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족 여행기 in 런던 (2024.05.07)
오늘은 해리포터 스튜디오 가는 날. 이 날을 위해서 지난 겨울부터 재원이는 해리포터를 읽었고, 나는 영화를 쭉 이어서 보았다. 심지어 이날을 위해 '완드'도 미리 구입했다. 재원이도 지금까지 본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해서 기대가 컸다. 스튜디오까지 가는 길이 조금 헷갈렸는데, 구글 맵보다는 시티 맵퍼가 더 효과적이더라. 앱에서 시키는 대로 하니,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그 규모가 생각보단 크지 않았다. 하지만, 소품이나 장소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했고, 특히 해리포터에 대한 찐팬으로서의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인상 깊었는데, 매 시간에 맞춰 예약 인원을 제한함으로써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들어가는 입구부터 경험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출입하게 되면 하나의 공간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런저런 온보딩을 하고 안내도 하는데,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지루함을 달래면서도 앞선 투어 시간과의 간격을 벌려서 전체적으로 쾌적하게 운영될 수 있었다고 본다. 마치, 더 빠른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게 아니라, 거울을 설치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 문제 해결보다 정의가 중요한 법이지.
스튜디오 자체는 사진 촬영하기에 좋았고, 참여할 거리가 많다거나 액티비티가 크게 역동적이진 않았다. 스탬프 찍으면서 돌아다니고, 소소한 액션 버튼들을 눌러보고,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설명을 듣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기승전결이 잘 짜였다고 느낀 3가지 경험이 있다.
첫 번째는 금지된 숲의 경험이다. 처음에는 화려한 것들로 가득하다가, 중반쯤 어두워지면서 거대한 거미를 비롯한 천둥 번개가 치는 구간으로 이동하는데 약간의 스릴을 느낄 수 있었다.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역도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효과적이었다.
두 번째는 버터 맥주와 함께하는 식사 공간인데, 내가 방문한 날은 날씨가 좋아서 야외에서의 경험이 정말 좋았다. 사소하지만, 맥주를 먹고 남은 컵은 가져갈 수 있도록 해서 소소하게 아이템을 얻는 경험도 좋았다.
마지막은 맨 마지막에 배치한 거대한 '호그와트 학교'인데, 빙글빙글 돌아서 내려가는 과정에서 특유의 웅장한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이 사람들이 이 정도로 진심이구나,라는 생각부터 스튜디오의 마지막을 잘 설계했다는 생각까지,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돈이 아깝지 않도록 잘 설계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있다. 나가는 길의 굿즈 샵이 그 어느 곳보다 체계적이고 매력적으로 설계되었는데, "이렇게까지 해도 안 살 거야?"라고 말을 거는 듯했다. 어떻게 해서든 하나 정도는 구입해서 나가도록 전력을 다 했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도 결국 낚이고 말았지만.
스튜디오 구경을 마치고 간 곳은 소호 거리의 리버티 백화점이다. 아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어서 방문했고, 근처에 가성비 맛집인 B Bagle에서 간단히 베이글을 먹었다. 런던 베이글이 얼마나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특히 솔트 비프 베이글은 지금까지 거의 먹어보지 못한 맛이라 매력적이었다. 날씨가 화창한 오후, 활기차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베어무는 베이글이라.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내겐 런던 와서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 이후 레고 스토어와 M&M 스토어에 들러서 이런저런 구경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