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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Dec 03. 2017

우린 어쩌다 자유를 잃어버렸을까?

책 <자유 주식회사> 2번째 리뷰

지난 '자유가 회사를 바꿀 수 있을까?'에 이은, 두 번째 글이다. 

첫 번째 글의 결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민주주의가 살아남은 이유는 구성원에게 자유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기업도 예외일 수는 없다. 구성원에게 '자유'를 주지 않는 체계는 결국 점차 경쟁력을 잃어 갈 것이다. '비자유'가 틀려서도, 비도덕적이어서도 아니다. 답은 단순하다. 자유가 없는 조직은 '성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유가 성과를 만든다는 전제를. 이를 믿든 믿지 않든, 많은 직장인들이 바라 마지않는 상황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 진정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많은 이들에게 일터에서의 '자유'는 아직도 낯선 단어다. 어쩌면 그것을 바라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득한, 그런 단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런 질문은 던지고 싶다. 


"우리는 어쩌다가 '자유'를 잃어버렸을까?"


이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우리가 앞으로 '자유로운 조직'을 찾아 나가기 위해 필요한 여정은, 먼저 '뒤를 돌아보는 것'이다. 역사는 생각보다 많은 해답을 품고 있다.




1. 장인들, 분업을 만나다. 


지금 형태의 '관료제 조직과 회사'가 등장하기 전, 우리의 삶은 '일'과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농부는 논과 밭에 나가서 일을 하고, 상인은 물건을 팔고, 솜씨가 좋은 대장장이들은 물건을 만들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스스로의 시간에, 스스로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과 그때의 생산성을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동시에 피터 드러커가 '생산성 혁명'이라고 부르는 변화가 찾아왔다. '분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모든 노동자는 주어진 자리에서, '한 가지 일'을 반복하게 되었다. 생산성을 감독하는 라인별 '관리자'가 배치되었고, 시간표가 내려왔다. 그 외에도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시작되었다. 공장은 번창했고, 단골 고객은 늘었다. 모든 일은 더 나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모던 타임즈



경쟁 세계에서 속도와 유연성, 무엇보다 이윤 창출을 원한다면 당연히
관료적 전제 경영을 해야 한다. 다른 조직 형태를 생각한다는 것은 바보짓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행복해졌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시간당 산출'은 늘었지만, 노동자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들이 작업한 최종 결과물을 볼 수 없었고, 통제할 수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정해진 작업만 하면 되었다. 고객은 늘었지만, '통제감'과 '목적의식' 그리고 '절차를 존중하려는 마음'은 줄었다.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할 때마다, 관리와 지배는 강화되었다. 놀랍게도 이 상황은 지금의 일터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일'과 '삶'을 철저히 분리하기 시작했다. 결과가 무엇이든 자기와 상관없다는 태도를 갖게 되었고, 퇴근 시간과 금요일만을 기다리는 데 익숙해졌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90%는 비 몰입 상태이며, 심지어 22%는 적극적 비 몰입 상태다.) 경영진은 물론 '주인의식'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것은 너의 같은 '주인'만이 갖는 것이며, 더 이상 나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지 말라며 외치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 직장에서 장인정신을 보는 일은 드물게 되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업무 몰입도는 놀랍다. 


어제의 해결책이 오늘의 문젯거리일 수 있다 - 피터 센게



2. 관료제 회사가 경영하는 법, 3% 통제 


이러한 관료제 회사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끝도 없는 결재 라인’ ‘절차에 얽매인 의사결정 방식’ ‘ 목표를 수립한 뒤 전달하는 톱다운 방식’ 이러한 요소는 사실 결과다. 이 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인간을 대하는 관점이다. 그들은 맥그리드가 말한 XY이론 중 X로 구성원을 바라본다. "인간은 일이나 학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명령과 통제는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위에서 말한 특징으로 이어진다. 


<자유 주식회사>에는 영국 우정공사의 사례가 등장한다. 2000년대 초 직원들의 결근이 심해지자. 이들은 6개월 결근 시 복권 당첨과 경품을 내걸었다. 이것은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니다. 하지만, 결근율의 진짜 이유를 파 해치는 것보다는 포상을 내거는 쪽이 분명 '속 편한 방법'이다.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사기 저하'와 '열악한 근무 환경'이었다. 특히, 사기 저하는 단순히 '돈'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다. 


인센티브는 만병통치약일까


고든 포워드는 이렇게 증상만 치료하려는 형태를 '3%만 통제하려는 경영'이라 칭한다. 

통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인간에 대한 신뢰가 없을 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1) 경영자는 '작은 문제나 말을 안 드는 직원에 국한된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직원 전체에 훨씬 강경한 규칙을 부과한다. 

