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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Apr 15. 2024

열심히 살면 삶이 소중해집니다.


열심히 살면 삶이 소중해집니다.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하냐면 나에게 가치 있는 일입니다.


나에게 가치 있는 일을 찾는 일이 쉬운 걸까요?

아니요. 저는 그것은 많은 세월 안에서 아프기도 하고 치유하며 알게 됩니다.

20대 때는 뭔가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 채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30대에는 좀 나아졌을까요? 아니요. 30대 때는 뭔가 알듯 말 듯했지만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며 새로운 나와 만나게 되지요. 나를 돌보거나 돌아볼 시간을 쉽게 가질 수 없었죠. 그래서 저는 지금의 나이 마흔이 인생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마흔 중반이고요.


첫 번째 이유는 이제 인생의 반 정도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 얼마를 더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니 남은 시간들이 너무나도 소중한 거죠. 그리고 이십 대, 삼십 대 지내 온 시간들이 아무 쓸모없는 게 아니었어요. 그때의 실수들, 그때의 나약했던 나를 돌아보며 성찰하게 되죠. 다시 이야기해서 나와 잘 만날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 나이 마흔,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것이 꼰대가 되어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란 생각을 하기도 해요. 나를 중심으로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내 생각이 다 옳은 것처럼 우기기도 하겠죠. 경청 능력이 떨어지거나 공감 능력이 떨어질 때도 오겠죠.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마흔한 살, 마흔두 살, 마흔세 살, 그리고 지금 마흔넷까지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것에 몰입하다 보면 뭔가가 급격히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교사입니다 청춘을 보내던 교사 시절에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늘 부족과 결핍을 느꼈었죠. 제대로 교사로서 서게 된 것은 육아휴직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왔을 때부터입니다. 어느 집단과 마찬가지로 학교란 곳도 뭔가를 열심히 하는 동료 교사가 있다면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습니다. 학교도 집단이니 적당히 같은 색으로 섞여 흘러가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이상하게 저는 그것이 행복한 교사의 삶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사실 제 삶의 가치를 돌아볼 틈은 없었어요. 그것을 잘 알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교사로 제대로 바로서고 싶은 마음에 수업과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고요. 그 안에서 여러 번의 성공 경험과 성취감 맛보며 계속해서 저희 동기를 끌어내는 호르몬이 나왔던 거 같아요. 하지만 그때는 단단한 중심 서 있지 않았으니 당연히 저는 주변의 시선과 틈이 없는 삶, 과한 열정으로 번아웃이 오게 되었죠.


그거 아세요? 마흔과 쉰 사이의 번아웃은 삶의 선물이라는 것을요. 번아웃은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습니다. 당연히 너무너무 힘들었죠 아무도 만나지 않았거든요 계속해서 우울감이 찾아왔고 제 삶과 직면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지내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산책을 시작했죠, 그때 계절이 삼월 말에서 사월 초쯤이었어요. 이제 막 봄이 시작되려던 참이었어요. 꽃이 피고 연둣빛 이파리들이 매일매일 다르게 자라는 모습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고 뭔가 저에게 에너지를 주었답니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것은 산책을 하면서 마음껏 저라는 사람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와 만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네 맞아요. 바쁜 삶을 살아가며 나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루가 틈이 없이 돌아가잖아요. 저는 세상을 시각이라는 것으로 이렇게 들여다보는 제가 있다면 제 안에는 마음을 느끼는 또 다른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와 계속 이야기하는 거죠. 질문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너에게 행복한 교사로서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니?', '무엇을 했을 때 가장 행복하니?'


교사로서의 삶의 가치를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했을 때 첫 번째는 교사로서의 삶을 목표를 관리자로 설정하고 삶을 살아가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그 선생님들의 삶의 목표는 관리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삶도, 업무도 학생들과 만남도 그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겠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두 번째는 지금의 저입니다. 저는 저에게 이런 답을 했죠. 아이들이 수업을 통해 성장하는 것, 수업이 아이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어 사회로 잘 발 딛게 하는 것이라고, 그런데.. 최근 좀 더 구체적인 것을 알게 됩니다. 수업을 통한 아이들의 성장뿐 아니라 교사인 저의 성장에 저는 벅찬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요. 수업 안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느낄 때, 그것이 눈으로 마음으로 느껴질 때 교사는 성장합니다. 교직을 마무리하는 날까지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도 함께 느끼고 같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저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가 짜온 수업의 프로그램과 피드백에 즐거워하고, 신이 나서 참여하는 모습, 활동지안에 창의적인 생각을 집어넣으며 뿌듯해하는 모습, 결과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을 보며, 수업이란 것에 또 한 번 푹 빠져봅니다.


나에게 가치 있는 일은 이것입니다. 누군가가 주어진 시간에 애쓸 수 있게 코칭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학생들일 수 있도 있고, 제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그 코칭의 역할을 위해서는 제가 먼저 길을 닦아야 하고, 제 삶에 몰입하여 애써야 합니다. 그것은 결코 피곤하거나 나태해지지 않습니다. 번아웃이 저에게 알려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잠시 열심히 살지 않는 삶을 갈구하고 그것을 목표로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는 불행했습니다. 제 삶의 가치와 반대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죠.


열심히 사는 삶, 제 삶의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이 바로, 저의 에너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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