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정욱 Mar 09. 2024

영웅주의에 대한 경고, 영화 듄

[Weekly OD Insights] 영화: 듄 파트 2


듄 파트 2를 관람했다. 돌비 시네마에서 봤는데, 아이맥스가 아니라 꽉 찬 화면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사운드의 만족감은 차고 넘쳤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샤이 훌루드를 타고 적진을 향해 진격하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지고, 감탄사가 나왔다. 사운드가 워낙 압도적이라, 온몸이 떨리는 경험을 했다. 이왕 본다면, 돌비 시네마에서 보시길 강력하게 권한다. 반지의 제왕과 비견되고 있는데, 나 또한 그랬다. 



“영웅이 필요하다는 건 대개 시스템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책 <업스트림>에 나오는 말이다. 듄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관점이 있지만, 나는 ‘영웅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영웅을 기다리는 프레멘들과 영웅을 거부하는 챠니, 당신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영웅은 우리에게 불가피한 존재일까? 


또 다른 SF 소설 <은하영웅전설>이 떠올랐다. 해당 소설에서 작가는 민주주의 제도의 안티테제로서 ‘강력한 빌런’이 아니라 ‘완벽한 성군’을 등장시킨다. 은하제국에서는 라인하르트라는 불세출의 황제가 등장하여 민중들이 원하는 것들을 실현시켜 나가는데, 반대로 민주주의 공화국에서는 부패한 대통령을 뽑고, 사회는 점점 더 몰락해 나갔다.


극 중에서 라인하르트는 “민주주의가 결국 자신들의 자유의지로 스스로를 타락시키는 체제가 아닌가?” 라며 중우정치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을 비판한다. 지금 미국에서 여전한 트럼프의 인기를 보다 보면, 그러한 비판은 충분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자유행성동맹 장군이자 주인공인 양 웬리는 “화재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로 불 그 자체를 부정해선 안 되며, 설사 민중 스스로를 해치더라도, 그것의 주체는 민중이 되어야 한다”라고 반박한다. 즉, 소설은 올바른 독재국가와 부패한 민주국가라는 역설적 상황을 놓고 우리에게 올바른 판단이 무엇인지 묻는다. 




구원자가 등장할 때, 집단의 판단과 책임은 위탁된다. 영화<듄>에서 챠니가 "예언이 우릴 노예로 만드는 거야!”라고 유일하게 반기를 들지만, 연신 ‘리산 알 가입!'을 외치며 폴에게 빠져드는 프레멘 대중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최근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의 대사도 생각났다. 인간의 본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것이 독재자가 아닐까. 맡기면 편하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수 없이 증명하고 있지 않지 않은가.


“인간이 명령 내리는 거 좋아하는 거 같제? 
인간이라는 동물은 안 있나,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기를 바란다니까.” 




조직에서도 ‘구세주를 찾아서 떠도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실은 시스템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핵심 인재만 잘 채용되면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된다고 믿는 많은 리더들을 본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시스템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개선해보려는 냉철한 자세다. “지금의 문제는 과거의 해결책이다”라는 말을 생각해보자. 한 명의 영웅으로 인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그만큼 또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몰락하는 기업의 5단계를 분석하는데, 그중에서 4단계가 ‘구원을 찾아 헤매는 시기’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할 제품이나 판을 뒤집을 합병, 카리스마 넘치는 외부의 구원자 등 상황을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을 찾지만, 그러한 극약 처방은 처음에는 일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결국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완전히 몰락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강조한다. 영웅이 불러올 끔찍한 결과를 경계했지만, 결국 스스로 '퀴사츠헤더락'이 된 폴의 말마따나, “통제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통제를 가져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주저리 주저리 길었지만,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영화다. 일상에 숨겨진 ‘영웅주의’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찾아본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 

매거진의 이전글 간절하게 바라면, 정말 현실이 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