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와 열기로 꽉 찬 공기는 기다렸다는 듯
가슴으로 훅 들어와 숨을 막히게 했다.
에어컨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갔지만, 가슴에 맺힌
뜨거움이 쉬히 사라지지 않아
시원한 얼음물과 부채질로 달래 본다.
가슴의 열기가 얼굴로 올라 두 볼과 눈덩이가
화끈거린다. 뜨거운 여름날을 원망해 본다.
여름을 끝까지 부여잡고 있는 여름은 지칠 때가 되었는데 놓지를 않는다. 그 마음을 들여다본다.
지쳐서 놓고 싶어질 때의 마음, 그런 날이 있었던가?
혹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준 일이 있었던가?
여름이 여름을 놓아주지 않는 가을을 맞이하며
앞의 여름, 뒤의 여름 마음을 헤아려본다.
우리의 삶에도 분명 그런 날들이 있었을 테니...,
또 있을 테니.
내일은 여름을 놓아주지 않을 여름에게.
괜찮다고, 또 여름이 올 테니,
지쳐서 나동그라지는 것보다 웃으며 보내주는 게
어떻겠냐고. 그 편이 기다리기 훨씬 편했다고...
무심하게 인사하려 한다.