 문을 열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빨리 벨트를 허리에 찬다. 장검도 걸 수 있다. 장검을 허리춤에 걸고 단검을 하나 빼서 손에 쥔다.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가? 자신의 행동이 익숙하다. 창고문이 열린다. 수많은 좀비 떼가 자신에게 뛰어온다. 영웅은 좀비 떼 뒤로 또 다른 창고를 발견한다. 우선 저 창고로 달려가자. 그렇게만 하면 자신의 집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다.


손에 쥔 단검을 휘두르며 좀비 떼 사이를 지나간다. 영웅은 삶에 의욕이 사라진 지도 오래였다. 그래도 자살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들에게 죽는다면 자살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이 겹쳐지면서 그냥 죽으면 죽지 하는 마음으로 좀비 떼를 지나간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영웅 뒤로 수많은 좀비 떼가 쓰러져 죽어 있다. 자신의 양손에는 어느새 단검이 두 개 들려있고 몇 개의 단검은 좀비의 머리에 꽂혀있다. 허리춤을 확인해 본다. 단검이 2개가 남았다. 장검은 그대로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또 다른 좀비 떼가 다가오기 전에 빨리 몸을 피해야 한다. 영웅은 아까 보았던 창고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어차피 이 문이 열리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때까지 숨을 고르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집으로 가서 준비물을 챙기고 이 마을을 떠나야 한다.


지금 집에 가면 챙길게 뭔가 생각해 본다. 지금 당장 영웅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아마도 비상식량, 다른 무기, 무전기, 휴대폰 그리고 이런 걸 집어넣을 가방이 아닐까 싶다. 냉장고와 캐비닛에 음식이 잔뜩 있는 게 떠오른다. 그럼 무전기나 휴대폰은 어디서 구하나? 그러고 보니 자신의 휴대폰을 그 일진 놈들이 가져갔다. 자신의 가방도 함께 가져갔다. 가방 안에 휴대폰을 집어넣었던 게 떠오른다. 거참. 그 놈들은 살아있나? 모르겠다. 영웅은 왜 자신을 괴롭힌 그 일진 놈들을 걱정하는지 모르겠다. 혼자생각이 많아진다. 우선 자신의 방에 있는 다른 가방이 떠오른다. 그 가방을 가지러 집에 가야겠다. 이전에 쓰던 휴대폰도 집에 있으니 우선 가져와야겠다.


‘어?’


창고밖이 어느새 조용하다. 조심히 문을 열어본다. 거짓말처럼 좀비 떼가 보이지 않는다. 꿈을 꾼 것인가? 영웅은 잡생각이 많은 아이다. 그래서 그런가? 생각을 좀 줄여야 할까? 영웅은 무의식적으로 밖을 나가려 한다. 발이 창고 밖 지면을 디디려는 순간 허리에 찬 장검이 만져진다. 정말 짧은 순간이지만 남아있는 단검 네 개도 눈에 들어왔다.


‘어?’


꿈일리가 없다. 순간 바깥 분위기가 싸하다. 하지만 이미 중력에 의해 자신의 몸은 창고 밖으로 나가졌다. 순간 영웅은 자신을 쳐다보는 수많은 귀신의 눈을 느낀다. 분명 해가 뜬 오후지만 마치 싸늘한 저녁 공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영웅을 쳐다보던 수많은 귀신의 눈이 한꺼번에 영웅에게, 마치, 잡아먹을 듯이 다가온다. 영웅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굴려 피한다. 귀신이기에 형채만 보일 뿐 만져지지는 않는 듯하다.


영웅은 구르기를 하고는 일어난다. 구르면서 지면 곳곳에 어두움이 깔려있는 걸 발견한다. 무엇인지 만지려는 순간 앞쪽에서 겁에 질린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고개를 든다.


아까 좀비 떼에 살아남았는 듯 영웅과 마찬가지로 다른 쪽에 있던 창고에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영웅을 지나쳐간 귀신들에 의해 쉽게 죽임을 당한다. 아까 좀비 떼에게 당한 것처럼 육신이 찢어지는 게 아니라 정신을 지배받는 듯, 귀신이 지나간 사람들은 자신들의 머리를 쥐어짜며 괴로운 듯 바닥을 뒹군다. 사람들은 귀신을 물리치려는 듯 쥐고 있는 봉이나 무기를 휘두르지만 좀비 떼처럼 공격이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찢기 시작하고 가지고 있던 무기로 자신의 배를 가르고 눈을 찌르기 시작한다. 창자가 튀어나온다.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사람도 나온다. 마치 귀신 들린 듯 그들은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굿을 하는 듯 보이기도 하고 정신병원에 구금되어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귀신 들리는 게 다름 아닌 정신적으로 미친 거라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난다.