2) 일관성 없는 내규로 인해 나머지 97%는 불만이 쌓이면서 자신들이 터무니없는 의심과 압박을 받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3)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포기한 매출, 놓친 사업 기회, 어느새 자리 잡은 비효율성' 등 ‘회계 처리가 안 되는’ 비용이야말로 그들이 지불하는 진짜 비용이다. 


리더는 의문이 든다. 물살은 요란하게 튀는데 왜 배는 제자리인 걸까?



3. 끈질긴 생명력의 비결 


그 결과, 직장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업무량이 증가하고, 업무 불확실성은 높아진다. 누군가 내 일을 방해하고, 종종 뒷소문의 주인공이 되고, 타당한 이유 없이 연봉 인상과 승진에서 누락된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한 손실이 얼마나 될까? 미국 노동통계청은 연간 손실 비용을 직원 1인당 1만 달러로 집계한다. 지금 우리나라 생산성이 1인당 3만 달러에 가까운데, 거의 1/3에 달하는 엄청난 비용이다. 이러한 비효율을 감당하면서까지, 관료제 조직이 버틴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의외로 원숭이 실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원숭이 다섯 마리가 우리에 갇혀 있고 천장에는 바나나가 매달려 있다. 첫 번째 원숭이가 바나나를 집으려 하는 순간, 연구원은 찬물을 뿌린다. 5마리 원숭이는 그 메시지를 이해한다. 그때 연구원은 새로운 원숭이를 집어넣는다. 이 신참 원숭이는 자연스럽게 바나나로 접근한다. 그러자 다른 원숭이가 즉시 제지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최초의 신참 원숭이는 '계단에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할 이유'도 모른 채 새로운 원숭이를 막는 일에 동참한다. 이른바 원숭이식 관료제의 탄생이다.


 

올라가기만 해봐라.


끈질긴 생명력의 비결은 바로, 조직 문화다. 조직 문화는 그래서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책 <기업문화 오디세이>에도 이 실험이 동일하게 등장하고, 다음과 같은 설명이 뒤따른다. "어느 누구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그 무엇'이 되어버린 것" 그렇기 때문에 조직 문화의 기원에는 '금기'가 있다. 메시지는 조직의 무의식으로 흘러들어가서, 활발하게 작동한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이러이러해' '우리는 이것을 하지 않아'라는 선을 함께 형성한다. 이제, 우리나라 직장에서 '자유를 말하는 것'은 금기가 되었다. 그 누구도 바나나를 따려하지 않는다.


문화는 있습니다. 현존하는 실재라는 말입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기업문화를 바라보는 첫 번째 전제입니다. - 신상원



4. 희망은 어디에 존재할까?


엄격한 관료제 기업이 구성원들의 자유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바뀔 수 있을까? 그 희망은 영장류의 실험에서, 그리고 앞서 간 기업들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참고로, 게리 해멀의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와 프레데릭 라루의 <조직의 재창조>에서도 다양한 사례를 만날 수 있다.) 일단, 영장류부터 만나보자. 그들은 바로 '아누비스 개코원숭이'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원숭이이지만. 그들에게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다. 


그들은 쓰레기장 근처에서 무리를 이루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결핵균에 감영 된 고기를 먹고 가장 공격적인 수컷들이 죽었다. (수컷 무리의 절반에 해당) 그 후,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살아남은 수컷은 한 마리당 암컷 두 마리를 차지했다. 서열이 높은 수컷도 예전에 비해 공격성이 덜했기에, 싸우는 일이 줄었다. 위계질서가 바뀌어도 예전보다 더 참았고, 암컷과 사이좋게 지내는 경우가 늘어났다.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신참 원숭이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우호적인' 문화는 계속 유지되었고, 이는 최초의 수컷들이 죽은 다음에도 이어졌다. 소수의 억압이 사라진 것이 영원한 행동 변화를 이끈 것이다. 


소수의 리더가 사라지면, 모두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위의 이야기가 주는, 그리고 <자유 주식회사>의 모든 사례가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변화는 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리더가 나서서 기업 자율화의 선봉장에 서야 한다. 리더가 변하면 다른 동료들도 변하기 시작한다. 복지 부동의 태도를 버리고 진취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시사점이다. 


변화는 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결론이 너무 수동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적어도 나는 그랬다.  "앞으로 모든 변화를 리더에게 맡겨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건 나만의 오해였다. 적어도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있다. 그곳에서, 그리고 내 삶에서 나는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내 삶과 일을 통합시키고, 자유를 얻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이러한 각오를 다지고자, 이 글을 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유를 쟁취해 나가시길. 그리고 주위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마시길. 


적어도, 내 삶의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니 말이다. :) 



PS: 개인적으로 조직문화와 조직개발, 그리고 학습 조직에 대해서 이런저런 공부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지속적으로 교류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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