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건 결과물이 아니라 질문하는 방식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개발이 정말 싫다. 대학교 전공이 공학이었기에 컴퓨터공학 관련 수업도 몇 개 들었지만, 경력으로 살리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관심이 없는 영역은 도저히 집중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다. 그렇게 싫어했던 나지만, 요즘은 업무 내내 한쪽 모니터에 터미널 창이 떠 있다. 뭔가 만들고 있고, '이거 고쳐줘'라고 말하는 게 일상이 됐다.
비개발자도, 개발자도 요즘은 다 힘들어 보인다. 비개발자는 기존에 쏟아지는 업무에 AI까지 배워야 하고, 개발자는 하루하루 발전하고 달라지는 AI를 따라가면서도 각 분야에서 특출난 문제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도메인 지식의 중요성은 더 커졌고, 미친 듯이 달려도 혼자 뒤처지는 느낌이다. 즉, 지금의 세상이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수준은 너무 높아졌고, 가끔은 가혹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최근 AI 관련하여 사내 발표를 준비하면서 스스로 붙인 부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잘하고 싶어서"였다. '고작 이 정도 사례도 발표하네?'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안다. 그래도 일단 실험하고 공유해야 한다. 20대 시절, 책 읽기를 습관화하고 싶을 때 내가 했던 것은 책을 요약해서 발표하는 스터디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돌아보면 그것이 내 인생을 바꿔 놓았는데, 학습은 무조건 아웃풋 중심이어야 한다. 일단 만들고 공유하다 보면 늘게 되어 있다. 근황 공유 차, 최근 발표 내용을 가볍게 공유한다.
HR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잡일'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리 바빠도 반복되는 공지를 빠뜨리면 안 된다. 반복적이고 사소해 보이지만, 놓치면 안 되는 일들을 모두 개선하고 끝내 자동화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Gems/GPTs를 많이 활용했다. 블로그 글을 링크드인과 페이스북에 공유할 때마다 요약 문구를 써야 했는데, 이제는 링크만 붙여넣으면 초안이 나온다. 인터뷰 스크립트를 넣으면 각 핵심 가치별로 어떤 사례를 언급했는지 정리된다. 완전한 자동화는 아니지만, 손수 해야 할 것들을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했다.
공지사항 자동화도 시도했다.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공지 일정을 한판으로 정리하고, Apps Script로 해당 일정에 맞춰 슬랙 채널에 자동 발송되도록 만들었다. 아직 처음 세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완전한 자동화는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공지를 '잊어버릴' 걱정은 사라졌다. 1년이 지나면 더 나아질 것이고.
또 채용을 하다 보면 구체적인 입사자 정보(연락처, 학력, 경력 등)를 하나하나 DB에 옮기는 작업이 있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지만, 하나둘 모이면 크다. 처음에는 Apps Script로 자동화를 시도했다. 이력서를 올리면 자동으로 시트에 파싱되는 구조였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그대로 포기하긴 싫어서, AI Studio를 시도해 봤다. 이력서를 첨부하면 AI가 정보를 한 번 정리하고, 내가 복사해서 붙여넣는 방식으로 바꿨다. 여전히 손은 가지만, 시간은 확연히 줄었다. '완벽한 자동화'가 아니어도 괜찮다. 실패도 실험의 일부다.
한때 AI FOMO를 심하게 겪었다. 나름 열심히 쓴다고 노력했지만, 바쁜 일상으로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Claude Code를 쓰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다. 아직 능숙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건 내가 할 수 없어'라는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 사내 조직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었고, 버셀을 통해 배포도 했다. 지속적으로 버그를 고치고 유저 반응을 보는 중이다. 나는 여전히 모르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하면, 거의 다 되더라. 집요함과 끈질김만이 필요할 뿐이다.
늦게 시작하는 만큼 강점도 있다. 학습을 도와주는 콘텐츠도 더 빠르게 고도화된다. Claude Code를 처음 쓸 때는 일잘러 장피엠, 조코딩 같은 채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비록 시작이 늦어도, 빠르게 레벨업할 수 있도록 온 세상이 도와주고 있다고 느낀다. 내가 참고했던 영상 링크도 덧붙인다. (일잘러 장피엠, 조코딩)
AI와 함께하며, 일에 대한 접근 방식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예전엔 "해줘"처럼 일방적 요청이 많았지만, 지금은 최대한 많은 맥락을 공유하고 의견을 구한다. 나라면 화를 낼 법한 상황도 AI는 인내심 있게 참아 주고, 끈질기게 묻다 보면 결국 해결될 때가 많다. 이제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나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는 파트너 혹은 스승"과 대화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물론, 최종 판단은 항상 내 몫이지만.
당장 잘하지 않아도 된다. 두려운 건 늦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업무를 시작할 때, 하루에 하나씩 골라서 AI에게 물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미 잘해서가 아니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이다. 정답이 없는, 가끔은 그저 가혹한 AI 세상, 모두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