귀신에 의해 그들은 정신이 사라진 좀비가 된 듯하다. 귀신들은 그 자리에 있는 살아있던 사람들을 다 처리한 듯 다시 영웅에게 달려든다. 반사적으로 영웅은 들고 있는 단검을 던진다. 단검을 던져본 기억이 없지만 마치 오랫동안 숙련된 사람처럼 단검이 정확히 귀신의 머리에 꽂힌다.


‘어?’


어째서 자신의 단검이 형채만 보이고 만져지지 않는 귀신의 머리에 꽂혔는지 모르겠다. 단검에 찔린 귀신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이내 아까 보았던 땅의 어둠으로 바뀐다. 지금 현재 단검은 두 개 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귀신은 떼로 남았다. 아까 보이던 모든 사람들은 다 죽어 바닥에 쓰러져 있다. 그들 중 몇 명은 좀비로, 몇 명은 귀신으로 일어난다. 사람들이 당할수록 영웅의 적은 더 많아진다.


영웅은 단검을 뽑으려다 말고 장검을 뽑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공격해 오는, 이제는 좀비와 귀신이 돼버린 그 사람들에게 휘두른다. 장검에 맞은 좀비와 귀신은 쓰러진다. 영웅은 지금 이 좀비와 귀신을 다 죽일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자신의 체력은 한계가 있다고 느껴진다.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는 영웅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 궁금해진다.


영웅은 장검을 휘두르며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아파트가 보인다. 저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을 누른 후 바로 집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고 싶다. 하지만 곳곳에 자신을 해하려는 적들이 있을지 모른다. 계획을 머릿속으로 짜면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간다.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계단으로 올라간다. 계획 변경이다. 계단을 올라가는 곳곳에 좀비 떼와 귀신이 나타난다. 장검을 휘두르지만 계단을 타는 양옆이 좁다. 대신 단검 두 개를 양손에 쥐고 좀비와 귀신을 찔러 죽인다. 어째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무기만 효과를 발휘하는지 모르겠다. 머릿속으로 계획을 다시 짜본다. 이미 세운 계획일지라도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수정하며 나아가야 할 듯하다. 중요한 건 결과다. 결국 자신이 이 마을을 빠져나가야 하는 게 목적이다. 우선 자신의 방에 가서 먹을 걸 챙긴 후 가방을 가지고 와서 이 지역을 빠져나갈 것이다.




겨우 자신의 집에 들어왔다. 언제나 그랬듯 아무도 자신을 맞이하지 않는다. 영웅은 자신의 엄마 아빠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살아 계시는지도 모르겠다.


우선 냉장고와 벽장에 보이는 모든 음식을 챙길 만큼 챙겨본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 있는 다른 가방에 집어넣는다. 자신의 아빠가 해외출장에서 사다 준 가방이었다. 불편해서 쓰지 않았다. 아니, 학교에 가지고 가면 뺏길까 봐 쓰지 않았을 것이다. 명품 가방이었기 때문이다. 이 가방 하나를 던져주고는 몇 달 동안 얼굴을 못 봤다.


영웅은 가방에 최대한 많이 집어넣는다. 집어넣다가 이상한 게 손에 잡힌다. 손을 집어넣어 무엇인지 빼본다. 총이다. 총. 영웅은 총을 가방에다가 집어넣은 적이 없다. 총자체를 가진 적도, 구하거나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한적 없다. 누가 넣어 논건가? 왜?


순간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영웅은 지금 생각할 시간이 없다. 궁금한 건 살아남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총을 꺼내 자신의 검이 있는 벨트에 착용한다. 마치 하나인 듯 정확히 들어맞는다.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간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도망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죽었기에 주위가 썰렁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대놓고 적들과 싸우는 사람도 있고 도망치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점점 많아지는 좀비 떼와 귀신 떼를 이기기는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사람이 죽을수록 좀비나 귀신이 되기에 숫적으로도 불리해진다. 차를 움직이며 도망치려고도 하지만 좀비 떼의 공격이나 차를 뚫고 들어가는 귀신 떼를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영웅은 맞서 싸우기보다는 도망치기로 결정한다. 운전을 배운 적 없지만 할 수 있을 듯하다.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가 그 차를 가지고 도망치려다 죽임을 당했다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영웅은 차에 타기 위해 문고리를 잡으려 한다. 하지만 문고리가 잡히지 않는다. 다시 잡으려고 한다. 여전히 잡히지 않는다. 자신의 손을 쳐다본다. 투명하다. 귀신과도 비슷한 형채이다.


그 옆에서 자신의 육체가 우두커니 서 있다. 만약 좀비나 귀신이 공격하면 육체는 무의식적으로 검을 휘둘러 죽인다. 자신의 육체가 차 안에 들어가길 원했다. 그러자 육체가 스스로 차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간다.


‘이럴 수가’


지금 자신의 정신이 육체에서 떨어져 있다. 그대로 차 안으로 들어가 본다. 차를 뚫고 안으로 들어간다. 육체는 우두커니 운전자석에 앉아있다. 영웅은 자신의 육체가 차를 움직였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자 자신의 육체가 시동 거는 버튼을 누르고 발에 걸리는 액셀을 밟는다. 차에 시동이 걸린다. 영웅은 한 번도 운전해 본 적 없는 자신이 어떻게 이걸 아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자신의 정신상태가 육체하고 다시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생각대로 육체가 움직이지 않는다.


순간 조수석에 놓인 자신의 뺏긴 가방이 보인다. 영웅은 지금 모든 것이 다 보인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자신의 육체도 보이고 조수석의 가방도 보인다. 자신은 차를 그대로 뚫고 들어온 듯하다. 가방을 집으려고 하는데 뒷자리에서 그르렁 대는 소리가 들린다. 영웅은 그르렁 대는 소리를 향해 단검으로 찔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육체가 단검을 뽑아 보지도 않고 뒤를 지른다.


뒤를 돌아보자 자신을 괴롭힌 일진 중 한 명이 좀비로 변한 채 단검에 꽂혀 죽어가고 있다.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마치 도와달라는 것 같다. 영웅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차 밖에는 귀신의 형채를 한 일진 놈이 자신을 째려보고 있다. 하지만 들어오지는 못하고 있다. 만일 들어온다면 영웅은 그 일진 귀신을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일진 귀신도 그 사실을 아는 듯했다. 영웅은 자신의 육체가 차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갔으면 했다. 그러자 육체가 기어를 옮겨 액셀을 밟는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뒷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죽어버린 일진 좀비를 밖으로 버리고는 차를 더 빨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뒤에서 일진 귀신은 자신의 죽어버린 몸뚱이를 보고는 떠나는 차를 멀뚱히 쳐다만 볼 뿐 따라오지는 않는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려는데 이제껏 본 적이 없는 괴생물체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좀비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 라디오에서 지지직 소리가 들린다. 그러더니 지지직 소리와 도망치라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기 시작한다. 지금 영웅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육체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런 생각이 마치자 어느새 들어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앞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괴생물체들을 쳐다본다. 영웅은 알 수 있다. 좀비 떼는, 귀신 떼는 해치울 수 있었지만 지금 상태로는 저 괴생물체 때를 해치울 수 없다. 옆자리에 놓인 자신의 장검을 쳐다본다. 아니다. 이 장검이 뭔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상대한 적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현재의 영웅은 저 괴생물체들은 해치울 수 없다.


재빨리 차를 돌려 괴생물체를 피해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간다. 괴생물체들이 따라오지는 않는다. 지금 사태와 자신의 능력이 궁금하지만 우선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대로 다른 도시로 가봐야 한다. 알만한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영웅은 갑자기 차를 멈춘다.


영웅 앞에는 아무리 봐도 한 팀인 듯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손에 들고 마치 영웅을 기다렸다는 듯이 서 있다. 일몰로 인해 뒤에서 지는 태양 빛에 그들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영웅은 알 수 있었다. 지금 모든 것이 궁금한 이 상황, 무엇보다 자신의 변화에 어느 정도 저들이 답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저들도 영웅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미소를 짓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